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이 더 부끄러워했어요. 어우, 이러면 안될 것 같다고.” 그룹 티아라의 멤버이자, 지난 17일 솔로앨범 ‘스케치(sketch)’를 발표한 효민은 파격적 섹시 콘셉트에 대한 티아라 멤버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앨범 재킷이나 뮤직비디오를 볼 때면 괜히 등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게 될 정도로 노출 수위가 세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눈치다.

“남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좀 더 솔직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저도 이제 성인인데 아이돌로서의 제약을 떠나서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싶었달까요.”


아역배우들이 성인이 되면서 어린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일부러 파격적인 19금 영화에 출연하는 행보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경우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위한 선결조건은 단 하나다. ‘성인연기자로 롱런할 수 있을 만큼 배우로서의 역량이 갖춰져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이 시원찮으면 아역배우의 파격 노출은 일회성 화제로 끝나고 만다.

섹시컨셉을 들고 나온 효민에게도 동일한 질문이 주어진다. ‘혼자서도 무대를 이끌어 갈 만한 역량이 있는가?’ 결국은 실력 문제라는 얘기다. 실력이 뒷받침 되면 19금 노출도 예술로 승화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그저 눈길을 끌기 위한 충격요법 정도로 치부될 것이다.
 
쇼케이스에서 효민이 선보인 5곡의 라이브를 들어보니, 이런 냉정한 평가기준에 대한 그녀의 고민이 엿보였다. 효민은 몽환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더블 타이틀 곡 ‘골드(GOLD)’로 무대의 문을 열었다. 신디사이저 건반을 차분히 연주하며 밴드와 호흡을 맞추는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댄스가 사라진 만큼 목소리에 실린 감정의 무게는 짙어졌다. 긴장감에 음정이 살짝 흔들린 파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오롯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녹음과정이 정말 길었죠. 모든 수록곡에 애착이 가서 타이틀 곡도 2개로 정했어요.”


이어서 선보인 또 다른 타이틀 곡 ‘스케치’는 끈적한 안무가 인상 깊은 일렉트로닉 소울 팝이었다. 티아라나 솔로앨범 1집에서 선보였던 곡보다 템포는 확연히 느렸지만 부드러움과 절도의 완급조절이 필요한 어려운 안무였다.
 
“처음 안무가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좀 심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장난 아니더라고요. 연습한 지 3일 만에 복근이 생겼을 정도에요.”


효민의 퍼포먼스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표정연기는 농염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고, 춤선에는 그루브가 살아있었다. 하지만 MR에 포함된 코러스의 볼륨을 줄여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드러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효민은 자작곡 ‘아직은’과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만 모르는 채’를 선보이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은 공동작곡이지만 앞으로 효민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곡들을 더 많이 선보이길 기대한다.


효민은 17일 0시에 음원 공개 후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간다. 그녀가 아이돌을 넘어서 아티스트로서 내딛는 첫걸음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