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살의 신’ 송일국·이지하, "현대인의 민낯 까발리는 통쾌함,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비슷해”

작성일2019.02.13 조회수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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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본업인 연기보다 예능을 통해 대한, 민국, 만세 아빠로 더 유명해진 송일국과 지난해 연극 ‘미저리’에 출연 후 1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이지하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송일국과 이지하가 함께 출연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도 정리하면 그런 이야기다. 맛깔난 텍스트와 시니컬한 코믹함이 매력적인 이 작품은 지난 공연에서 우아하고 품격 있는 부모들의 망가지는 모습과 한없이 유치한 어른들의 민낯을 통쾌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송일국과 이지하는 ‘대학살의 신’에서 극중 남경주, 최정원의 아들에게 ‘맞은’ 소년의 아빠 미셸과 엄마 베로니끄로 분해 다시 한번 찰떡 호흡을 자랑할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장난으로 아내 이지하를 웃게 만들던 송일국과 칭찬과 격려로 남편 송일국의 기를 팍팍 살려주는 이지하와의 만남을 전한다.
 
송일국 “프랑스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 보내”
이지하 “2019년은 ‘대학살의 신’과 새롭게 시작 하고파”

 
Q 두 분 모두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서 1년여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송일국: 2017년에 이 작품 끝내고서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에 가서 1년 3개월 지내다 지난해 12월에 들어왔어요. 아내가 법관 해외 연수를 프랑스에서 받느라 저도 아들들과 같이 프랑스로 넘어갔죠. 그동안 제일 많이 한 게 집 청소와 세쌍둥이들 관리였어요. (웃음)
 
이지하: 저는 작년에 연극 ‘미저리’를 끝내고 드라마도 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봤던 한 해였어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서, 지금 아홉수야, 아홉수라 그래. 지나가면 괜찮을 거야 그러면서 마음을 다독였어요. 올해는 ‘대학살의 신’과 함께 시작하니까 뭔가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일국 씨가 그동안 프랑스에 가서 지냈다고 해서 부럽기만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더라고요. 인생에서 사실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송일국: 맞아요. 흔치 않은 경험이죠. 저는 원래 미대에 가려고 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그림을 좋아해요.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제일 좋았던 게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베르샤유 궁전을 가서 원 없이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림 보면서 처음으로 울어 보기도 했고요. 우리 작품 배경으로 나오는 공원, 꽃 시장에 가서 사진도 찍어오고요. 이번 시즌 공연 프로그램 북에 제가 찍은 사진을 제공하기로 했어요.

지난 시즌 첫 공의 기억 잊을 수 없어
이번 공연도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파

 
Q. ‘대학살의 신’이 지난 시즌 관객 반응이 참 좋았어요.
이지하: 첫날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다들 어리둥절했어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이 쉼 없이 웃는 거예요. 작품의 텍스트 자체도 재미있어서 어느 정도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거랑  관객들이 반응이 완전히 다른 거예요.
 
송일국: 저는 첫 공연 날 관객들의 반응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연기하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날은 첫날이기도 하고 일부러 웃기려고도 안 하고 연습한 대로만 했거든요. 그래서 관객들이 더 많이 웃은 것 같아요. 그런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저희도 관객들을 더 웃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지하: 관객들이 우리 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해 주니까요. 배우들은 거기에 부응하고 싶어 했죠.
 
송일국: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니까 관객들이 잘 안 웃더라고요. 웃긴 웃는데 웃음의 종류가 처음에는 빵빵빵 이어졌다면 나중에는 빵 쉬고 빵 쉬고 그렇게 웃더라고요. (웃음)
 
Q 이번에 다시 만난 ‘대학살의 신’에서 새롭게 보이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요?
송일국: 저희 작품 후반부로 가다 보면 부부싸움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번 공연에는 아무 느낌 없이 했는데 프랑스에서 살다 오고 나니까 이 부분만큼은 리얼하게 할 수 있더라고요. (웃음) 제 아내랑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쭉 존대하고 지내는데요. 프랑스 오기 전에는 소리치며 싸울 일이 거의 없고 실제로 싸우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프랑스 가서 함께 지내다 보니까 십 년 동안 못 싸운 것 다 싸운 것 같아요. 매일 얼굴 보고 사니까 정말 지지고 볶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와서 작품 연습하는데 이 부분의 텍스트가 이젠 다르게 다가오는 거예요. (웃음)

이지하: 이제 드디어 메소드 연기가 되는 거야. (웃음)

저는 이번에 연습 들어가기 전에 대본을 보는데. 베로니끄가 “혼돈과 균형이죠”라고 하는 대사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 대사가 대단한 의미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닌데 인간 이지하로서 많이 공감이 되는 말이었어요. 다들 제 나이쯤 되면 깨닫는 게 생긴다고 하는데 전 하나도 모르는 것 같고, 그런 혼돈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연기의 합의 비결

매일 매일 챙겨 먹는 연습실 간식 때문?


