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생처럼, 진실한 배우를 향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최재림

작성일2015.06.02 조회수1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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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극장 뮤지컬로 돌아오는 최재림에게 그간의 근황을 물으니 “학생처럼 살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9년 <렌트>의 주역을 맡으며 혜성처럼 나타나 2011년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출연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넓힌 그는 고민 끝에 2013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연기’라는 작물을 튼실히 키워낼 땅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서일까, 한 달 전 공개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뮤직비디오에서 본 그의 모습은 한층 더 원숙해진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스승 지저스를 제 목숨처럼 사랑하면서 끝내 그를 배신한 남자, 결코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유다’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그에게 물었다.

Q 오랜만에 대극장 뮤지컬에 돌아온다.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큰 부담감을 갖고 연습하고 있다. 대극장 뮤지컬을 장기로 하는 건 거의 2년 만이니까. 또 워낙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이라서 이 작품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좀 밀어 붙이고 있다. (박)은태 형, 마이클 리 형, (한)지상 형 등 주변 분들과도 다같이 의기투합하고 있고, 앙상블 분들도 이번에 정말 에너지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면서 으쌰으쌰하고 있다.

Q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넘버가 워낙 유명한데, 전에 불러본 적이 있나.
‘해븐 온 데어 마인즈(Heaven on Their Minds)’, ‘겟세마네(Gethsemane)’는 혼자서 많이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두 곡 다 원체 다 쉽지 않은 넘버라 만족스럽게 연습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웃음). 이번에 실제로 연습하며 불러보니 혼자서 불렀을 때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적인 흐름도 알게 되고, 서로 교류하는 배우들도 있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것이 나와서 즐겁게 부르고 있다.

Q 발성에 있어서 신경 쓰는 것들이 있나. 안무도 해야 하는데.
안무는 일단 연출님께서 많이 자제시켜주셔서 한시름 놨다(웃음). 발성의 경우에는 어쨌든 이 음악이 가진 색깔을 잘 드러내야 하니까, 록의 느낌도 있고 소울의 느낌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샤우팅이나 스크래치 사운드를 많이 쓰는 부분도 있고, 원래 나라면 본능적으로 소리를 더 내고 싶었을 부분에서 소리를 줄이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Q 뮤직비디오에서의 헤어스타일은 공연 때도 쭉 유지하는 건가.
내가 짧은 머리를 거의 20년 이상 했다. 그러다 보니까 질리기도 했고 한번 길러보고 싶어서 대학원 들어갔을 때 그냥 무작정 길렀다. 지금보다 더 길었는데 7~8cm 자른 거다. 무작정 기르다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합류하게 됐는데, 연출님이 생각보다 긴 머리가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일단 이 길이로 가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대신 어떻게 해야 지저스와 겹치지 않을지 연출님이 고민하고 계신데, 자르진 않을 거다.


Q 유다를 어떤 인물로 그리고 있나. 이지나 연출이 최재림의 유다는 ‘지적인 유다’라고 했다고.

일단 내가 생각하는 유다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도 죽는, 굉장히 비극적인 인물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감정 기복이 심하고 야성적인, 겉으로 에너지 표출이 많이 되는 인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연출님이 ‘그 해석이 틀린 건 아니지만 최재림의 유다는 좀 다르게 접근을 해보자’고 하셨다. 겉으로 표출하는 것을 오히려 다 지우고 안으로 쌓아보자고. 그래서 연습 초반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동선만 밟고 노래만 부르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해석을 잡다 보니까 오히려 겉으로 발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안에 쌓이더라. 그래서 지금은 연습 초반에 아껴놨던 에너지를 다시 조금씩 꺼내서 표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지적이고 이성적인,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겉으로 다 표현하지 않는 조금 특이한 유다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신선하다. 이제 가장 이성적인 유다가 지저스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무너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다.

Q 혹시 유다를 연기하며 떠올린 과거의 기억이나 상황들이 있나.
누굴 배신한 적이 없어서(웃음). 일단 처음에 머릿속으로 인물을 분석할 때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 내가 만약 친형이나 부모님, (박)칼린 선생님, 정말 믿고 따르고 아낌없이 다 줄 수 있는 그런 주변 인물들을 배신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또 입장을 바꿔서 내가 정말 믿었던 사람이 날 배신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 장면 연습에 들어온 후에는 최대한 상대방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그 사람을 더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모든 사람이 개죽음을 당하는 그런 상황에서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잡고 연습을 하고 있다.

Q 신에 대한 유다의 시선은 어떤 것인가.
내가 생각했을 때 유다는 굉장히 현실주의자 같다.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지금 당장의 현실이 중요한 사람인 거다. 그래서 지저스를 향해 ‘모든 게 잘 되고 있는 이 현실을 두고 왜 굳이 그 선택을 하십니까’라는 고뇌와 갈등을 느끼는 거다.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고, 그 현실적인 관점을 지저스에게 계속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벽에 부딪힌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비극을 맞게 되는 인물인 것 같다.

