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들>, 2/27~4/26,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현실에는 없는 동화나라 이야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

지난 27일 막을 올린 <난쟁이들>은 이지현 작가와 황미나 작곡가가 당초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으로 구상한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이후 2013년 뮤지컬 콘텐츠 개발·지원 프로그램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에서 최종 선정된 후 지난해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에서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개막 전에는 배우들이 가상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연기한 홍보영상 등으로 화제에 오르는 등 여러모로 신진 창작진과 스텝들의 재기 발랄한 활약을 기대케 한 작품이다.

동화를 비틀었다, 참신한 ‘어른이 뮤지컬’
“처음 대본을 접하고 새로운 세대의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해 뮤지컬의 장르나 소재를 넓히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김동연 연출의 말대로, <난쟁이들>은 우선 참신한 스토리로 눈길을 끈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비틀어 만든 이 뮤지컬은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난쟁이 등의 등장인물을 통해 동화와 현실의 경계에서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현대인들의 심리를 재치 있게 꼬집고 풍자한다. 아무리 애걸해도 결국은 ‘뒷돈’을 챙겨줘야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나 남자와 키스하기 전에 그의 재력을 먼저 확인하는 신데렐라의 모습은 동화와는 전혀 다른 각박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회의를 품을 수 밖에 없는 남녀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내숭은 없다! 코믹연기로 풀어낸 19금 대사들
동화의 내용을 성인 코드에 맞춰 녹여낸 솔직하고 화끈한 ‘19금’ 대사도 기존 공연에서 만나보지 못한 매력이다. 난쟁이 빅은 마법사에게 소원을 빌어 “다리가 세 개”가 되고, 속궁합이 맞지 않는 왕자 때문에 일찍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린 백설공주는 그런 빅에게 “밤낮으로 괴롭혀”달라고 노래한다. 이를 능청스럽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난쟁이 찰리 역의 정동화와 조형균, 빅 역의 진선규와 최호중이 때로는 진지한 모습으로, 때로는 철없는 말썽꾸러기 같은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왕자와 백설공주 등 1인 다역으로 분하는 우찬, 전역산, 송광일 등도 코믹한 대사를 십분 살려낸다.

가지각색 아이디어 녹여낸 무대·음악
다양한 동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코믹하게 어우러진 대본에 걸맞게 음악과 무대도 다채롭게 구성됐다. 음악은 발라드에서 성악으로, 록으로 여러 장르를 오가며 펼쳐지고, 왕자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나 난쟁이들이 변신하는 모습 등이 유머러스하고 아기자기한 안무와 무대로 보여진다. 김동연 연출은 “새로운 이야기니만큼 금세 식상해지지 않도록 동화적인 컨셉 안에서 여러 가지 무대 형식을 차용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녹여내려고 한다. 콘서트 같기도 하고 인형극 같기도 한 다양한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기수>, 3/12~5/31, DCF대명문화공장 1관
“이 거지 같은 전쟁터 속에서도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꾸고, 춤을 추는 사람을 춤을 춘다!”

2008년 첫 구상에 들어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창작뮤지컬 <로기수>는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의 풍경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세계적인 포토저널리스트 베르너 비쇼프(Werner Bischof)가 촬영한 이 사진은 적십자단 환영식에서 복면을 쓰고 포크댄스를 추는 북한군 포로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 인상적인 사진을 본 <로기수> 창작진은 치열한 이념갈등 속에서도 또 다른 비상을 꿈꾸는 한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가슴 벅찬 꿈을 향한 몸짓
<로기수>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2년, 17만 여명의 북한군 포로들이 수용돼있던 거제도다. 당시 미군은 북한군 포로들에게 자유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기 위해 노래, 춤, 뮤지컬, 체스 등의 문화교육을 실시했고, 수용소 안에서는 전향자들과 공산주의자들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빚어졌다. 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엘리트 인민군인 형과 함께 포로가 된 주인공 로기수는 이곳에서 난생 처음 탭댄스를 접하고, 춤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그와 형 로기진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 작품을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꿈에 대한 이야기”라 정의한 김태형 연출은 “특수한 상황에서 자기 생명을 걸고 꿈을 추구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의 꿈을 응원하고, 개인의 꿈과 개성이 위협당하는 상황이 지금도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수많은 땀방울로 빚어낸 댄스장면
무수히 땀을 흘리며 꿈을 좇는 이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창작진은 포크댄스 대신 탭댄스를 이야기의 소재로 선택했다. 배우들이 수개월간 연습한 탭댄스의 격정적인 동작과 탭의 울림은 지난 23일 공개된 연습 현장에서도 감동을 전했다. 실제로 부산의 유명한 탭댄서였던 장우성 작가(극작/작사)는 자신이 아는 탭댄스 기술을 작품 곳곳에 녹여냈고, 포로들의 제식훈련 장면에서뿐 아니라 빨래방망이 소리, 장기 두는 소리 등 수용소의 여러 소리 및 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탭댄스는 기존 쇼뮤지컬의 탭댄스 장면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전한다.

