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플디에게 부탁해②] 주연보다 눈에 띄네, <젊음의 행진> 전아민

작성일2009.10.12 조회수13272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짧은 커트머리, 서글서글한 눈빛과 시크한 표정의 ‘여고생’. 머리카락을 살짝 찰랑거리며 당당하게 걸아 가는 모습에 주위 여학생들의 선망 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그녀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빠질 수 없는 감초, ‘상남’이다. 대사가 많지 않고, 주인공도 아니지만 상남이는 관객들이 객석을 빠져나올 때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캐릭터다. 눈에 띄는 이국적인 이목구비의 배우 전아민이 아니었으면 이처럼 관객들에게 각인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스> <밴디트> <제너두> 등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쳐온 배우 전아민을 플디에게 부탁해 두번째 인터뷰이로 만났다.

아이디어로 커진 캐릭터, 극 중 대사는 단 ‘세 번’

“주연이 아닌 조연이 재미있게 나오니까 누군지 많이들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젊음의 행진> 공연 전,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한 전아민은 특유의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조용한 청년이었다. 그의 말대로 공연 속 상남이는 오히려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캐릭터이지만 처음 대본을 받아 들었을 땐 캐릭터 라인도 잡혀 있지 않은, 원작에도 없는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추민주 연출님의 여고시절에 실제 이상남이라는 인물이 있었대요. 대본에 ‘효성여고 퀸카’라고만 돼 있었고 구체적인 라인은 하나도 잡혀있지 않았죠. 특히 어렸웠던 점은, 상남이는 보이쉬한 여자가 연기하는 것과 남자가 보이시한 여자를 연기하는 게 굉장히 다르거든요.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그는 남녀공학인 예고를 나온 경험을 살려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지금의 헤어스타일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 캐릭터를 잡아나가면서 여러 아이디어가 덧붙여졌고 덕분에 처음 설정보다 역할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극 중 그의 대사는 단 세 번 나온다.
“다들 알면 놀라시는데 ‘선생님 괴롭히지 마’ ‘너도 매력 있어’ ‘축하한다 너’가 제 대사의 전부에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두 시간 내내 나와서 이야기 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웃음)”

에피소드도 많다. 초연 당시 교복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나온 상남이를 남자 관객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 “여성 관객들은 잘 알아요. 여고에서 저런 캐릭터가 있었으니까. 남성관객들은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상남이를 여성성이 강한 남학생으로 오해도 하셨죠.” 그래서 나중엔 치마로 교체하고 색조화장도 해 지금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7년, 뮤지컬만 바라본 노력파

전아민을 ‘상남이’로만 규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 드라마에서의 아역 연기자, 어린이 극단을 거쳐 스무 살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 잔뼈가 굵은 배우다. 7년 이상 무대를 누비면서 함께 한 동료 배우들도 많아 최근에 <전아민의 M살롱>을 진행하는 바탕이 됐다. 뮤지컬 토크쇼의 개념으로 최근 시즌2를 마무리한 이 무대에, 김산호, 조정석, 김동호, 강원래, 김송 등 그의 지인들이 출연했다.

 

“뮤지컬 노래가 나오면 박수를 치고 춤을 추고 싶어지잖아요.관객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배우들의 이야기도 편안하게 듣고요.”
어려운 점이 있었냐고 묻자 “제가 진행이 서툴어서”라며 쑥쓰럽게 웃는다. “M살롱 컨셉트와 맞는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는 한정적이라는 점도 쉽지 않았어요. 흥겹게 있는데 <오페라의 유령> 노래를 부를 순 없잖아요.”

