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출가전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청춘 전쟁이다' , '맥베스 오브젝션' , '싸우는 여자' , '어멈'.

총 4작품을 봤는데, 가장 좋았던 작품은 '청춘 전쟁이다' 였다.

'싸우는 여자'는 우미화씨가 나온대서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좀 실망했고,

나머지 두 작품은 별 느낌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어머니의 모습과 비슷한 듯 했지만,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노래, 몸짓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제목 : 제6회 여성연출가전 <어멈>
장소 : 가변극장 키 작은 소나무
출연 : 윤경원, 김수민, 김태영, 김수환, 이진경, 임형섭
일시 : 7월 9일(금)~ 7월 18일(일)
연출 : 김민경
원작 : 브레히트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극단 : 노마드

‘<제6회 여성연출가전-New War, 전쟁이다!>(18일∼7월 18일·대학로 키작은 소나무)는 여성 연출가들의 다채로운 무대를 만나보는 연극축제로 올해는 국가 간의 전쟁, 부조리한 사회 체제와의 전쟁, 나 자신과의 전쟁 등 이념의 대립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전쟁까지 섬세한 시선을 담는다.’

언론에 소개된 여성연출가전 소개이다. 비록 작은 소극장 공연이고, 세인의 관심을 덜 했을지 모르겠으나 6회째 행사로 꾸준하게 열리면서 ‘경쟁력 없는 문화 매체’ 정도로 점차 퇴색하는 연극에 힘을 불어 넣고 있다. 물론 참여하는 연출가들의 면모가 만만치 않다.

올해 주제는 전쟁이다. 얼핏 해묵은 페미니즘 운운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페미니즘이 해묵었다는 게 아니라 이론에 집착한 서구의 이론을 그대로 복사해서 읊어대는 몇몇 유한부인들의 ‘해묵은 페미니즘’에 대한 우려이다. 이번 공연의 초점과 상관없이 여성운동은 당연히 필요하다. 해묵다 못해 썩어문드러진 막가파 유교주의의 잔재가 그대로인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말이다.)

연극은 삶의 이면을 드러내 내가 겪지 못한 또 다른 삶을 재현하는 최고의 도구이다. 개인적으로는 실사에 가깝다는 3D영화의 붐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데, 정작 실재하는 연극을 두고 엉뚱한 데에서 실사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국 시각적 착각을 기초로 하는 3D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연극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뜬금없이 3D영화를 논하는 건, 여성연출가전이 말하고자 하는 시선이 여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땀냄새 그대로 배인 삶을 무대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녀들의 삶이란 결국 그들의 삶이고, 우리들의 삶인데 그들보다는 그녀들의 성찰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더욱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이고 보면 말이다.

그리고 연극이 무대, 분장, 의상에 매일 반복되는 공연, 거기에 열악한 제작 조건, 빈 객석 등 3D(‘쓰리디’가 아닌 ‘삼디’라고 발음하는 게 친숙한)에 가까운 게 사실이고 보면 주로 여성연출가들이 더 귀하기 마련이다. 알다시피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하여서 여성연극은 아닐 것이다. 가변극장에서 100m쯤 성대 방향으로 직진하면 나오는 한성아트홀1관, 2관에서는 19금 연극이 한창 흥행몰이 중이다.

서두가 길었다. 여성연출가전 마지막 여섯 번째 공연 김민경 연출의 <어멈>을 봤다. 독일작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원작이다. 작품의 배경인 17세기 유럽 30년 전쟁은 독일에서 벌어진 신교와 구교 사이의 종교 전쟁으로, 짐작할 수 있듯 독일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브레히트가 ‘30년 전쟁’ 자체의 역사적 현실을 주목했다기보다는 전쟁의 상징으로 꼽고 있다고 한다.

희곡의 배경을 여전히 분단 상황인 한반도로 끌어오면, 이념(종교) 전쟁이자, 자국 영토에서 벌어진 전쟁이면서도 외세가 참여한 국제전이며, 30년 전쟁이 유럽의 근대화와 절대주의 국가의 성립을 가져왔듯이 한국전쟁 이후 미소를 중심으로 한 냉전기가 이어졌지만, 한국에서는 압축성장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전쟁이라는 점에서 한국전쟁과 궤적을 같이 한다.

하지만 전쟁의 공통적인 속성에 주목하기보다는 30년 전쟁(혹은 한국 전쟁) 당시의 비극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가, 에 대한 연극 외적인 상황에 주목해 보면 여전히 전시권 이양 문제 등 남북 간의 대립과 그에 따른 안보 정치, 사회 불안, 극단적 대립 등 한국 사회의 상황으로 볼 때 <억척어멈과 그 아이들>은 이후로도(이전에도 그랬듯) 생생한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올 것이다.

‘한국적인 색채와 몸짓, 소리가 어우러져 한국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이라는 <어멈>의 연출 방식은 연희단거리패가 익히 2007년에 오광대, 판소리, 구음 등으로 풀어낸 바 있다. 그렇다면 극단 노마드의 <어멈>은 과거의 복기인가.

전쟁의 비극이나 참상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억척어멈의 전쟁이 멈추지 말아야 돈을 벌지만, 전쟁 때문에 자식 셋을 잃고 마는 비극은 아이러니다. 그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지만 집착은 곧 첫째 아들 갑(용기), 둘째 아들 을(정직), 막내딸 병(선함)을 모조리 앗아가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극중 상황을 보면 아이들을 한 명씩 잃는 과정은 우연을 가장하여 벌어진다. 그러니까 미필적고의인 셈인데, 그녀가 잠시 딴짓을 하는 사이, 혹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진다. 그리고 그 상황이란 전쟁통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거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억척스런 몸부림이다.

