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콰지’.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조순창에게 생긴 별명이다.
조순창이 <노트르담…> 무대에 처음으로 오른 건 지난해 10월 김해공연 때다. 그의 첫 무대는 윤형렬 콰지모도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기교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보이스에 섬세한 연기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콰지모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 공연 반응, "어, 쟨 뭐야?"

“처음 관객들의 반응은 반반 이었어요. <노트르담..>을 처음 본 분들은 좋아하셨지만 형렬이의 콰지모도에 익숙한 분들은 싫어하셨죠. 제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어? 쟨 뭐야?’ 이런 분위기였어요. 처음 저의 어줍지 않은 자신감 때문에 시행착오도 겪었고요(웃음).”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간 10개 도시의 무대에서 콰지모도르 연기했다. 그리고 이제 연습 기간까지 1년을 콰지모도로 살며 내면에 순박한 콰지모도가 들어선 듯 하다.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한쪽 어깨가 올라간 꼽추 콰지모도의 몸을 만들고 콰지모도의 감성을 내재화 하기 위해 매일 분투했다. 덕분에 그의 감성을 전해 받은 관객들은 그가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부를 때 어김없이 눈시울이 붉히곤 한다. 이 새로운 콰지모도의 무대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이제는 팬들로부터 ‘꽃순창’이라는 애칭을 지닌 배우가 됐다. 꽃순창 이야기가 나오자 “감사할 따름”이라며 쑥쓰럽게 웃어 보인다.

“형렬이나 법래 형이 만들어 놓은 콰지모도가 워낙 견고해 그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무 것도 없이 창조를 해낸 분들이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벽을 넘는 게 아니라. 윤콰지가 있다면, 저는 저만의 콰지모도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순수 콰지모도'
그의 <노트르담..>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지난 해 출연한 뮤지컬 <햄릿>으로 인연이 된 윤형렬, 이정열, 박은태가 조순창에게 <노트르담..> 오디션을 권한 것이다.
“제 소리가 독특했나 봐요. 정열이 형이 처음 보시더니 저보고 ‘클로팽하지 않을래?’ 물으시더군요. ‘너 임마 어울리다’면서(웃음). 다음 날엔 형렬이와 은태가 오더니 콰지모도가 어울린다고 흥분하더군요. 오디션을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했죠. 혼자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형렬이가 그러더군요. ‘형은 분장 안 해도 콰지모도야, 무조건 된다’(웃음).”

결국 그는 <노트르담..>의 오디션을 봤다. 지정곡은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그는 “관계자분들이 신기하다는 듯 보시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 관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는 그는 마지막으로 연출자 웨인폭스를 통과해야 했다.
“웨인과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노래로 대화를 했어요. 한 시간 반이 지나니 그의 입에서 ‘오케이’가 나왔죠. 제 안에 콰지모도가 있다며 선택해 주셨어요.”

그는 콰지모도의 순수함을 잘 표현하는 배우다. 캐릭터의 감정을 정밀하게 표현하고 담백하게 노래를 소화해 그의 공연만을 보는 관객들도 생겨났을 정도. “스스로 노래에 기교가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은 ‘정직한 박자에 담백한 노래를 부른다’고 평한다며”며 멋쩍게 웃는다. 순박한 콰지모도의 모습 그대로다.

“콰지모도를 연기하기 위해 어린 시절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 안에 콰지모도가 다 들었더군요. 어렸을 때 짝사랑 하는 여학생 집 앞에 배달하던 신문을 놓고 오던 그 마음이요.”

콰지모도의 외로움 역시 그의 경험에서 나온다. 대학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고향 순창(그의 고향은 이름과 같은 전북 순창이다)에서 무작정 상경해 미사리 가수의 가방을 들어주는 일명 ‘가방모찌’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가수가 무대에 오를 수 없으면 대신 무대에 서기도 하며 무대에 가까이 가도록 노력했지만 상처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 당시 상처도 많이 받고 외로웠어요. 콰지모도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외로운 사람이에요. 그런 그에게 에스메랄다가 처음 손길을 보냈을 때 빠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제가 어렵고 외로웠을 당시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지금 모두 콰지모도에 대입하고 있어요.”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1999년 대학가요제에 입상을 했다. 뮤지컬과의 인연은 그때 생겼다.<모스키도>와 같은 뮤지컬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을 쌓아갔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이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 그는, 서울예대 뮤지컬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내내 1등을 놓치지 않는 악바리 학생으로 정평이 나기도 했다. 그 후 <마리아마리아> <햄릿>에 얼굴을 보이며 객석과 눈도장을 찍어 나갔다. 특히 그가 <햄릿>에서 연기한 '프리스트'는 뮤지컬 배우로서 주목을 받게 한 첫 역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노트르담..>과 콰지모도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첫 주연작으로 뮤지컬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점 이외에도,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스스로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 국립극장에 서는 그의 각오는 예사롭지 않다.

“<노트르담..>는 저에게 큰 행운으로 다가온 작품입니다. 콰지모도로 관객들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떨리네요. 이 작품을 위해 10개월을 달려왔습니다. 준비한 것 아끼지 않고 보여드릴 것이니, 오셔서 즐기셨으면해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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