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며, 연기 지망생에겐 상당히 익숙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친구가 주변에 있다 보니 간접적으로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똔체홉극장에서 올린 <챠이카>를 접했을 땐... 제가 그동안 알던 <갈매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기분을 어디서 느꼈나 했더니, 대학 졸업 직후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실제로 만난 아그립파상을 봤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더군요. 저는 미대생이었다 보니 학창 시절 아그립파 석고상을 소묘로 질리도록 그렸던 경험이 있어서 매우 익숙했으나 그 진품인 루브르의 아그립파상은 제가 그동안 10대 시절 지겹도록 만난 아그립파와는 사뭇 다른 감동이었거든요.

으레 <갈매기>는 삼각 관계와 이로 인한 파국이 강조되거나, 배우를 꿈꾸던 순수한 소녀가 정작 여배우가 되었으나 파멸로 끝난 이야기에 집중이 되곤 하였던 느낌입니다. 하지만 <챠이카>의 경우에는, 패기만이 넘치는 신인 작가 "꼬스챠"와, 잘 나가는 기성 작가이나 그래봤자 톨스토이와 비교당하는 "뜨리고린" 각자의 이야기가 도드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순수하면서도 매력적인 "니나"는 마치 예술의 신 같은 느낌이었죠. 그렇게 3막을 거쳐 4막에 와서 패기넘치던 신인 작가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진 기성 작가가 되었고, 예술의 신을 취하던 기성 작가는 정작 예술혼을 저버리며 통속적인 현실(아르까지나)로 돌아가고 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물론 이건 작품을 감상하고 느낀 저의 해석일 뿐이고, 정답은 아닐 겁니다.
다만 이 작품이 저에게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틈이 날 때 마다 시간을 빼서 4회차에 걸쳐 막공까지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안톤 체호프의 희곡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도 <바냐 삼촌>이나 <세 자매>, <벚꽃 동산> 등 다른 안톤 체홉의 희곡도 관람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소극장의 재미가 있는 연극이다. 사랑이란 어떤 건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