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페인>의 사랑스런 '뒤에서 두 번째 여자' 구원영

작성일2008.12.26 조회수1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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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페인>에서 ‘끝에서 두 번째 여자, 세진’역의 구원영은 참으로 새콤달콤 귀엽다. 작년 뮤지컬 <천사의 발톱>의 마담 역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그간 <모스키토>, <지하철1호선>, <그리스>, <살인사건>, <싱글즈>, <컴퍼니> 등의 작품을 통해 굵직하고도 탄탄한 연기를 선보였던 뮤지컬 배우 구원영.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8년 차 배우라는 기둥을 여전히 탄탄히 쌓고 있는 그녀를 만난다.

마침 공연을 보러 갔을 때는 객석이 거의 만석이더라.
작품에 티켓 파워가 몇 천 장씩 되는 인지도 큰 배우는 없지 않느냐. 많아야 백 장?(웃음) 그야말로 입소문에 의지를 해야 하는 건데, 그러려면 계속 작품을 계속 열심히 하고 더욱 좋아지도록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연 시작이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작품 변화가 있는가?
배우와 관객들이 보는 작품이 각기 다르다. 배우가 극의 몰입도, 대사에 부여되는 진실성 등을 느낀다 해도 밖에서 보는 사람은 그게 아닐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이 배역을 하면서 무대에 서 있는 게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간의 모든 배역이 소중했지만, <카페인>은 2인극으로 그만큼 체력소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나면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진다. 무대에서 아무리 활동량이 많아도 집중이 잘 된 날은 힘이 하나도 안 들지만, 내가 잘하고 있나 하나하나를 체크하게 될 때는 온 몸이 뻐근하고 무척이나 피곤하다. 나쁜 건 이 작품 하면서 컨디션이 좋으니까 매일매일 술을 먹게 된다는 것?(웃음)

술자리 멤버는 같은 배우들인가?
그렇다. 더블 캐스트라 해도 모든 배우가 달랑 4명이다. 한 두 명 빠지면 배우의 반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2인극이니까 내가 연습에 불성실하거나 좀 게으르면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대형 작품은 불성실한 배우 몇 명, 아주 열심히 하는 배우 몇 명이 뒤섞여도 흘러가는 부분이 있는데, <카페인>은 그 한 두 명의 영향이 연습이나 흐름에 엄청나게 타격을 준다. 이런 것에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작품들 보다 배우가 적으니 스텝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상대 배역인 지민 역할의 김태한과 임철형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텍스트나 캐릭터 분석은 두 사람이 다른 게 없다. 사람의 이미지가 다르니까 달라 보이는 것 뿐이고, 나는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낀다. 나만 갖는 강박관념일 수도 있겠지만, 태한이랑 할 때는 내가 더 풋풋해야겠다는(웃음). 동갑인데 왜 내가 더 늙어 보이는 것이냐!(웃음)

그간 강한 이미지나 실제 나이보다 높은 연령의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싱글즈>부터 또래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뮤지컬에서는 보이스 칼라와 이미지가 중요한데, 내 목소리가 여성스럽거나 비련의 여주인공을 할 만한 느낌이 아니지 않느냐(웃음). 얘기할 때도 중저음이고 외모도 좀 마르고 튀어나오는 강해 보이는 이미지니까 아마 그런 것 같다. 배우로서 이상적인 것은 10대 연기는 20대가 하는 게 제일 잘하고, 20대 연기는 30대가, 30대 연기는 40대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충분히 분석을 해서 인물에 맞게 다가가겠지만, 실제 30대에 서른 역할을 맡으면 서른의 모든 군상들을 다 이해하진 못한다. 내가 이해하는 부분 밖에 완벽하게 못한단 뜻이다. 마흔이 되어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 심지어 내 나이보다 많은 캐릭터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막연하게 다가가는 게 사실일 것이다.

