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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 캐릭터로 반전 매력에 도전하는 배우들 (ft. 정성화, 정택운, 이봄소리와의 일문일답)

작성일2021.12.16 조회수1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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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장르에서 1인 다역에 도전하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 개막한 연극 '리어왕'에서는 첫 연극에 도전했던 이연희가 리어왕의 셋째 딸 코딜리아와 광대를 넘나들며 연기를 펼쳤다. 영화 '유체이탈자'에서 윤계상은 국정원 에이스를 비롯해 12시간마다 신체가 바뀌는 독특한 인물 강이안 역을 맡아 1인 7역에, 영화 '간호중'에서 이유영은 간호로봇과 보호자로 1인 2역에 도전한다.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을 ‘지킬과 하이드’ 라는 인물을 통해 조명하는 인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도 지킬과 하이드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

1인 다역이 등장하는 작품의 매력은 아무래도 한 인물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각양각색 연기로 극을 풍성하게 만들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는 점일 것이다. 연말을 맞이해 개막한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와 '프랑켄슈타인'에서도 1인 다역 캐릭터가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파격적인 분장과 의상으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1인 다역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요소. '1인 다역의 매력은 무엇인지', '연기하는데 힘든 점은 없는지'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주인공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2018년 국내 초연한 이 작품은 기상천외하면서도 유기적인 서사 구조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로 매 시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몬티가 제거해야 할 닮은 듯 다른 아홉 명의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들을 연기해야 하는 다이스퀴스 역은 ‘멀티롤(Multirole,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배역)’ 캐릭터로서 공연의 재미와 맛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시즌 만만치 않은 내공과 연기력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는 정성화에게 다이스퀴스 역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었다.
 



▲ 정성화 
 
Q. 총 몇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가, 각 인물의 이름과 매력은?
9명의 다이스퀴스 가문 상속자를 연기하고 있다. 은행장의 한량 아들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백작, 은행장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1세, 성직자 에제키엘 다이스퀴스, 시골 대지주 헨리 다이스퀴스, 자선사업가 레이디 히아신스 다이스퀴스, 배우 레이디 살로메 다이스퀴스, 보디빌더 소령 바르톨로매오 다이스퀴스, 마지막으로 교도소 관리인이다.

하나씩 다 말하기엔 너무 많은데, 제가 구현하는 캐릭터들 중 가령 은행장 아들이자 한량인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는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티 내듯 영어를 많이 쓰는 유학생을 모티브 삼았고, 성직자 에제키엘은 남의 이야길 잘 듣지 않는 꽉 막힌 할아버지로,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백작은 꼰대 할아버지로 표현하는 등 각각의 인물들이 한 사람이 연기하지 않는 듯 느껴지도록 구분되게 표현하려고 했다.

Q. 상대적으로 더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그 이유는?
애덜버트 경이 제일 어렵다.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고 그 에너지가 거짓말처럼 보여서도 안되고 화가 많고 잘 비꼬는 사람인데 또 그 안에서 진실성이 보여야만 관객들이 저 역할이 장난치는 역할이 아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목사 에제키엘이 어려웠는데, 대사로만 봐서는 캐릭터를 잡아가기가 어려워서 많은 시간 고민했고, 그러다 아예 완전히 나이 드신 할아버지로 만들어서 귀도 잘 안 들리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인물로 만들었다.

Q.일인 다역 연기를 위해 참고한 것이 있다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작품에서 이 역할로 토니상을 수상한 제퍼슨 메이스의 연기와 여러 인터뷰들을 봤다. 어떤 식으로 연기하는가를 참고하며 보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다이스퀴스로 9명이 출연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만큼 캐릭터의 변화가 절묘하고 명확하게 완벽히 다른 개체로 표현하더라. 나 역시 어떤 사람들은 정성화가 1인 9역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게 할 정도로 캐릭터들을 명확히 구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한 사람이 연기하는 1인 9역이 아니라 9명의 캐릭터들이 보이도록 하는데 신경 썼다.

Q. 다이스퀴스가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다이스퀴스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 작품이 1인 9역이지만 한 작품을 하고 있다기보다 작품 9개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캐릭터들을 따로따로 만들고 분석했다. 각 캐릭터가 어떤 욕망이나 절실함을 갖고 있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등을 각기 다 분석하고 촘촘히 꼼꼼하게 만들어서 준비했다. 그런 만큼 다이스퀴스 캐릭터들의 변화가 확실히 보이고 전달되어서 관객들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다.

Q. 퀵 체인지 중 아찔했던 순간은?
무대는 약속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번 작품도 상당히 많은 약속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대에서 당황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의상 퀵 체인지가 많아서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할 때는 혹시 옷을 미처 못 갈아입어서 무대에 등장해야 하는 시간에 못 나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 이 부분을 연습 많이 했다. 또한 옷만 갈아입는 게 아니라 호흡도 조절해야 하기에 만일 옷을 5초 만에 갈아입어야 한다면 3초는 옷을 갈아입고 2초는 호흡을 정돈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그런 연습을 많이 했다. 퀵 체인지와 그에 따른 시간 분배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이와 관련된 아찔한 순간들은 아직은 없었다.