이런 상황은 과열 경쟁이 극이 달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대한민국 상황의 비극이다. 쉬운 예로는 부모가 집을 비우고 일 나간 사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아이들끼리의 사고가 그렇지만, 극중에서 억척어멈이 잃은 아이들로 상징되는 용기, 정직, 선함에서 보듯이 인간 자체에 대한 흔듦이다. 결국 남는 건 끝없는 집착뿐이다. 작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보듯이 몇몇의 가상 놀음에 놀아나는 이런 방식의 자본주의는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데(전쟁이 결국은 끝나야 하듯이), 정작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조상 상위 10%를 제외한 모두에게 해당이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연극과 현실을 조우하자면 서브프라임 사태의 일시 회복은 연극에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비극과도 마찬가지다. 막내딸을 ‘선함’이라 표현을 했지만 막내딸은 착하기는 하나, 벙어리에 머리가 좀 모자라고 얼굴을 커다란 상처를 입어 흉터까지 있으니, 어멈에게는 ‘동정’이나 ‘애달픔’의 감정이다. 친분을 쌓은 취사병이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주막집을 열자는 제의가 짐만 되는 딸과의 이별을 전제로 한다고 하여 어멈은 뿌리친다.

전쟁통에 장사를 하자면 마차를 끌 힘도 달리고 장사셈도 둔한 딸이 득 대신 짐이 될망정, 버릴 수 없는 자식이고, 어느 남정네도 탐내지 않는 딸이지만 그마저도 전쟁은 잔혹하게 빼앗아버린다. 우리가 ‘설마’ 이것마저 라고 생각하는 가치마저도 깨트리고 탈인간화, 즉 도구화를 만드는 게 전쟁, 그리고 이번 여성연출가전에서 빗대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번역극 테가 나지 않게 우리식으로 잘 뽑아낸 작품이라 만족한다. 다만, 소극장이고 무대가 워낙 좁다보니, 객석 통로를 사용하는 등 극장을 최대한 활용하나, 배우들의 동선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다. 작품에 비해 극장의 구조적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 꼭 이번 여성연출가전이 처한 상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뒤를 막아 사용했던 벽이 무너지면서 계단이 된다.

원작에서는 마차를 어멈이 홀로 끌고 가면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을 비극을 다뤘다면, 딸의 죽음 이후 마차가 상여로 탈바꿈한 뒤, 어멈이 계단을 밝아 올라가면서 끝을 맺는다. 삶의 전부였던 마차, 즉 ‘돈에 대한 집착’이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상징인 동시에, 원작과 다르게 그 굴레에서 빠져 나온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혼이 빠진 체로 돌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은 인간 가치를 모조리 상실한 뒤, 허무에 빠져 껍데기만 남은 결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상여라는 한국적인 장치를 통해 인간세를 옥죄는 자본 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여성연출가전의 의미라는 측면에서 유효한 가치이다.)

소극장 좁은 무대를 더욱 좁히는 선택을 하면서도 마지막 한 장면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뒷벽의 사용은 연출의 강한 의지로 읽어야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뒷벽의 허물어짐은 어멈의 속마음인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린 이데올로기의 종언이기도 하다.

온전히 무너지고 아무 희망도 남지 않았을 때야 찾아오는 인간으로의 회복이라니, 살 떨리는 지독한 비극을 직시하도록 이끌지만, 다행히 연극이다. ‘낯설게 하기’가 브레히트로부터 처음 시작된 형식은 아니지만 이론이 아닌 적용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이름이 항상 따라붙는 이유를 재확인한 자리다. 박수를 보낸다.*

여성연출가전 6번째 작품 어멈... 매년 하나의 주재로 여성연출가들의 다채롭고 새로운 무대를 볼수 있는 하나의 실험무대이자 관객과 소통할수 있는 기회가 되는 무대...마지막 작품으로 어멈을 보게되었다.
독일 작가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각색해 새롭게 만들었다는데 주제인 전쟁이다와 가장 잘 맞는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쟁중에 억척스럽가 살아가는 이야기니 말이다....난해한 부분에서는 우리의 춤과 소리, 의상등 한국적으로 바꿔놔 관객이 몰입하기 좋게 설정해 좋은 것이 좋았다... 아무리 전쟁으로 빼앗기고 또 빼앗겨도 산사람은 계속 살아가야하는 거라는 것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 대사였습니다.

내용상 흥미진진한 내용과 개성있는 케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2010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공연 많이 보고 싶습니다 평소 바쁜 일상으로 문화생활이 부족한 제 친구들과 함께 좋은 공연 많이 보고 싶어 응모합니다

여성 연출가들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탄탄한 원작들이 앙상블을 이뤄, 작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여성 연출가전입니다. 마치 전시의 '전'이 아닌 전쟁의 '전'을 의미하는 듯한 처절한,치열한 인간사의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 지켜보고 공감하면서 연기로 또 의미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들을 생동감있게 얻을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입니다. 요 며칠 알게된 여성연출가들의 면면을 다시금 살펴보고, 주목하면서 그들의 작품세계, 또 활들을 늘 열심히 성원하고 지지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