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한해 최고의 흥행을 거둔 캐나다 태양의서커스(서크 듀 솔레이) <퀴담>은 여러 가지 의미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이다. 눈을 의심케 할만한 출연자들의 현란한 테크닉을은 둘째 치더라도, 화려하고 예술적인 의상과 소품, 몽환적인 분위기와 음악은 ‘서커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깨버리기 충분했고 이 발상의 전환은 새로움을 찾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시대를 놓쳐버린 장르로 인식되어온 서커스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태양의서커스가 이번에는 <알레그리아>로 다시 돌아온다. 태양의서커스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들의 아홉번째 작품으로 전세계 65개 도시에서 천만 명 이상이 관람한 화제작이다. 빅탑 안에서 펼쳐질 화려한 세계를 미리 엿본다.

더 화려하게, 더 매혹적으로
알레그리아(Alegria)는 스페인어로 환희, 희망, 기쁨을 뜻한다.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은 다소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퀴담>과는 달리 좀 더 화려한 축제의 장을 펼친다. 이 축제의 장은 의상과 음악으로 먼저 느낄 수 있다.

의상은 마치 마법의 세계에서 갓 빠져 나온 신비스러운 요정 같이 아름답지만 묘한 인상을 준다. 디자이너 도미니크에 의해 디자인된 <알레그리아>의 의상들은 환희, 기쁨을 뜻하는 공연의 제목과도 매치가 된다고. 엔젤과 님프와 같은 캐릭터에는 연한 파랑색, 은색 등일 주를 이루고 올드 버드와 같은 괴상한 캐릭터에는 보석과 레이스 등을 달아 귀족적인 배타성을 드러낸다. 의상제작 담당 80명에 의해 제작되며 이 의상들의 옷감 80%는 맞춤 염색으로 수작업으로 염색된 뒤, 주문한 색상이 프린트 돼 <알레그리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음악은 태양의서커스 작품 중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 받는 부분. <알레그리아>의 음악은 아코디언, 색소폰, 키보드, 기타 등 어쿠스틱 악기와 타악기를 사용해 중세 떠돌이 음유시인이 지녔던 열정과 격렬함을 표현한다. 이 노래들은 무려 55주간 빌도드 월드 뮤직 차트에 올랐는가 하면, 1996년 타이틀곡 ‘알레그리아’로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1994년 초연된 <알레그리아>는 현재 남미 지역 투어 중에 있으며, 이후 한국 타이완 두바이를 잇는 아시아 투어를 끝으로 15년간의 투어 일정을 종료한다. 태양의서커스는 공연 복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알레그리아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퀴담을 연출한 프랑코 드라곤은 좀 더 화려하고 매혹적인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들 
변화와 정체, 환희와 절망을 표현하며 삶의 찬미를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건 독특한 캐릭터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캐릭터들도 환하고 밝은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권위적이고 비열한 캐릭터가 있다. 알레그리아는 이들을 통해 우리들의 상을 비춰준다.

플러(Fleu)
불가사의하면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알레그리아의 세계에서 관객을 안내해 줄 가이드다. 장난기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질투심이 많고 비열하며 성질을 잘 부린다. 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인물이지만 붉은 벨벳 천으로 된 마부용 자켓과 보석 박힌 조끼를 우아하게 걸쳐 입고 다닌다. 조키는 괴상할 만큼 불룩 나온 배를 간신히 가려줄 뿐이다.

올드버드(Old Bird)
스스로 자신들이 아직 젊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캐릭터. 거울에 비친 가지 모습에 감탄하지만 이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이들은 낡은 보수 귀족들로 여전히 자신들의 권력과 아름다움에 대해 확신하고 있지만 사실은 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추잡한 캐릭터들이다. 아주 부유해 보이는 색상과 레이스, 보석, 자수로 꾸며진 화려한 의상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크라운(Clowns)
크라운은 시대가 바뀌는 것을 지켜본 목격자로, 알레그리아의 사회 시사 문제 해설자이기도 하다. 인류의 영원 불멸의 정신을 상징한다. 귀엽고 코믹하여 어린아이 같은 그들은 이 세상을 온통 서커스의 세계로 바꾸어 놓는다.

화이트 싱어(White Singer)
자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노래로 고스란히 흉내 내는 이야기꾼이다. 우울함, 절망, 기쁨과 행복을 노래하는 캐릭터. 매우 아름다운 의상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드레스와 길고 흰 장갑으로 그녀는 마치 보석 상자 안에 있는 섬세한 도자기 인형처럼 움직인다.

