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용재 오닐, 비올라로 부르는 <슬픈노래>

작성일2010.03.04 조회수1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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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자신의 다섯 번째 솔로 음반에서 ‘노래’를 했다. 물론 그의 곁을 한 시도 떠나지 않는 비올라를 통해서다. 태생부터 ‘가사’와 함께였던 세계의 명 가곡이 선율 만으로 부활한 것이다. ‘슬픈 노래’를 타이틀로 새 앨범에 수록된 곡들과 함께 리사이틀을 여는 그는 “슬픔이나, 또 다른 슬픔”이라며 남다른 인상을 풀어 놓는다.


아름다운 슬픔을 가진 노래들

한 연주자의 솔로 음반 네 장이 무려 10만 장이 훌쩍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는 건 클래식계에 보기 드문 일이다. 그 연주자의 악기가 바이올린도, 첼로도 아닌, 쉽게 앞에 나서지 않았던 악기 비올라라는 것도 놀라웠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를 보다 더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연주자인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의 선택 때문일 것이다. 비올라의 깊은 울림을 더욱 잘 드러낸 2집 ‘눈물’에 이어, 슈베르트만을 정석으로 파고든 3집 ‘겨울 나그네’, 바로크 성찬을 선사한 4집 ‘미스테리오소’까지 새로운 선택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그이기에 가곡을 주 레퍼토리로 한 새 앨범 역시 흥미롭다.

“평소 오페라를 많이 들어요. 특히 독일 오페라를 좋아해요. 사람들과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최근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노래들 중에서 레퍼토리를 선택하게 되었죠. 음악은 가사 없이 또 다른 새로운 창조와 표현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거든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Vocalise)’, 히나스테라의 ‘슬픈 노래(Cancion Triste)’, 드보르작의 가곡집 집시의 노래 중 하나인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 등 명가곡이 비올라로 탄생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크리스토퍼 박도 함께 했다.

“2집 ‘눈물’과 앨범의 컨셉은 비슷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운드는 더욱 아름답고 레퍼토리 선택도 대단히 인상적이에요. 이 앨범을 통해 저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어요.”

새로운 곡들과 함께 리사이틀 무대에 서는 그는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아르헨티나 작곡가 구아스타비노의 ‘장미와 버드나무’를 꼽았다. 기존의 음악과 조금 더 다른 방법으로 연주한 것에 더해 ‘다른 슬픔’이 묻어 있다고 한다.

“브람스의 ‘네 개의 엄숙한 노래’는 젊은 우리들로서는 겪어 보지 못한 어떤 ‘끝’(클라라의 죽음)을 예감하며 대단히 힘들게, 필사적으로 쓴 곡입니다. 하지만 구아스타비노는 브람스와는 또 다른 감정의 슬픔이에요.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없고, 어디에도 내가 속해 있지 않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러한 슬픔이 더욱 느껴지죠.”


빼 놓을 수 없는 그와 Ditto


솔로 앨범과 공연이 또 다른 새로움을 탐하는 ‘모험적’이라면, 그가 중심에 있는 실내악 앙상블 그룹 디토의 활동은 조금 더 친근한 악수이다. 2007년부터 지난 해까지 세 번째 시즌을 이어오는 동안 디토를 통해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젊은 관객들이 대거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디토의 활동은 언제나 즐겁고 흥분 되요. 사실 처음 디토를 시작할 땐 그리 큰 기대를 갖지 못했는데, (임)동혁이 함께 하면서 더욱 즐거워졌어요. 작년엔 그간 원해왔지만 못 해봤던 색다른 시도를 하기도 했고요. 인생은 예상치 못한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로 이뤄지는데, 디토는 분명 대단히 좋은, 놀라운 일이에요.”

올해 역시 디토는 찾아오지만, 원년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쟈니 리와 첼리스트 패트릭 지가 빠져 섭섭해 할 팬들이 많을 것이다.


“쟈니 리는 저와 아주 친한 친구인데 LA필의 연주 일정이 너무나 많고 바쁘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좀 더 같이 해 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질적으로 제가 친구로서 해 줄 것이 없었어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이든, 경력이든 스스로가 이뤄나가야 하잖아요. 마음 속으로는 아주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새로운 멤버 바이올리니스트 슌스케 사토를 비롯하여 오프닝 공연을 같이 할 조슈아 벨 등 그는 올해의 변화를 또 다른 도약으로 보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디토가 가는 길에 가속도가 될 수도 있어요. 지난 세 번의 시즌이 좋았다고 여기에서 멈추면 더 많은 사람들이 실망할 수도 있지요. 세계는 항상 변화로 움직이고 있잖아요.”

아이언맨이 되겠다고?
게을러지려는 날 다스릴 뿐


지난 2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그는 시청에서 잠실까지 오전 8시 반부터 3시간 이상을 달렸다. 휴대폰에 꼼꼼히 기록된 매일의 ‘러닝 다이어리’를 보여주는 그는 재작년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더욱 슬림해진 몸매를 여전히 유지 중이다.

“지난 여름에도 거의 매일 하루에 7마일(약 11km)을 뛰었어요. 지방이 적어졌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기도 하고 빨리 추위를 느끼기도 해요. 작년 겨울 맨하튼에서 뛸 때는 영하 5도 였나? 너무너무 추워서 손이 금새 몬스터 처럼 얼어붙곤 했죠.(웃음). 왜 계속 마라톤을 하게 되는 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웃음) 뛰는 걸 좋아한다는 건 분명해요.”

올해 역시 멀고 긴 호흡으로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마라톤 같은 일정이 그 앞에 있다. 서울, 런던, 마드리드에서 공연할 런던 필과의 협연을 비롯, 이미 많은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디토 페스티벌, 최근 정신 단원이 된 링컨센터의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연주와 UCLA에서 그를 기다리는 학생들도 만나야 한다.

“2012년까지 스케줄이 이미 나와 있어요. 많은 일정이 싫진 않냐고요?(순간 절묘하게 인터뷰 장소에 흐르던 음악이 비통하며 강렬한 음을 내었다) 이렇다고나 할까요?(웃음) 농담이에요, 절대 비극적이지 않죠. 많은 관객들과 함께 있는 건 언제나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30대 초반의 젊은 비올리스트는 여전히 배고픈 듯 또 다른 새로움과 도전을 향한 전진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기대 외의,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로 차곡차곡 채워지는 그와의 만남은 늘 내일을 궁금하게 만든다. “연주자로 사는 건 대단히 힘들기 때문에 쉽게 게을러 질 수 있다”는 그는 수영, 자전거, 달리기를 이어가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이러다 아이언 맨이 되는 거 아냐?”라며 활짝 웃는 그에게 이 봄의 슬픈 노래는 분명 ‘슬프지 만은 않은 또 다른 노래’임이 분명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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