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존재성, 죽음, 비극, 유한, 시간, 순간, 기억, 망각, 이야기, 영원. 연극 <비극의 일인자>는 앞의 단어들에 대해 말한다. 우리에게 그것들은 무엇인가? 연극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그것을 탐색하는 것은 힘들고 회의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맺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의 결론이 갖는 사실성 여부보다는 그것의 결론에 도달하려는 의지와 진실이 참으로 값진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이것이 <비극의 일인자>이고 극단 피오르이다. 극단 피오르는 인문학적 바탕 위에서 인간 존재와 세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극단이다. 201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우수작품 제작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초연한 <비극의 일인자>는 2014년에 이어 올해에도 재공연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쉽지 않지만, 그들의 컴백이 반가운 것은 바로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연극이기 때문이 아닐까.


연극 <비극의 일인자>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허구 인물 작가 고일봉의 이야기이다. 연극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현재 고일봉과 아내의 대화, 젊은 작가 고일봉과 젊은 아내의 대화, 고일봉과 여자1, 2의 대화, 그리고 고일봉과 첫사랑의 대화. 젊은 작가 고일봉은 노벨상을 타기 위한 불멸의 대작을 쓰려 한다. 그의 이러한 열망은 죽어가는 아내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비극을 쓰는 과정에서 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며 그의 자신감과 확신은 흔들려만 간다. 비극을 쓰고자 하는지 회의감은 물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길을 잃는다.


이처럼 그의 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인물들과의 만남이다. <비극의 일인자>의 작가 김성민은 젊은 고일봉과 아내, 그리고 현재 고일봉과 아내, 총 4명을 크게 과거와 현재의 구도로 설정함으로써 별도의 편집 없이도 극의 주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주제란 바로 ‘삶은 일종의 커다란 착각이라는 것. 그것은 순간들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변주하여 영원한 한 지점으로 환원되는 내적 체험.’이다. 여기서 말하는 첫 번째 착각은 바로 젊은 작가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죽음이 없이는 비극이 될 수 없다고,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한 그의 착각 말이다. 첫 번째 착각은 아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두 번째 착각은 깨달음과 함께 온다. 현재 고일봉은 과거의 자신은 엉터리 작가였다고, 알 수 없는 죽음을 아는 척 했을 뿐이었다며 지난날의 착각에 대한 후회를 한다. 하지만, 이내 아내는 말한다. ‘당신, 결국 주인공 살렸잖아. 주인공이 살아도 가능한 비극을 만들었잖아.’라고.

*자세한 내용은 http://artmconcert.com/220866726523?Redirect=Log&from=postView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 인생의 가치와 우선순위, 시간 등을 주요 키워드로 한 연극.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비극적인 비극은 비극이 아닐 수 있다. 죽음은 비극일 수 없다. 그저 우리는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간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관람하게 되었다. 철학적인 주제를 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연극 <비극의 일인자>








우리의 존재성, 죽음, 비극, 유한, 시간, 순간, 기억, 망각, 이야기, 영원. 연극 <비극의 일인자>는 앞의 단어들에 대해 말한다. 우리에게 그것들은 무엇인가? 연극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그것을 탐색하는 것은 힘들고 회의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맺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의 결론이 갖는 사실성 여부보다는 그것의 결론에 도달하려는 의지와 진실이 참으로 값진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이것이 <비극의 일인자>이고 극단 피오르이다. 극단 피오르는 인문학적 바탕 위에서 인간 존재와 세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극단이다. 201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우수작품 제작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초연한 <비극의 일인자>는 2014년에 이어 올해에도 재공연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쉽지 않지만, 그들의 컴백이 반가운 것은 바로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연극이기 때문이 아닐까.





연극 <비극의 일인자>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허구 인물 작가 고일봉의 이야기이다. 연극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현재 고일봉과 아내의 대화, 젊은 작가 고일봉과 젊은 아내의 대화, 고일봉과 여자1, 2의 대화, 그리고 고일봉과 첫사랑의 대화. 젊은 작가 고일봉은 노벨상을 타기 위한 불멸의 대작을 쓰려 한다. 그의 이러한 열망은 죽어가는 아내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비극을 쓰는 과정에서 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며 그의 자신감과 확신은 흔들려만 간다. 비극을 쓰고자 하는지 회의감은 물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길을 잃는다.





