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분들의 얼마 남지 않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옛날 도둑의 모습이 아주 오랜만애 투영되었습니다.

최근에 윤여정 배우님이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고 계시지만 사실 연극계에는 이렇게 긴 시간동안 무대를 굳건히 지키고 계신 많은 무명의 배우님들이 계셔서 우리 연극이 살아남아 꾸준히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성을 떠나서 두 원로배우님이 무대에 서신 모습 자체 만으로도 감동의 시간이었어요.

무언가 텅 비어보이는 무대 위에, 한 남자가 코를 골며 잠들어 있습니다. 따악-딱 야경꾼의 나무치는 소리가 들리고, 어두운 방 안에 누군가 들어옵니다. 주섬 주섬 어둠을 타고 들어와 집안 구석 구석을 돌아보는 것을 보니 다름아닌 도선생입니다. 주인이 잠에서 깬 후 이 둘은 한시간쯤 되는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 누가 도적인가? 도둑은 앞에 도둑이라고 써놓고 대놓고 도둑질을 하니 그나마 선량하다는 도둑과, 일평생 학생을 가르쳐 온 문화사 교수의 인생에 대한 대담이 한시간 넘짓 이어집니다. 이렇게 대사로 이어가는 희곡들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작가가 굉장하게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야 가능할 것 같은 대사들. 대사만으로 무대를 채운다는 것은 작가에게나 배우에게나 대단한 도전인 것 같습니다. 배우도 한시간 동안 이야기할 대사를 모두 다 외운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랫집에서 훔쳐 온 술을 마시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살아온 인생 이야기 부터 시작하여, 슬픈데 슬픈 줄 몰랐던 교수의 인생 이야기와 수가지의 직업을 거치면서 인생을 살아온 도둑의 이야기가 어쩔 때는 실소를 머금게도 하고 어쩔때는 인생이란 그렇지 싶은 생각이 들게도 합니다. ? 이 무대에 오른 두 배우님은 연극만 50년을 하신 배우님들이시라고 합니다.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와 함께, 한 분야를 50년간 한다는 것은 어떤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연극은 약 60분의 러닝타임으로 다른 연극에 비해서는 짧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더욱 임팩트있게 느껴집니다.

도둑과 대학교수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사회의 비리를 비판하고 부조리한 인간군상을 표현해서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여러 직업을 거친 끝에 도둑이 된후 도둑질에 최선을 다하게 된 도둑이 늘어놓는 신념에 찬 괘변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대학에서 문화사를 강의하면서 15년째 똑같은 강의노트로 버티고 있는 교수를 통해 노력하지 않고 숟가락만 얹는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유쾌하게 꼬집네요 50년 연기인생의 관록이 느껴지게 김재건,정상철 두배우님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합도 좋았어요 교수부인으로 짧게 등장하신 김화영배우님까지 세배우님의 무대를 향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도둑과 교수의 티키타가를 보는 재미가 있는 연극 거룩한직업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