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 토니에선 이례 없는 스타들의 브로드웨이 대거 출연으로 노미네이션 리스트에 친숙한 셀렙(Celeb)들의 이름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또한 지난 시즌의 토니 어워드가 15개의 노미네이션을 받은 <빌리 엘리어트>와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연극 <갓 오브 카니지>(God of Carnage)의 독무대였다면, 이번 시즌은 여러 작품에 고루 분포 되어 있다.

많은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이번 시즌은 뮤지컬 분야에선 단 두 작품(<아담스 패밀리>와 <멤피스>)만이 오리지널 뮤지컬 분야의 엔트리에 들어 실망스러운 해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에 있었던 노미네이션의 명단 발표 후 극장 관계자들의 반응과 토니의 승자들을 예상해 보자.


1. 토니 위너, 어떻게 결정되나?
토니 어워즈를 결정하는 이들은 투표인(voter)과 지명자(Nominator)로 나누는데 투표인은 대부분 작품 프로듀서들과 내셔널 투어 프리젠터들로, 지명자들은 30여 명의 극장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지명자들은 지금까지 특별한 논쟁 없이 그들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투표인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몇몇 회의적인 시각이 있기도 하다. 투표인들은 그들이 투자한 작품에 표를 더하고 자신들의 라이벌 쇼에는 반대표를,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작품에 표를 던지고 있으나, 세 번째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은 토니 어워즈를 비판 하지만 현재까지 토니만큼 박스오피스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는 게 사실이기에 많은 극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토니’에 전전긍긍하며 모든 투표인들은 후보작 명단이 나오기까지 손에 땀을 쥐고 애타게 기다린다.

2. 예상치 못한 탈락에 우는 작품들

영국에선 히트, 미국에서는 갸우뚱- 연극 <엔론>
이번 후보 리스트에서 가장 충격적인 탈락은 연극 <엔론>(enron)이다. 영국에서 비평가들의 찬사와 박스오피스의 대성공을 모두 거머쥔, 악명 높은 미국 대기업의 붕괴에 대한 이 작품은, 이번 년도를 강타할 연극으로 추앙 받았었다. 부유한 투자자들은 이 작품에 돈을 쏟아 부으며 토니 트로피를 거머쥐게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엔론>의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이 엄청난 상품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투자 기준을 높였는데, <엔론> 투자를 위해 이 프로듀서들의 또 다른 작품, <올 어바웃 미>(All about Me)에도 투자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미네이터들은 베스트 플레이 부문에서 <엔론>을 외면하고 현재 공연이 끝나거나 공연 중인 다른 네 편의 작품을 지명했다. 결국 토니 경주에서 밀려난 <엔론>은 ‘금융 재해’란 꼬리표를 달고 4백만 달러의 손해를 본 채 5월 9일에 막을 내렸다. <엔론>의 모든 투자자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의 원인이 작품에 담겨있는 반미 정신(Anti-Americanism)에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연출가, <아메리칸 이디엇>에선 후보에도 못 올라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의 프로듀서들 또한 초상집 분위기이긴 마찬가지다. 이작품은 베스트 뮤지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긴 했지만 배우, 극본, 그리고 놀랍게도 연출 부문에서 모두 외면됐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연출자이기도 했던 마이클 메어(Michael Mayor)가 노미네이션뿐 아니라 트로피도 거머쥘 것으로 예상했기에 이번 탈락은 그와 그의 팀에겐 충격적인 일이다. <아메리칸 이디엇>이 3개 부분에서만 후보로 오른 것으로 보아, 수상 가능성 또한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배태랑 프로듀서의 귀띔이다. “사람들은 그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너무 요란해서 가사도 들리지도 않고 판에 박힌 표현만 가득하고, 젊음의 고뇌도 이젠 좀 고전이죠.”


상업성 판가름 될 <펠라>와 <멤피스>의 대결
많은 공연 애호가들은 베스트 뮤지컬 분야에선 <펠라>(Fela!)와 <멤피스>(Memphis)가 치열히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 <펠라>가 예술적인 면에선 훨씬 우수하지만 투표인의 12퍼센트를 차지하는 로드 프리젠터(road presenter, 투어 공연 프로듀서 및 제작자)들은 이 작품이 전국을 순회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은 <멤피스>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한 공연 애호가는 이번 토니어워즈에서 이 둘 중 어떤 작품이 수상하게 되는 가에 따라 현재 투표가 얼마나 상업중심, 이익 지향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펠라>는 11개 부분에, <멤피스>는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아담스 패밀리>도 불안불안
토니 어워즈 노미네이션의 또 다른 희생자는 <아담스 패밀리>이다. 공연 초반부터 떠들썩했던 <아담스 패밀리>는 베스트 뮤지컬 부문에서 제외 되었고 유명 브로드웨이 주연 배우인 내이단 래인(Nathan Lane) 또한 외면 당했다. 이번 시즌의 연극분야 최고 박스 오피스 작이었던 <스테디 레인>의 두 주인공, 대니얼 크레이그와 휴 잭맨 역시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후보 명단에 오른 헐리우드 스타들로는 덴젤 워싱턴(연극 <펜스>), 주드 로(연극 <햄릿>), 캐서린 제타 존스(뮤지컬 <어 리틀 나잇 오브 뮤직>), 스칼렛 요한슨(연극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등이다.

노미네이션에서 제외된 많은 공연 관계자들은 격분과 아우성을 감추지 못한다. 아이러니한것은 일년 내내 비평가들이 작품 관계자들에게 준 상처보다 토니어워즈 심사단들이 하루 만에 준 상처가 더 크다는 점이다. 이제 곧 6월 13일 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쇼만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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