오래전 대학 시절, 내 젊음의 기억 속에 각인된 낯선 사건이 하나가 있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의 주변 동네는 십 수 년째 ‘범죄 없는 마을’로 신문에까지 기사화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사가 난지 얼마 안 되어 거짓말처럼 그 기록은 깨지고 말았다. 어느 조그만 카페의 젊은 여주인이 살해된 것이다. 사실 난 그 사건의 전모에 대해 잘 모른다. 당시 젊은 대학생의 일상에서 카페라는 곳은 그야말로 객기와 치기의 필연적인 공간배경 쯤 되는 것이었으므로 내가 그 조그마한 카페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카페는 고유..

1980년대 말, 어느 해 늦은 여름. 한때 촉망받던 화가였던 석현, 지금은 그림 그리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그저 어느 대학가 뒷골목 건물 지하에서 조그만 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지연이 잠시 비를 피해 그의 화실에 찾아온다. 지연은 석현에게 일주일 동안 그림 배우기를 제안을 하고 그에게 교습비 대신 바이올린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다르기만 해보였던 두사람은 그림과 음악을 통해 서로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