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스맘> 김정난 “눈물, 생각만 해도 나와요”

작성일2009.08.26 조회수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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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부부. 이들이 순식간에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증오하는 관계가 된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 연극 <미스맘>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배우 김정난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녀가 분노와 상실감을 눈빛 하나, 흐르는 눈물 한 줄기에 담아낸다.

오랜 시간 브라운관을 통해 꾸준히 모습을 보여준 친숙한 배우 김정난이 <미스맘>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사전적으로 미스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기증이나, 입양을 통해 엄마가 되는 여성. 이 작품에서 그녀는 현모양처에서 ‘미스맘’의 길을 택하는 여성, 나영을 연기한다. 연습이 끝나고 김정난은 아직 눈물 때문에 빨갛게 상기된 코끝을 쑥쓰러워하며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나영은 미스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여자에요. 아빠 없는 아이를 만든다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여자였지만 남자에게 크게 상처를 받고 미스맘의 길을 택하죠. 요즘 여자들은 독립적이잖아요. 내 일만 있다면 굳이 속 썩어 가면서 남자를 만날 필요를 느끼지 않을 테니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아직 미혼인 그는 ‘결혼과 이혼, 미스맘’의 길을 가는 나영의 선택에 대해 ‘나라면 그렇게 못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전 자신이 없어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아이를 훌륭하기 키우기엔 스스로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너무나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죠.”

이해하는 걸 넘어, 그가 무대에 서는 순간엔 완전히 나영이란 인물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데뷔 20년 차가 지닌 노련함과 경험이 때문이다. 그녀 역시 사랑을 하고, 헤어진 여성으로 이 작품이 보여주려 하는 또 다른 의미에 대해 분석해 보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건 미스맘을 두둔하거나 부정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에요. 여자들이 왜 미스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말 하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여자들은 대부분 사랑을 하면 남자에게 모든 걸 주려고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잖아요. 항상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항상 저울질 하고. 나쁘게 말하면 비열한 거죠. 이 작품에선 자신의 과거도 결코 깨끗하지 못한 남자가 자신은 합리화 하면서 부인은 몰아붙여요. 남자들의 이기심 때문에 미스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랑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랑의 아이러니” 대목에선 다시 눈가가 붉어진다. 그러면서 “내 나이 정도 되면 경험이 투여가 되는 게 당연”하다며 밝게 웃어 보인다.

 

밝고 털털한 성격이지만 카멜레온 같은 감성은 그녀를 비운의 여인으로, 철없는 천방지축으로, 청순한 여인으로 변신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규정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 한다. 시원한 성격의 그녀가 무대를 앞에 두면 항상 긴장하는 것도 의외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남들은 전혀 안 그럴 것 같다고 하는데 무대에 서기 전엔 많이 긴장하는 편이에요. <햄릿> 할 때 후배들이 많이 놀랐어요. 제가 들어가지 전에 많이 긴장하니까. ‘넌 긴장 안 되니? 희안하다, 어떻게 긴장이 안 되니’라고 물었다니까요.(웃음) 9월부턴 드라마 촬영과 병행을 해야 하는데,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그 때문에 요즘 연습에 굉장히 매진하고 있어요.”

데뷔 이후 1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던 그녀에게, 최근 가진 6개월 간의 휴식은 모처럼 달콤한 여유를 선사했다. 곧 시작할 드라마와 현재 연극에 재충전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중이다. 조급하지도, 늘어지지도 않는 그의 마인드는 큰 슬럼프를 극복하며 생긴 자신감이다.

91년 KBS공채로 데뷔해, 청춘 드라마 ‘내일은 사랑’으로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90년대 중반 슬럼프에 빠졌다. “살다 보면 누구나 겪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방송 리포터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릴 때 승승장구하면서 잘 나아가다 어느 순간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주변 상황에 화를 냈어요. 결국은 내가 부족해서 그랬던 건데. 다시 낮추고 시작하자 해서 이름도 바꾸고 아침방송 리포터부터 시작했어요. 전엔 ‘배우가 왜 리포터를 해,’ 이랬다면 그땐 ‘할 수 있어’로 생각이 바뀐 거죠.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리포터로 일하며 전국의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녔다. 그렇게 6개월 뒤, 김정난은 그 프로의 MC가 돼 2시간 짜리 아침 생방송을 이끌었고, 그때부터 드라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 자리로 돌아오기 많은 시간이 들었다”란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김정난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그만큼 보이지 않게 단단한 편이다. 그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며 오히려 되묻는다. “그래요? 전 잘 몰라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다만 그냥 난 연기자니까, 연기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 뿐이거든요.” 다만 앞으로 믿음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김갑수 선배님처럼 저 배우가 나오면 퀄리티가 있구나, 이런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연기를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전 살짝 본 눈물 연기에 대해 노하우를 묻자 “20년 연기하면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깔깔 웃는다.
“그냥 원래 잘 울기도 했지만 제가 그 감성을 발달시킨 것도 있어요. 경험이나 상상에서 나온 감성을 꺼내는 건 테크닉이 필요하거든요. 더 극대화해서 빨리 몰입할 수 있게. 자꾸 하다 보면 머리 속에서 명령만 내려도 눈물이 나와요. 배우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미스맘>을 여성보단 오히려 남성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한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분들이라면 위로를 받고 가실거에요. 아직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여자를 재단하려고 하는 남성들은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될 것 같고요. 남자들이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여자친구 손에 끌려 오시겠지만.(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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