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후 너저분한 아파트에 집주인인 로라와 손님 대니만 남았네요. 런던에서도 꽤 좋은 지역에 이런 아파트를 소유하고 이사 온 기념으로 파티를 하는 로라가 대니는 마냥 부럽습니다. 친구 따라왔다가 로라에게 끌림을 느끼지만 여러모로 서로의 격차만 확인할 뿐이죠. 그런 대니에게 로라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며 저돌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돼요.

이혼남에 양육비 대느라 부모님댁에 얹혀살고 소심해서 대인관계도 소소한 자신에게 당당하고 아름답고 부유한 로라가 왜 저러는지 납득이 안 가니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자신도 그녀에게 끌리긴 했으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녀에게 끌린 건 매한가지라서 이해가 가지만 로라가 저러는 게 무슨 이유인지 관객인 저도 대니만큼 궁금해졌어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본심이 드러납니다.

영국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에 다양한 수상 기록을 자랑하는 연극 <비기닝>은 두 인물만 등장하는 2인극이에요. 우리나라 초연엔 역할 모두 더블 캐스팅이지만 배우 교차 없이 유선 배우와 이종혁 배우, 김윤지 배우와 윤현민 배우가 고정된 조합으로 공연을 진행합니다. 저는 유이커플로 봤는데~ 김윤커플은 어떨지 무척 궁금해지더라고요. 결이 꽤나 다를 거 같아서 두 팀 다 만나보면 더 재밌을 거 같습니다.

차가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싱글들이 느끼는 감정은 런던과 서울이라는 머나먼 공간 속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해요. 로라의 시도도 대니의 선택도 쉽게 받아들이진 못해도 이해가 가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오늘이 비기닝이 될지~ 해프닝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단순한 접점이 아닌 공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와 공존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되는 공연이 되길 바랍니다.

2025년 회색의 잿빛 시대를 살아가는
외로운 싱글 도시남녀들에게
사랑의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였어요.

특히, 20~30대 남녀의 모습과 꼭
닮아 있는 윤현민, 김윤지 배우 회차는
정말 눈이 탁 트일 정도로 캐릭터가
매혹적이었어요.

봄꽃처럼 다가온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용기가필요한 남녀에게 추천하고 싶은
연극 비기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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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극작가의 한국 초연이라고 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어요.
웨스트엔드에서 호평받는 작품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각색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연애도 사랑도 어려워지는 시기에 주인공들의 새로운 시작에
마냥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복잡한 감정선을 두 배우가 잘 풀어내준 것 같아요.
저는 30대 초반 여성이지만, 다른 나이대의 관람객들에게도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현민X김윤지 페어로 봤답니다 !

처음 사랑이 시작되는 시간들, 저에겐 따뜻하고 이쁘게 보여집니다. 90분간 살짝 설레면서 흥미진진 재미나게 보았어요~

''자연스런 만남 추구''로 통용되던 자만추가 ''자고나서 만남 추구''로 변해 버린 인스턴트 러브의 시대에 연극 <비기닝> 속 로라와 대니의 조심스러움이 신선하다. 극은 아직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하지만 첫 눈에 서로에게 끌린 두 남녀가 서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85분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로라가 다가서면 대니가 달아나는 상황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포기 않고 계속되는 대화 속에 두 사람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는 좁혀진다. 극의 시작 무대의 좌우 양끝에 위치했던 로라와 대니가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마침내 서로를 마주 보는 엔딩을 맞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저 욕망뿐이었다면 풍경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원한 것은 공허한 육체가 아닌 텅 빈 마음을 채울 감정이었다. <비기닝>은 현대 도시남녀의 외로움과 관계 맺기에 대한 불안감을 솔직하고 위트있는 대화로 통찰한다. 로라와 대니, 두 사람의 대화와 감정 변화 만으로 극의 몰입을 끌어내는 대본이 훌륭하다.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한 김윤지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 로라가 당당함 뒤로 숨겨 둔 오랜 슬픔과 외로움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극의 말미 로라가 자신의 아픈 비밀을 털어 놓은 뒤 식탁 위에 누워 외로움을 탄식하는 순간의 연기가 압권이다. 또렷한 딕션도 좋았고, 당당함과 우아함은 타고난 재능이다. 잔뜩 주늑 들어 어리버리한 대니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남자로 보여 준 윤현민 배우도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였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페어인 유선-이종혁 조합이 보여 줄 또 다른 감정과 서사도 기대가 된다.

스무살 청춘들은 이 극을 어찌 볼까 궁금해지더라는. 하지만 30대 이상의 관객이라면 로라와 대니의 극적인 하룻밤을 위한 조심스런 비기닝에 분명 조용한 공감의 응원을 보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