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보다 공연에 더 깊이 몰입한다. <브레멘 음악대> 제작자인 유열 대표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의 감성을 세심히 배려해 따스하고도 생동감 넘치게 꾸민 <브레멘 음악대>는 어느새 어린이 공연의 '스테디 셀러'가 됐다. 이 작품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 7주년을 맞은 <브레멘 음악대>는 그 동안 똑같은 공연을 2년 이어서 한 적이 없다. 해마다 음악·의상·안무·무대 등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지난 7일 개막한 2012년 <브레멘 음악대> 역시 더 탄탄해진 스토리와 음악, 새로운 캐릭터로 찾아왔다. 정체되지 않기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하는 유열 대표.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7주년을 맞은 <브레멘 음악대>, 이번에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셨나요?

유열 : 작년에 <브레멘 음악대>를 공연하면서 '영상을 적절히 활용했다,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반면 '세네 살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렵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동화적인 면을 살리는데 초점을 뒀어요. 좀 더 따뜻하고 섬세한 공연이 되도록 아날로그적 감성을 많이 보완했죠.

'300살 먹은 부엉이 할아버지'를 등장시킨 것도 같은 이유에선가요?

유열 : 그렇죠.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300살 먹은 부엉이 할아버지'는 네 주인공의 멘토이자 어린이 관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안내자에요. 캐릭터뿐 아니라 음악도 보완했어요. 김태완 음악감독이 음악을 좀 더 예쁘고 풍성하게, 섬세하게 완성했죠. 물, 바람 소리 등 아이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음향효과를 많이 가미했어요.

<브레멘 음악대> 주제가 "비 투게더(be together)"인데요.

유열 : 저마다 꿈을 가진 네 마리 동물이 모험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북돋아주는 과정이 그려지죠. 성격도, 개성도 다른 네 마리 동물을 통해 '너희는 다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쟁체제에 내몰리고, 디지털 게임을 접하죠. 자연을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혼자 노는데 익숙해지고, '배려'라는 가치를 배우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함께'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친구, 가족에 대한 좀 더 폭넓은 개념을 가질 수 있고요. <브레멘 음악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등장인물들을 좀 소개해주세요.

유열 : 중견부터 신인까지 9명의 배우가 포진해있어요. 브레멘 음악대의 동물 네 명, 멀티맨 4명, 그리고 300살 먹은 부엉이 할아버지죠. 멀티맨은 때로는 악어때, 때로는 도둑, 때로는 동물들의 주인으로 변신해요. 그 4:4의 구도와 호흡을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거에요. 또 주인공마다 동키송, 러스티송, 캐티송, 도기송 등 각자의 아리아가 있어서 듣는 재미도 커요. 관객들한테 '음악이 중독성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뮤지컬은 역시 음악이 중요하죠.

<브레멘 음악대>는 부모님들도 아이와 함께 많이들 보시는 공연으로 알려져 있어요. 

유열 : 엄마 아빠들도 배꼽 잡을 만한 장면이 많거든요. 아이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러 왔다가 부모님들도 함께 행복해지는 뮤지컬이죠. <브레멘 음악대>는 어린이공연 치고는 매니아층이 많아요. 매년 보는 관객들도 있거든요. 관객 중에 '올해는 또 어떤 것이 달라졌을지 궁금해서 와보게 된다'는 어머님이 계셨어요. 참 감사하고, 그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아마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것 같아요.

6년 동안 공연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유열 : 세 가지가 기억나요. 한번은 공연이 끝났는데 한 아이가 훌쩍거리면서 우는 거에요. 배우들에게 '가지 마'하면서 진짜 서럽게 울더라고요. 그럴 때 '공연을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공연에 몰입하니까요.

또 한번은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공연장을 나서면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 모습에서 아빠와 함께 공연을 봤다는 행복감과, 아빠랑 공연 이야기를 실컷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였어요.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브레멘 음악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부모와 공연을 볼 때 더 편하게 봐요. 옆에 든든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세 번째는 어떤 아빠 관객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이에요. 편지에 '이제까지 아이와 함께 한 시간 중에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 한 회의 공연으로 너무나 소중한 추억과 감동을 나눈 아빠와 아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쓰셨더라고요. 그 편지를 읽고 여러 장 복사해서 공연대기실에 붙여놨어요. 우리는 단지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거니까, 매 순간 정말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게 됐죠.

어린이 동요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고, '동요를 사랑하는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셨죠. 어린이 문화컨텐츠에 유독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유열 :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소중해진 거에요. 아이들 공연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잘 만들어야 하고, 이 분야에서 브랜드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죠. 우리나라 어린이 문화환경이 녹록하지 않거든요. 외국에는 어린이 문화컨텐츠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가 않아요. 제작자들이 다들 공감하는 어려움이죠.

요즘은 관객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 않나요?

유열: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자녀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나라 부모들 못지 않을 텐데, 정작 현실적으로 그런 배려가 많지 않아요. 어린이 공연은 유치하고, 애들이나 보는 것처럼 이야기하죠. 유럽에서는 특정 자격증이 있어야 어린이 뮤지컬을 만들 수가 있어요. 그 공연이 어린 관객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게, 교육적인 면을 담아 섬세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그만큼 제작의 난이도가 높은 컨텐츠에요.

어린 시절의 문화적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유열 : 아이들은 공연을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고, 많은 걸 꿈꾸거든요. 동요 중에도 부르는 순간 맑아지는 노래가 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런 음악을 접할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아이돌 음악이나 개그프로그램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잖아요. 물론 그 안에도 재미가 있지만, 보다 아날로그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해야 여러 가지 자극을 받을 수 있어요. 아이들의 문화가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거나 허술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어른들의 역할 같아요.

앞으로 무대에 올릴 다른 작품도 소개해주세요.

유열 : 3년 전부터 준비한 가족뮤지컬을 올해 10월쯤 선보일 계획이에요. 외국인들도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죠. 우리끼리만 만들면 자칫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스텝들과 함께 만들고 있어요.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작품도 있는데, 그건 내년에 선보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