1950년대 전쟁터 풍경 담아낸 무대와 음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구상한 2층 무대는 철조망과 나무 등을 통해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 현장을 재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춤에 빠진 로기수의 희열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플라잉 장치, 전투 장면에서의 폭발 장치 등이 활용된다. 31곡의 넘버는 록과 발라드를 비롯해 1950년대 미국음악을 모티브로 한 스윙과 재즈, 당시 한국가요를 떠올리게 하는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김종구, 홍우진, 임춘길, 오의식, 정순원 등 로기수 역(김대현, 윤나무, 유일)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배역 외에도 앙상블과 코러스를 맡아 무대를 빼곡히 채운다.


<쓰루더도어>, 3/13~6/7, 유니플렉스 1관
“시간은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열정이 시들어도 우린 늘 삶에서 특별한 일을 기대해”

<쓰루더도어(Through the Door)>는 영국과 미국, 한국 등 3개국의 제작진이 협력해 오랜 준비 끝에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뮤지컬이다. <슬리피 할로우>(뮤지컬)의 주디 프리드(Judy Freed)가 대본을 썼고, 음악은 <투모로우 모닝>의 로렌스 마크 와이트(Laurence Mark Wythe)가 만들었다. 2007년부터 만들어진 이 작품은 2013년 한국 제작팀 합류 후 또 한차례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쳐 이달 중순 무대에 오른다. 다국적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다채로운 구성과 세련미를 기대케 하는 작품이다.

모던한 무대에 담아낸 환상의 세계
이 뮤지컬은 슬럼프에 빠진 여류소설가 샬롯이 우연히 다용도실 문을 열고 자신이 집필 중인 소설 속 세계를 직접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성공만을 쫓는 남편 레니를 보며 외로움을 느끼던 샬롯은 소설 속에서 훤칠한 외모를 가진 왕자를 만나고, 이어지는 여러 사건을 통해 일과 사랑, 로맨스에 대한 고민을 풀어 나간다. 현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 고민을 담은 이 이야기는 심플하고 모던한 무대 위에서 시공간이 교차되는 가운데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대 남녀의 성장기
<쓰루더도어>는 여성과 남성 관객을 모두 아우르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샬롯의 남편 레니(정상윤, 김경수, 최수형), 왕자(전재홍, 백형훈, 민우혁)도 주인공 샬롯(오소연, 최수진, 유리아) 못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해 극 속에서 함께 성장해나간다. 사회초년생으로서 큰 시련을 겪고 좌절에 빠진 레니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초기 버전에서는 조력자의 역할만 했던 왕자 역시 이번 공연에서 샬롯과의 로맨스를 통해 큰 변화를 겪는다. “우리가 한번쯤 빠지는 슬럼프와 갈등, 환상이 잘 접목돼 있어서 폭넓은 관객층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 설명한 김현은정 연출은 “보통의 현대인은 한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변한다기보다 그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한 단계 성장한다. 그러한 모습이 샬롯과 레니, 왕자를 통해 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모로우 모닝> 이은 경쾌하고 풍성한 음악
<투모로우 모닝>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곡가 로렌스의 음악도 큰 매력이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만큼 연도별로 쌓인 악보집만 여섯 권에 이르며,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신곡이 세 개 더 추가됐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흐름 속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정서를 표현하는 감성적인 솔로곡과 듀엣 발라드, 앙상블의 4인조 중창 등이 펼쳐진다. 김현은정 연출은 “로렌스의 음악적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디즈니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음악으로 구성돼 있고, 한 곡 한 곡의 규모가 소극장에서 흔히 들을 수 없을 만큼 두텁고 풍성하다.”고 자신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랑, 배경훈(Mr.Hodol@Mr-Hodol.com), 기준서(www.studioc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