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이 세상과 마찬가지로 온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연극입니다. 마냥 밝고 해맑은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탐구와 고찰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극단 다이얼로거의 작품은 항상 추천합니다.

선천적 안구 장애에 고아인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난은 대물림을 하기 마련이고, 더불어 불행도 그러하다. 행복은 좀처럼 뒤를 돌아봐 주지 않는다. [해주미용실]을 운영하던 해주가 스스로 원망하다 술병으로 일찍 죽은 뒤, 시각장애인인 현주는 직원인 화순을 가족 삼아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있다. 좁은 낡은 미용실이지만 현주에게는 나고 자란 공간, 그녀의 터전이다. 미용실을 다른 감각으로 지각하는 현주에게 이곳은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이 자유로운 곳이다.

가난한 산동네, 미용실을 오가는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골머리를 하나씩 안고 산다. 그들은 남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거칠고 불친절하다. 상대적 약자인 현주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현주는 꿋꿋하다. 여기까지. 이 연극은 현실에서 좀처럼 없는 행운이나 행복을 현주에게 주지 않는다. 이 동네는 누구도 오고 싶지 않는 곳이고, 누구나 떠나고 싶은 곳이다.

현주에게 호감을 잠시 보였던 짱깨가 그랬고, 현주를 아끼고 사랑하나 가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용실을 넘기는 화순이 그렇다. 그러나 방랑자처럼 세상을 유랑하는 짱깨의 미래나 사기꾼의 손아귀에 놀아난 화순 역시 미래가 암울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권선징악은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야기가 연극이니 속 편히 그랬으면 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면 상투적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사기꾼들이 사기를 치기 전에 현주나 화순이 미용실을 떠나기 전에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한들, 근근이 월세 정도를 내는 미용실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현주를 세상에 내보이는 대신 수치로 여겨 선글라스를 속옷처럼 쓰도록 강요한 해주의 비뚤어진 사랑은 현주를 미용실 지박령으로 만들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현주가 미용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사기꾼은 사기를 치고, 미용실은 흐지부지 없어지고, 현주는 낯선 장애인 시설로, 화순은 사기를 당한 채로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상황만 남긴 채 끝나는 이 연극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작가 송희연은 선함과 악함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네 이웃을 조심하라, 는 메시지를 이야기 하지만 앞서 사기와 별개로 짱깨와 떠나지 못하는 현주 입장에서 미용실에서 삶이 나아 보이지 않아 구별이 명확한 편은 아니다.

일정으로만 보면 더블캐스팅이 아니어도 될 듯 하지만 주요 배역을 각각 두 명씩 배치한 의도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를 고루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배역도 그렇고, 연기를 보여주기 좋은 작품이다. 작가와 연출이 배우로 활동하는 바, 이야기 구조보다 인물에 좀 더 비중이 커 보인다. 더블 캐스팅이니 공연 둘째날이 첫 무대인 셈인데, 배우들 연기가 매우 좋다. 전반적으로 비극이나 온돌방처럼 따뜻한 작품이다. 부담 없이 보기에 좋다. 한 가지 건의를 하자면 8월 달력이 걸렸고, 대사에서도 여러 차례 다가올 추석 등을 언급하는데 반해, 인물들 옷차림은 봄, 가을에 가깝다. 산동네라고 해도 그렇다. *

배우분들이 연기가 아주 훌륭합니다. 특히..! 악역을 맡은 김진곤, 김종선 두 배우님들! 정말이지 너무 간교한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하셨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그대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순 역의 안꽃님 배우님!! 배우님의 명품 연기 덕분에 인상 좋고 순하고 참한 인물 화순에게 정말 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이입 되서 두 악역들이 더욱 미웠습니다. ㅎㅎ 그리고 현주... 현주는 힘껏, 따스하게 안아주고 싶었어요. 따스한 온기를, 심장 박동으로 전해지는 생명력을 그저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많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무대를 통해 선을 질식시키는 악의 민낯을 잘 지켜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도 평범하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웃사람들의 악의 일상성과 민낯을 들여다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연극이었습니다.

재밌었고 배우님들 연기도 진짜 좋았네요^^지장지장 보살보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