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모든 것 - 플레이DB

<이은결, 마술 아지트 첫 공개>

작성일2010.11.05 조회수15971

내달 '더 일루션' 공연..맹연습 중

(이천=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경기도 이천의 한적한 시골 들판.

   150평 규모의 컨테이너 창고에 들어서자 검은색 옷을 빼입은 훤칠한 청년이 "어서오세요"라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3년여 공백을 깨고 첫 단독 공연을 준비 중인 마술사 이은결(30).

   그가 지난해 주식회사 '이은결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이천시 사음동에 마련한 마술 아지트가 21일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무동과 연습실, 창고 등 3개 건물이 자리잡은 이곳에는 한국 대표 마술사 이은결이 14년 동안 꽁꽁 숨겨온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은결은 이날 "연습실 공개는 처음이라 불안하다"면서도 상기된 표정으로 마술 장비를 소개하고 제대 후 첫 공연을 앞둔 소감도 전했다.

창고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검은색 천으로 가려져 있는 대형 철제 구조물.

   "헬리콥터가 무대 위에 등장할 때 쓰이는 프레임이에요. 다 보여드릴 수 없어서 천으로 가려놨습니다. 마술은 작업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하니까 들춰보면 안되는거 아시죠?"
다른 한 켠에서는 문짝 만한 거울도 눈에 띄었다. "검은 천 한장만 갖다대면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거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손으로 두드려봐도 틈새 하나 찾을 수 없고 뒷면에도 별다른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트릭'을 알려달라고 떠보자 "마술 원리가 있긴 하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며 웃어보인다.

   이은결은 이곳에서 공연 무대에 함께 오르는 '크루(crew)' 6명과 함께 마술 시안을 짜고 장비를 자체 제작해 실전 무대 직전 리허설까지 마무리한다. 밤샘 작업을 하느라 숙식을 함께하는 날도 다반사.

   해외 전문가에게 의뢰하거나 청계천 만물상을 돌며 발품을 팔아 마술 도구를 설계, 제작하는 일을 도맡은 친형 이한결(32)씨를 포함해 기획팀에는 10여명이 일하고 있다.

"국내 마술사가 2천여명 되는데 체계적인 공연 시스템을 갖춘 곳은 거의 없어요. 외부 행사에 찬조 출연하는 경우가 많죠. 마술 공연을 전문화하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생각에서 주식회사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술 공연을 탄생시키고 싶어요."
1996년 마술에 입문한 이은결은 기존 마술쇼와는 달리 '매직 콘서트'라는 이름의 대형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에 마술 '붐'을 불러왔다.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더 일루션(The Illusion)'에서는 그간 갈고 닦아온 마술 노하우를 총집합해 선보인다.
그는 "마술을 하는 연예인이 되거나 관객을 속이는 초능력자 노릇을 하긴 싫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기준이 되는 정도(正道)를 걷고 싶어요. 마술이라는 도구로 관객에게 환상을 심어드리는게 목표죠. 이번 공연에서도 1부에서는 베일을 벗기면 헬리콥터가 짠하고 등장하거나 위기에 빠진 미녀가 탈출하는 마술로 관객을 사로잡은 뒤 2부에서는 그림자쇼와 스노우맨 공연으로 꿈의 세계를 펼쳐보일 거에요."
이은결은 마술 시장이 침체에 빠진 데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공연이라고 하면 콘서트나 뮤지컬을 떠올리시죠? 공연 시장이 너무 획일화된 것 같아요. 하지만 마술은 일상생활에 지쳐있던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는 데 큰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단순히 보여주는 마술쇼가 아니라 마술이라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꿈과 환상을 선물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0-22 11: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