Q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 박은태와 각기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가.
지금은 주로 은태 형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두 분의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 은태 형의 경우 (에너지를) 안에 갖고 있는 고요한 지저스라서 그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항상 있다. 물론 터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 전까지는 수면 아래서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마이클 리 형과 할 때는 좀 더 몸에서 에너지가 표출되기 때문에 약간 물이 끓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내적 갈등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은태 형과 부딪혔을 때 재미있으실 것 같고(웃음), 조금 더 겉으로 불꽃이 튀는 걸 보고 싶으신 분들은 마이클 리 형을 보시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관객이 이 작품을 보며 어떤 것을 얻어가기를 바라나.
우리 작품을 종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약간 불쾌하거나 거북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종교를 이야기한다기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지저스는 좋은 의미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유다는 그 정반대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관계를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증오했던 것도, 신념이 완전히 달랐던 것도 아닌데 애정이 애증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그 관계를 중심적으로 봐주시면 좀 더 풍부하게 공연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Q 신앙이 있나.

모태신앙이다. 전 집안이 카톨릭이다. 부모님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하게 됐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우리 아들이 하는구나’하고 좋아하시더라. 무슨 역할이냐고 물으셔서 유다라고 하니까 메시지가 바로 바로 뜨던 핸드폰 채팅창이 잠시 조용해졌다(웃음). 얼마 있다가 ‘그래, 굉장히 복잡한 인물인데 잘 해봐라.’ 하시더라. 내게 신앙이 있다고 해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지저스나 유다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 분의 인간적인 삶은 어땠을까 생각하며 바라보니까 개인적으로도 애틋한 감정이 있고, 모든 인물들에게 애착이 간다.

Q 극중 지저스처럼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을 꼽는다면.
너무 많은데, 일단 부모님, 그리고 (박)칼린 선생님이 있다. 칼린 선생님은 내가 일에 있어서나 인간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도록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 분이다. 지금도 많은 꾸지람을 받으면서 좀 더 나은 인격체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웃음). 선생님은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항상 잘 잡아주시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신다. 내가 좀 편한 걸 좋아하다 보니 연습실이나 학교에서 좀 풀어진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선생님이 내 행동을 정확히 잡아주신다. 또 사람을 대할 때 내가 ‘아’라고 해도 상대방은 ‘어’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상대방이 내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먼저 생각한 다음에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Q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눈앞에 두고 가장 크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
대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진학을 고민할 때였던 것 같다. 대학원을 갈 것인지 아니면 작품을 쭉 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주변에서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딱 반반이었다. 그냥 작품 하면서 배우면 되지 왜 굳이 대학원을 가냐는 분들도 있었고, 공부는 제대로 하는 게 좋으니 잘 생각했다고 말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내가 성악을 배운 것처럼 근본적으로 연기라는 농사를 지을 땅을 만드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땅이든 씨를 뿌리고 열심히 가꾸면 작물이 자라긴 하겠지만, 그 땅의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학교에서 연기실력이 얼만큼 늘지도 모르고, 학교와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다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기라는 것을 공부할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싶었다. 기본적인 화술, 움직임, 대본 읽는 법도 기초부터 정확하게 배우면서.

Q 실제로 대학원에 들어가보니 어땠나.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건 움직임 수업이다. 마임 수업, 가면 수업 등 여러 가지 수업이 있었는데 몸을 쓰는 게 특히 재미있더라. 예전에는 그냥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움직임의 어떤 공식이 세부적으로 나뉘어있는 것을 알고 배우다 보니까 그냥 움직일 때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좀 더 움직임이 잘 보일지, 어떻게 하면 인물의 상태를 좀 더 잘 드러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화술과 호흡, 발성을 배우게 되면서 그냥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무대에서 하는 말이 어떻게 다른 지도 알게 됐다. 동기들과 장면 연습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고 토의하고, 색다른 해석을 선보여서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시간도 재미있었다. 되게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다.

Q 연극도 할 생각이 있나.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해야지.

Q 이제까지 봤던 연극 중 어떤 것들이 인상적이었나.
제일 최근에 본 연극이 국립극장에서 본 < NT Live 프랑켄슈타인>과 <리처드 3세>인데 아주 재미있게 봤다. 고전을 많이 본 것 같다. 대학원에서 처음 했던 연극이 입센의 <유령>인데, 굉장히 신선했고 많은 자극이 됐다. 연극을 해보니 노래를 할 때보다 오히려 더 긴 호흡으로 많은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존재해야 하더라.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무대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뚝심이 생겼다. 자신감도 붙고.


Q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기 외에 나중에 또 배워보고 싶은 것은.

움직임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마임이라든지 현대무용이라든지, 좀 더 적극적으로 몸을 쓰는 것을 기본부터 경험해보고 싶다.

Q 그간 창작뮤지컬 <가야십이지곡>이나 오페라 <리타>와 같은 새로운 공연들에도 많이 참여해왔는데.
무조건 새로운 걸 하자는 생각으로 했던 건 아니다. 이 분야에 실력 있고 가능성 있는 작가와 작곡가 분들도 많고 좋은 요소들을 가진 작품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나도 그런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리타>의 경우 원래 내 전공으로 돌아가보는 재미가 있었고, 관객 반응도 좋았다. 전혀 다른 걸 보여준다기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가 낯설게 생각했던 것들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그런 생각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라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진실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사실 그때는 스스로도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정확히는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좀 알 것 같다. 배우가 아닌 최재림으로 살든, 배우 최재림으로 살든,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더 겸손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이 되어서 무대에서 더 진실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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