스무 살 이후,  무대만을 바라보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뮤지컬 <밴디트>다. 이 작품에서 나레이터와 아이돌스타 역을 맡은 그는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역할에 빠졌다. “거의 중반부터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며 “120회 공연을 하면서 120번 울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전체 대본의 70%를 차지하는 긴 대사도 그를 긴장케 했다.
“등장인물 다섯 명의 인생을 모두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대사량이 엄청났어요. 정화선배님, 영미선배님 같이 훌륭한 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우선 대사는 연습장을 사서 깜지를 만들어 가며 달달 외웠죠. 감정보다 우선 대사를 외우자, 했거든요. 대사가 모두 머리에 있으니까 정화선배님이 대사를 던지면 머릿속에 있던 대사가 감정을 가지고 튀어나오더라고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너두>에서는 뮤즈역할을 맡아 캐릭터 설정을 위해 이태원 게이바를 관찰하기도 했다.
“그 작품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 재미있는 점이 있더군요. 미국에선 게이 선정 1위 뮤지컬이 <제너두>라고 합니다. 제너두에 출연한 모든 남자들이 게이였고요. 남자주인공이 여자를 사랑하는 상황 자체가 코믹이 되는 작품이었던 거에요. 저도 이태원 클럽을 다니면서 관찰 하곤 했어요.”

“마음 헤아릴 수 있는 감성적인 역할 맡고파”

아역시절 ‘임꺽정’ 등 드라마에 출연한 그에게 그 동안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러브콜도 받아왔다. 하지만 스무살 이후 뮤지컬만을 바라본 그에게 타 장르에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 가 있노라면 “내가 왜 여기있지”란 생각이 들곤 했다.
“친한 형들이나 동료들이 그런 저를 답답해 했어요. 왜 쉽게 갈 수도 있는 길을 돌아서 가냐고요. 그런데 힘들게 오는 게 아니라 전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에요. 어렸을 땐 다른 현장에 가면 내 일 놔두고 다른 것을 하는 것 같아 불편해 했고요. 지금이요? 지금은 뮤지컬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면 다른 장르도 도전하려고요.”

그는 함께 데뷔하거나 그보다 늦게 무대에 선 후배들이 계단을 밟아 올라가 한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다.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원칙이 변하진 않았다고.
“전 지킬이나 팬텀이 되고 싶진 않아요. 주어진 환경에서 무대에 서는 게 항상 중요했어요. 작품이 좋다면 앙상블도 전혀 문제되지 않거든요. 무대는 저에게 한계단씩 올라가 정상을 탈환하는 목표가 아니라 산책할 수 있는 대상이에요.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죠? 저에게 어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어요. ‘벤츠타면서 앙상블 하는 게 꿈이라고’(웃음)”

인터뷰 동안 그는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와는 다른 조용하고 감성적인 모습이다.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 “실제 저를 보고 예상과는 180도 다르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말한다.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외모로 보면 활발할 것 같지만…어디 설문조사에서 ‘클럽에서 만날 것 같은 배우 1위’에 제가 뽑혔다고 해요(웃음). 이미지가 그런가 봅니다.”

지금까지 그와는 정 반대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가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뮤지컬 <렌트>의 마크 같은 친구요. 그를 보면 항상 밝고 바쁜 것 같지만 그럴수록 내면이 더 슬픈 사람이 있어요. 마크란 친구가 그렇거든요. 감성적이고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잘 할 수 있는데(웃음)”

이십대 후반에 들어선 그에게 무대는 심장을 뛰게 하는 설레이는 대상이다. “싸이월드에 이렇게 적어놓았어요. ‘전 심장이 뛰기 위해 사는 사람입니다. 평일 8시~11시, 주말 2시~8시. 월요일엔 심장이 안 뜁니다’라고요. 그 말 그대로 에요.”
평일 오후 6시 30분, 상남이로 변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전아민의 눈이 좀 더 총명해진다. 심장이 뛸 시간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댓글 목록

전체댓글 수 1
  • *** 2009.10.14 섹쉬한 상남이 !!^^ 언제나 화이팅 입니다~*
처음 페이지 이전 페이지1 다음 페이지 마지막 페이지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