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인터뷰 : 피아니스트 페터 폰 빈하르트

작성일2004.12.27 조회수9096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질문: 프로그램 선정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였는지?

트리오의 곡 선정은 피아니스트인 나, 빈하르트가 하였고 솔로이스트들의 솔로 곡들은 세 명이 공통으로 너무 좋아하는 라틴음악(혹은 라틴 스타일 음악)을 기준으로 함께 선정하였다. 라틴음악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삶 안의 음악’이라는데 우리는 모두 동의한다. 소위 “예술적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곡들은 예술적인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작곡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라틴계 나라 작곡가들은 자신들이 살고있는 땅의 풍경과 그 땅의 사람들이 간직한 소울을 그대로 음악에 담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탓에 라틴음악은 가슴과 영혼을 열어 연주하려는 무대 위에서의 우리 셋의 욕구에 보다 잘 부합하는 음악이다.

우리가 연주하는 랄로의 트리오는 높은 기량을 요구하는 곡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일반 트리오들은 연주하길 꺼리는 곡이다. 이 곡은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대공’이 그런 것처럼 트리오가 아닌 개별적인 솔로이스트 세 명이 필요한 난이도가 높은 곡이다. 이 곡은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곡이다. 열정과 개성으로 뭉친 우리 앱솔루트리오야말로 랄로 트리오를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트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아졸라는 음악가이자 작곡자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전 생애를 이민자로 불운하게 살아야했던 이 사나이는 절망적으로‘평화’를 갈구했지만 슬프게도 그의 생애의 마지막을 보냈던 파리에서의 짧은 순간만 자신이 갈구하던 평화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여러 해 동안 나는 그의 여러 작품들을 다양한 기악 앙상블을 위해 편곡해왔다. 2005년8월에는 내가 편곡한 것 중에 파아졸라의 사계를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음악제를 시작으로 전 독일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본인이 연주하게 될 5개의 피아졸라 베스트 곡들은 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곡들이다. 피아졸라의 곡들은 감성적이고 정열적이며 때로는 거칠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는 본연의 것을 갈구하는 아름다운 비애가 늘 함께 한다.

킬마이어의 Bagatelles는 현대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머와 혼이 깃든 훌륭한 작품이다. 킬마이어는 음악에 형식(shape)을 부여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 때문에 세계적으로 널리 존경을 받는 작곡가이다.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이곡을 선택한 이유는 킬마이어의 음악 언어를 너무 사랑하고 개인적으로도 그와의 친분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이 곡은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위대한 가능성 중의 하나다. 요하네스 브란들은 보통의 바이올린 연주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곡에 접근한다. 그는 바이올린을 치기(hits)보다는 어루만진다(strokes)고 할 수 있다. 이 곡이 가진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그 방법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법이다.

이 두 곡 역시 첼리스트가 내한공연을 위해 특별히 선택한 곡으로 첼리스트의 놀라운 솜씨를 잘 드러낸다. 특히 생상의‘백조’와 대비되는 “O canto de cisne nero”는 첼리스트의 연주가 더욱 주목되는 곡이다.

이번 연주에 선보이는 빌라 로보스의 세 개의 피아노 소곡(Prole du bebe No. 1)은 작곡가가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한 곡으로, 역시 드물게 연주되는 귀한 곡이다. 나는 이 곡을 즐겨 연주하며“Polichinelle”는 나의 앙코르 곡 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리스트의 곡 “Liebestraum”은 나의 위대한 스승이자 우상인 Georges Cziffra에 대한 나의 경배이다. 나는 이 곡을 그에게서 배운대로 연주하며 그렇게 연주하면서 내가 느끼는 황홀한 감동을 관객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질문 : 연주하는 곡들과 관련, 한국 관객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우리가 가진 음악적 열정이 관객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가슴을 채우기를 바라며 무엇보다도 격정적인 라틴음악을 통해 그러길 기대한다.

질문: 본 프로그램의 특징을 든다면?

킬마이어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라틴계 음악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매우 야심적이다. 한국에서의 초연이 두 가지(아래, 킬마이어, 피아졸라)가 있다.

한국에서 초연되는 킬마이어 곡들은 매우 위대한 음악들이다. 우리가 이곡을 연주랄 때는 예외없이 관객들이 부라보를 외치며 열광적으로 환호한다. 즐기기에도 적합하고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곡이다. 곡의 어떤 부분에서는 연주자들이 연주하면서 직접 소리치고 말도 하는 재밌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피아졸라 곡들은 본인이 특별히 앱솔루트리오의 이번 한국연주를 위해 편곡한 것으로 말하자면 세계초연인 셈이다. 너무나 유명한 피아졸라 베스트 히트곡 중 세 곡(Adios Nonino, Oblivion, Milonga de angel)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세 연주자는 독일에서 솔로이스트로 활동하며 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가끔 만나서 서로의 음악적 공감대를 나누기 위해 야심적인 트리오와 솔로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연다. 우리의 연주는 트리오 리사이틀이라기 보다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리사이틀인 동시에 트리오 리사이틀이다. 이 점이 우리 트리오의 목적(순수한 음악적 동기)이고 다른 트리오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특색이다.

우리가 가진 비루투오조의 탁월한 음악적 기교와 역량은 음악을 통해 함께 기뻐하고 즐기고 또 감동하기를 바라는 우리 연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매개일 뿐이다.

나, 빈하르트는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음악제의 챔버 뮤직 교수이자 코치이다. 수년간 전세계의 수백명의 영재들과 함께 작업하는 가운데 눈여겨 봐온 두 연주자를 함께 연주할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이들이 유럽 음악 이해의 에센스를 대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공통점은 비록 우리가 직업적인 연주가들이긴 음악을 돈을 버는 직업의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열정과 사랑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음악적 표현과 음악적 감성을 실험하는 것이 우리들에겐 더 본질적이다. 우리에게 충분한 생활 기반인 솔로이스트 활동으로 만족하지 않고 우리가 굳이 트리오로 모이는 것은 예약된 연주들이 주지 못하는 음악적 재미와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하는 우리 자신들을 즐기기 위해서다. 우리 안의 그런 음악적 열정이 불꽃처럼 관객들에게도 튀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질문: 피아졸라에 대한 애정이 개인적인 선호도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은지.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전 생애를 방랑자로 살다간 불운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에는 그런 그의 고통과 비애가 잘 녹아있다. 본인도 10세에 부모와 함께 공산국가 헝가리에서 추방되어 독일에 정착했지만 설명되지 않는 유전적 비애가 비교적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내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존재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피아졸라의 작품을 연주할 때 그의 내면의 비애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되고, 고향으로부터 떠나있다는 사실이 주는 아픔이 음악과 함께 인생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전환되는 것을 느낀다.

-인터파크 티켓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