블랙 싱어(Black Singer)
블랙 싱어는 화이트 싱어의 또 다른 자아다. 화이트 싱어와를 다른 사악함이 서려 있는 노래를 부른다. 그녀가 입는 검정 드레스 속에는 어두운 마음과 많은 비밀들을 숨겨두고 있다.

타미르(Tamir)
어디에서든 나타나 언제나 도와주는 그는 신비스러운 요정 같은 캐릭터. 필요할 땐 언제든 나타나고,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갑자기 사라진다. 눈에 띄는 금색 코트에 누빈 흰색 바지를 입고 산처럼 불룩 솟은 모자를 썼다. 활짝 피는 웃음과 반짝이는 두 눈은 영혼을 비춰주는 맑은 창이다.


인터뷰




태양의서커스 알레그리아
투어팀 홍보
클레오 보 다이(Cleo Vo Dai)


태양의서커스는 라이선스나 공연복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개의 모든 태양의서커스 작품은 각기 유니크하다. 모든 작품은 수 년간 제작팀의 협동 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이 과정을 거쳐 작품은 그 만의 개성과 생명을 부여 받는다. 이것은 실사 마법과도 같으며, 절대 복제될 수 없다.
그리고 공연에서 공연되는 액트들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서 한 장소에서 한 작품만을 볼 수 있다. 알레그리아가 서울에서 공연 될 때,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서울 단 한 곳이다.

퀴담에 이어 알레그리아를 한국에 선보인다. 퀴담과 다른 알레그리아의 특징은 무엇인가.
알레그리아는 다소 어둡고 몽환적이었던 퀴담과는 전혀 달리, 축제 느낌이다.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환희와 기쁨을 뜻하는데 이것은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 이 작품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진, 태양의서커스에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이때는 태양의서커스의 세계적인 성공을 처음 인지해 가던 시기 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공연에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행복한 순간에 대해 표현했다. 무대 세트와 의상은 매우 화려하며 아름답고 음악은 태양의서커스 작품 중에 가장 인기 있다. 알레그리아는 바로크 양식에서 유래된 화려함으로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좀 더 깊이 살펴보자면 알레그리아는 오래된 세력과 새로운 세력, 부유함과 빈곤함이 대치하는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출연자들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
11세 에서 64세로 구성 된, 17개국 출신의 55명의 아티스트가 공연한다. 이들의 이력은 매우 다양하다. 몇몇 아티스트는 러시아와 같이 서커스의 전통이 깊은 곳 출신이고, 다른 몇몇은 스포츠 분야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파워트랙을 공연하는 Lisa Skinner는 올림픽에 3차례나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알레그리아의 음악은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할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작곡가는 Rene Dupere인데 태양의서커스의 다른 작품을 작곡하기도 했다. 알레그리아의 음악은 사운드 트랙을 벗어나, 아름다운 음악 자체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한국 관객들이 충분히 즐겨 주길 바란다.

투어팀을 위한 학교가 있다는데.
투어팀의 학교에는 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나이는 5~15살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아티스트 이거나, 아티스트의 가족으로 공연팀과 함께 전 세계를 이동한다. 교과과정은 태양의서커스 본사가 위치한 퀘벡 주정부의 프로그램을 따르며 프랑스어 또는 영어로 진행 된다. 두 달 전에는 2명의 학생의 졸업식이 진행됐다.

세계 투어 공연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세계를 무대로 이동을 하다 보니, 수많은 에피소드가 생긴다. 문화권이 다른 지역을 갈 때 마다 겪는 일들이다. 투어팀에서 매일 하루하루가 모험의 연속이고 이러한 것들은 소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 공연지였던 남미와는 다르게 반응할 것으로 생각 되지만, 한국에서도 잊지 못할 시간을 경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어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큰 일 중에 하나는 20개가 훌쩍 넘는 다양한 국적의 구성원과 그 가족에게 적절한 서류를 준비시켜 입국 시키는 것이다.

알레그리아에서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매료될만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좀 어려운 질문이다. 알레그리아는 수많은 공연 요소로 이뤄져 있고 관객 개개인에 따라 다른 점들을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장면도 있고, 슬픈 순간도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크로바틱이 있으며, 무대 예술이 있다. 유머 또한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로 2500명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j@interpark.com)
사진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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