Q 네 명의 배우들이 2017년 공연 당시와 동일한 캐스팅을 요구하셨다고 들었어요.
이지하: 우리 작품은 네 명의 배우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끊임없이 연기를 주고받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연기적인 합이 중요해요. 그걸 위해서는 인간적인 친밀함이 쌓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친밀함을 새로운 사람과 다시 만들어 간다는 게 원래 같이 사람에게 배신하는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랬어요. 그런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서 다른 분들도 원래 캐스트대로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송일국: 지하 선배, 이렇게 말 해놓고 나중에 다른 사람과 하기만 해봐요. (웃음)

Q 연기의 신들이 모이셨잖아요. 각자 분야에서 활약한 연기 경력만 합쳐도 어마어마합니다.
이지하: (최)정원 언니랑 (남)경주 선배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요. 20대들도 못 따라가는 밝고 뜨겁고 열정적인, 만개한 꽃 같은 에너지가 매일 새롭게 피어나요. 두 선배님들이나 일국 씨나 몇 십 년 간 자신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증명하고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저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연습하면서 많이 느껴요.

그래서 어려움 없이 앙상블을 이뤄낸 것 같아요. 작품을 하다 보면 '저 배우 때문에 연기 못하겠어' 하는 순간이 가끔씩 찾아올 때가 가끔 있는데요. 이번에는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정말 우리 넷의 합이 최고로 좋은 것 같아요.

송일국: 우리 작품은 특별한 게 무대 전환 없이 배우들이 계속 대사를 주고받아요. 거기서 오는 묘미가 있는데 어느 순간 조금만 방심하면, 도미노처럼 무너져요. 연습할 때도 누구 한 사람 컨디션에 따라서 나머지 세 사람이 영향을 받아요.

이지하: 사실 큰 액션 없이 대사만 하는 데 쉬운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잘 된 것은 다 같이 잘 된 거고요. 안 되면 다 안된 거예요. 그만큼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에요. 2인 1각 달리기처럼 넷이 모두 한 호흡으로 끝까지 가야 해요. (플디: 네 분 연기의 합의 비결은 뭘까요?)

송일국: 간식의 힘?

이지하: 맞아요. 일국 씨가 간식 요정이에요. 매일 귤 한 박스를 가져와요. 왜 이 많은 걸 매일 사오냐고 하면서도 우리는 또 그걸 매번 다 먹어요. 우리 넷의 호흡의 비결은 일국 씨가 매일 제공하는 간식 덕분 아닐까요? (웃음)
 



“연극 ’대학살의 신’ 현대인의 민낯을
끝까지 까발리는 통쾌함,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비슷해”

 
Q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대한민국 상위 1%라는 상류층 사람들의 민낯이 까발려지는 싸움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요. ‘대학살의 신’도 부부들의 실제 모습이 드러나면서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지하: 저도 드라마 애청자로서 재미있게 봤는데요. 사실 현실에서는 연극처럼 다 까발리지 않기 때문에 연극만큼 끝까지 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그러나 누구나 겉모습과는 다른 면도 가지고 있잖아요.

우리 작품에서 네 명 모두 갈 때까지 가니까 관객들이 대리 만족을 하는 것 같아요.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요. 관객들이 무대 위의 배우들을 보면서 마음껏 비웃고 웃다가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 씁쓸한 느낌이 들죠.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제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물 불 안 가리는 상류층들의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우리 연극이나 ‘스카이 캐슬’이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거기서 오는 통쾌함이 닮은 것 같아요.
 
송일국: 며칠 전에 연습하다가 연습을 중단했어요. 대한이가 유치원에서 눈가가 찢었다고 연락이 와서요. 그래서 다른 애가 대한이한테 그랬으면 정말 ‘대학살의 신’처럼 갈 뻔했는데, 다행히 우리 애들끼리 그랬더라고요. (웃음)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극중 부부의 상황의 많이 공감돼요. 3월에 세쌍둥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점점 이런 상황들이 생길 확률이 많아질 것 같아요.
 



친근함이 무기 송일국
연기의 맛을 느끼고, 이번 공연에서 접신?!

 
Q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번 공연이 더 기대가 돼요.
이지하: 이번에 일국 씨를 굉장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일국 씨는 친근함이 굉장한 무기잖아요. 자신의 매력을 배역에 녹여내서 무대에서 절묘하게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요.

송일국: 결국 지하 선배가 중심을 잡아주니까요. 잘 굴러가는 것 같아요. 항상 제가 옆으로 새려고 하면 지적하고 바로잡아줘요. 연출님이 뭔가 이야기도 해도 돌려 말하면 제가 그걸 이해 못 할 때가 있는데 그걸 다 통역해주더라고요. 이번에도 무대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베로니끄를 기대해주세요.

이지하: 제가 아무래도 혼자 연극배우이다 보니까 책임감을 느끼나 봐요. 물론 다 강점이 있는 배우들이고 그 강점과 캐릭터가 어우러져서 관객에게 어필될 거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책임감을 저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도 느끼고 있고요.

지난 공연에서 일국 씨를 보면서 ‘무대에 서는 맛을 느꼈다’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배우가 무대에 서는 맛을 알게 되면 굉장히 용감해지거든요. 제가 보기에 이번 공연에서 일국 씨가 굉장히 용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좀 걱정도 돼요. 어디로 튈지 몰라서. 일국씨가 이번 공연에서 접신할 것 같아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질 테니 관객 분들 꼭 공연 보러 와주세요. (웃음)

송일국:  안 그래도 요즘 연습하다 '접신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꼭 그러고 나면 꼭 연출님이 지적을 하지만 미셸답게 꿋꿋하게 에너지 있게 하려고요. (웃음)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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