이처럼 그의 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인물들과의 만남이다. <비극의 일인자>의 작가 김성민은 젊은 고일봉과 아내, 그리고 현재 고일봉과 아내, 총 4명을 크게 과거와 현재의 구도로 설정함으로써 별도의 편집 없이도 극의 주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주제란 바로 ‘삶은 일종의 커다란 착각이라는 것. 그것은 순간들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변주하여 영원한 한 지점으로 환원되는 내적 체험.’이다. 여기서 말하는 첫 번째 착각은 바로 젊은 작가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죽음이 없이는 비극이 될 수 없다고,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한 그의 착각 말이다. 첫 번째 착각은 아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두 번째 착각은 깨달음과 함께 온다. 현재 고일봉은 과거의 자신은 엉터리 작가였다고, 알 수 없는 죽음을 아는 척 했을 뿐이었다며 지난날의 착각에 대한 후회를 한다. 하지만, 이내 아내는 말한다. ‘당신, 결국 주인공 살렸잖아. 주인공이 살아도 가능한 비극을 만들었잖아.’라고.




아내와 늙은 작가 고일봉의 대화는 극의 초반과 후반에 배치되어 극에 안정감을 준다. 그 중간에는 여자 1, 2와 첫사랑이 등장한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보면 그들은 작가가 만든 이야기 속 인물이거나 관련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서사가 진행되며 관객들이 이전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 극을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다. 여자 1은 젊은 작가가 아내에게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지’ 관해 말하다 4개의 선택지 중 남편을 직접 죽인 여자이고, 여자 2는 자신의 집에 오는 가정부 아주머니와 관련된 여자이다. 여자 1과 2 두 역할을 하는 배우 문형주는 작가와 관객들에게 사실을 알려준다. ‘죽인다고 다 비극인 것이냐, 남편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저쪽 무대에서 캐스팅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으로 인해 젊은 작가는 죽음과 비극, 그리고 시간과 영원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늙은 작가는 첫사랑과의 재회에서 기억의 왜곡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극의 서사가 지닌 철학적 메시지는 무대와 조명으로 극대화 된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바로 회전 무대이다. 그리고 무대를 돌리는 사람은 오직 젊은 작가와 늙은 작가 두 명이라는 점이다. 즉, 시간을 되감으며 혹은 빨리감으며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것을 찾아가는 두 사람이다. 양 끝 창의 길이와 경사가 다른 무대는 주제의식을 내포한다. 바로 인간의 죽음과 삶, 실존적 공간과 비존적 공간, 존재와 무존재, 의미와 무의미를 나타내는 ‘있다’와 ‘없다’ 등 이분법적이면서도 공존하는 시공간을 말이다. 중앙에 위치한 회전 무대는 젊은 작가가 여자 2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뛰어내리는 곳인 현실을 초월한 곳이기도 하고, 현재의 작가가 극의 초반과 후반에 앉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 곳은 경계가 허물어진 곳이 아닐까. 중앙 회전무대를 둘러싼 천으로 둘러싸있는 벽에서도 경계가 허물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들은 손으로 천을 가르며 출입한다. 이와 같이 유연한 무대는 기억의 스펙트럼을 상징한다. 나중에 이곳에서 기억, 망각, 그리고 왜곡을 경험하는 늙은 작가는 몸과 천이 얽히기도 한다. 더불어 조명의 사용도 효과적인데, 젊은 작가와 아내가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정말 긴 터널이 눈앞에 있는 듯이 조명과 창을 이용해 보여주고, 첫사랑이 나타나는 부분에서는 조명이 정말 물놀이를 연상시킨다.








<비극의 일인자>는 많은 궁금증을 남긴다. 그래서 결국 작가의 이야기는 허구였을까? 그 또한 죽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를 제외한 모든 이가 죽은 사람들이었을까? 첫사랑은 정말 자신이 쓴 작품 속 주인공이었을까? 하지만 극이 끝나갈수록 ‘A는 B이다.’와 같은 정답 찾기를 멈추게 된다. 왜냐하면 극을 이루는 단어들인 ‘우리의 존재성, 죽음, 비극, 유한, 시간, 순간, 기억, 망각, 이야기, 영원’이 과연 정의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것들을 ‘정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우리 삶에 어떤 형태로 스며들어 있는지 생각을 해보는 것이 아닐까. 아내가 접고 있던 종이배처럼, 작가가 첫사랑과 유년시절에 갖고 놀았던 종이배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고, 순간을 포착하려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순간’은 ‘시간’이 되어 모든 ‘존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연극 <비극의 일인자>는 소중하고 의미 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쉽게 잊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에. 이것이 바로 비극의 일인자로 남은 작가가 우리에게 준 숙제가 아닐까.




참고: 연극 <비극의 일인자> 프로그램북

[출처] 연극 <비극의 일인자>|작성자 아트엠콘서트

더 자세한 내용은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artmconcert.com)

다소 내용이 어려웠지만, 배우들의 열연에 흥미롭게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