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자꾸 생각나요

산소 호흡기처럼 서로를 붙들고 자는 두 소라게의 긴 심해 여행기. 작 마에다 시로, 연출 윤혜진, 번역 이홍이. 이 조합을 2년 만에 다시 봤다! 참 좋아했던 양배추의 유례> 이후. 내용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창작자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녀왔다. 지인이 만들어서 응원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짜 오랜만에 순전히 보고 싶은 연극을 보러... 사건도 없고 갈등을 일으키는 대사도 없어 어떻게 긴 시간을 이끌어나갈지, 인물 1과 2는 극 중에서 그럼에도 (미묘하게) 변화해나갈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연극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어떨지도. 왜냐하면 내가 이런 극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여기에 얼굴을 파묻고 고마움, 반가움을 가득 전하고 싶을 만큼. 템포 조절의 납득성과 텍스트 너머에 안개처럼 떠있는 개인들의 불안이 보여 좋았다. 환상과 현실을 꿰어놓는, 그렇기에 외려 리얼한 점들도. 배우 분들의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연기도 너무 좋았다. 불면증에 아침까지 혼자 눈을 뜨고 있는 일상. 고단한 애인을 보며 그가 그만 잠들었으면 하는 마음과 아직 자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오가고 있다. 내가 잠들 때까지 지켜봐줬으면 하는 날도 있고, 뭐라 웅얼거리며 나눈 대화가 심야 라디오처럼 듣기 좋아 계속 말해줘... 했던 날도 있다. 수면제도 듣지 않던 어느 날엔 짜증이 나서, 억울해서 한컴창에다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재워주는 알바를 하는 희곡을 쓰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런 상태의 인간에게 이 극은 자장가 같았다. 1은 끊임없는 각성으로 나타나는 개인적 불안을 어떻게든 이겨나가려 2에 대화를 이어가고, 2는 끊임없는 밀려드는 졸음으로 대변되는 개인적 불안을 어떻게든 달래려, 1의 말들을 들어주는 듯 툭툭 끊어내는데, 묘하게도 그런 식으로 둘은 잠에 실패하면서 깨어있을 때의 각자의 불안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계속 느끼고 바라보고, 인정해주는 것 같은... 그리고 서로가 그런 서로를 알고 있는. 다 알면서 모른 척해주는 것 같은, 참 다정한 극이었다.

어딘가, 언젠가, 누군가 처음엔 낯설지만 그들을 따르다보면 그 안에 내가 있다. 잘자라랄라

"잘자라랄라" (작:마에다 시로 번역:이홍이 연출:윤혜진 조명:성미림 음악:백인성 무대:송아름 출연:조영규, 박용우 제작:극단 전망 극장:미아리고개예술극장 별점:★★☆☆☆) 먼저 홍보 문구를 옮겨 본다. "おやすまなさい" 이 이야기는 자고 싶어 하는 사람과 자기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원제는 "오야스마나사이" 인데, ''안녕히 주무세요'' 라는 의미의 일본어 ''오야스미나사이'' 에서 한 글자만 바꾼것이다. 작가 마에다 시로는 극중 이 말의 의미를 ''상대방이 안 잤으면 좋겠을 때 하는 말'' 이라고 설명했다. "자지마" 라는 제목으로 2016년도에 봤었지만 언제나 신뢰하는 영규 배우의 출연으로 선택한 공연이다. 폭소가 터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역시 개연성 없는 대사들이 지루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