레이디 히아신스 때 왕관 같은 걸 쓰고 잠시 퇴장했다가 벗고 등장해야 하는데 갑자기 왕관이 안 벗겨져서 거의 뜯어내다시피 하면서 벗고 나갔던 적이 있었다. 또한, 분장팀 멤버들이 숙달된 프로들이라서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 것 같다. (웃음)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내년 2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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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죽지 않는 인간을 만들려 하는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전개, 전 배우 1인 2역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캐릭터 설정으로 작품 자체의 팬덤을 양산하며, 매 시즌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전 배우들은 짧은 시간차를 두고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해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의 묘미를 살린다.

철학, 과학, 의학을 모두 아우르는 지식을 갖춘 천재로,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강한 집념과 트라우마를 가진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배우는 2막에서 격투장의 잔인한 주인 자크로 변신하고, 강한 소신을 가진 군인으로 전장에서 빅터를 만난 후 그의 연구에 매료돼 조력자로 나서는 앙리 뒤프레 역의 배우는 2막에서 빅터의 피조물로 인간에 대한 증오에 빠지게 되는 괴물을 연기한다.

프랑켄슈타인 가문의 비밀을 간직한 여인이자 빅터를 이해하는 유일한 가족 엘렌 역의 배우는 자크의 부인 에바 역으로, 빅터를 이해하고 포용해 주는 그의 약혼자 줄리아 역의 배우는 괴물을 따스하게 보듬어 주는 격투장의 하녀 까뜨린느 역으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줄리아의 아버지 슈테판은 격투장의 투자자 페르난도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충직한 집사 룽게 역의 배우는 자크의 하인 이고르 역으로 출연해 무대를 풍성히 채운다.

이번 시즌 '프랑켄슈타인'에 새롭게 합류한 정택운과 이봄소리에게 1인 다역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 정택운 
 
Q. 총 몇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가, 각 인물의 이름과 매력은?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할 1인 2역을 맡고 있습니다. 앙리의 매력은 순수한 신념을 가진 청년이라는 점과 선을 대표하는 인간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앙리는 순수하기 때문에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와는 달리, 괴물은 다크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창조주인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심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복수로 표현된다고 할까요? 앙리와는 상반되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Q. 상대적으로 더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있기보다는 두 캐릭터 각자 명확한 색깔이 있기 때문에, 그 둘을 각각 다르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좀 더 많이 집중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의 의도나 나의 생각들을 담아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Q. 일인 다역 연기를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괴물을 연기할 때 동물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괴물은 갓 태어난 아이 같다고 생각해서 동물적인 움직임과 행동 양식을 많이 참고했고, 동물이 근육을 쓰는 방법들과 몸을 움직이는 방법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인물 자체가 되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앙리와 괴물의 연기 톤을 다르게 잡은 것도 있고, 노래하는 스타일이나 호흡들을 다르게 쓰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연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담기는 모양도 달라지듯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변화되는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했고,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보다는 감정을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Q. 제대 후 첫 뮤지컬로 '프랑켄슈타인'에 새롭게 합류했다. 공연 소감은?
매회, 매 순간 긴장하고 있습니다. 빅터들마다 색깔이 달라서 빨리 캐치해서 공연에서 표현하려고 하고 있기도 하고, 그날 주고받는 에너지가 다르기도 해서 긴장이 됩니다. 선배님들, 형들이 주는 에너지를 잘 받아서 또다시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이봄소리
 
Q. 총 몇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가, 각 인물의 이름과 매력은?
줄리아와 까뜨린느, 두 명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요. 줄리아는 단아하고 온실 속 화초처럼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지만 빅터를 향한 흔들림 없는 사랑을 지켜온 멋진 여성이에요. 그에 반해 까뜨린느는 남들이 보기에 구질구질해 보이고 밑바닥 인생처럼 보이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사실은 누구보다 예쁜 마음씨를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두 캐릭터가 너무나 상반되지만 그만큼 서로 가진 매력도 큰 캐릭터에요.

일인 다역의 매력은 확실히 한 극에서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많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정반대의 캐릭터가 일막과 이막에 걸쳐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해석을 하게 만드는지가 연기하면서 욕심이 나는 부분이죠. 앞으로 공연을 하면서 더욱 완벽한 줄리아와 까뜨린느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상대적으로 더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그 이유는?
줄리아도 까뜨린느도 넘버가 쉬운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금 더 힘이 드는 건 아무래도 울며 불며 소리치고 절규하는 씬이 많은 까뜨린느가 아닐까 싶어요.

Q. 일인 다역 연기를 위해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우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대사의 서브 텍스트에 집중했어요. 줄리아는 왜 그렇게 빅터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강했는지, 까뜨린느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대사 속에 서브 텍스트를 분석하고 연출님하고도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던 것 같아요. 또 하루하루 더 나은 공연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 중입니다. ‘체력이 국력이다!’가 요즘은 더욱 절실히 와닿거든요.

Q. 일인 다역 연기를 하다가 무대에서 당황했던 순간은?
한 번은 까뜨린느 역을 하면서 산다는 것 넘버를 부르기 전에 치마가 내려간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마 마이크 선이랑 다 보였을 거 같은데... 치마가 벗겨지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웃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내년 2월 2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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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쇼노트, NC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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