실제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고 들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바리스타에게 정말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 그 분도 워낙 정도를 가시는 분이라 기교를 가르치신게 아니라 정석부터 알려주셨다. 커피의 역사만 일주일을 배웠다(웃음). 다 보여줄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 커피 내리는데 28초가 걸리기 때문에 그걸 기다릴 수는 없고, 스팀이나 간단한 과정은 실제로 무대 위에서 한다. 새로운 분야를 접한다는 건 언제나 너무 매력적인 것 같다. 바리스타 될 뻔 했다(웃음).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한 것이 적극적인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라든데.
성악을 했었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드니까(웃음) 고 1때 엄마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고3, 대학생 되면 날 감당할 수 없겠다고 하시더라. 언니 둘도 다 대학생이었고. 그 때 문화 쪽에 관심 있던 친구가 <사랑은 비를 타고>를 같이 보자고 해서 봤는데 ‘아, 내가 해야할 게 저것이구나’ 했다. 집안에 예술쪽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평범한 과를 지원하더라도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그러려면 연극영화과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언니들이 모범적으로 바르게 자라서 난 뮤지컬을 할 때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웃음). 부모님들은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라시며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 부모님들의 지원이 가장 큰 축복 아니겠는가.

배우로의 데뷔도 빨랐다.
처음 오디션을 본 작품이 <지하철 1호선>이었다. 21살이었는데 3차 오디션 보고나서 30분 있다 전화가 왔었다. 떨어졌다고(웃음). 그런데 내년에 <모스키토>라는 작품을 하는데 같이 하고 싶으시다고 했다. 그 후 많이 오디션도 보고 떨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꿈을 갖고 도전하면 잘 된 것 같아 감사하다. 떨어져도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서 도움이 많이 된다.

긍정적인 태도다.
난 매우 긍정적이다(웃음).

이제 배우생활 8년이다.
서른에 비해서는 오랜 배우 생활이지만 작품 수는 그리 많지는 않다. 학전 작품을 주로 했는데 그 작품들이 6개월, 1년 공연을 하지 않느냐. 요즘에는 굉장히 빠른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4, 5년 걸려 깨달았던 부분을 지금은 3, 4개월 만에 바로바로 깨닫는다. 후배들은 굉장히 끼도 많고 습득 속도가 빠르다. 그게 부럽기도 하지만 그런 능력이 나에게 없다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난 굉장히 느리고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 맞는다. 만약 내 외모가 아주 뛰어났다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여주인공을 하게 되었겠지만 일단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멀리 갈 수 있고, 그게 나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급하게 갔다면 제대로 넘겨집기도 전에 세월이 후루룩 지났을 것 같다. 5, 60세가 되었을 때 천천히 가는 내 걸음이 더 훌륭한 배우로 만들어 줄 것 같다. 또 나 같은 외모가 나이 들었을 때 더 먹힐 것 같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카폐인>이 끝나고 나면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대에 서면 정말 즐겁다. 지금까지는 당연 <천사의 발톱>이다. 많은 선배님들과 앙상블들, 그 누구 한 명이라도 그 작품에 목숨을 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내게 큰 재신이 되었고, 그런 경험을 다시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습하곤 했다. 함께 했던 유준상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매 순간 ‘내가 무대 위에서 죽는다’고 생각하고 온 에너지를 다 쏟으셨다.

한 사람으로의 서른과 여배우로의 서른은 어떤가?
실상 아무런 느낌이 없다. 난 서른의 뮤지컬 배우가 너무 되고 싶었고 할 수 있는 배역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계에 대해서 우울해지거나 하는 건 아직 없다. 하지만 문득 몸이 나이를 기억할 때가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목이 아프거나 잠기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고, 전날 아무리 무리를 하고 아침 9시 특별공연이 있다 해도 일어나면 목이 빵! 트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침에 목이 잠기고, 무리한 날이면 다음 날 힘들어지더라.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진다. 하지만 서른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자신을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배우로서 나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라 비앙 로즈’에 나오는 여배우를 봤을 때, 드라마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를 보면서 ‘아, 나 같은 게 무슨 배우야, 저게 배우지’ 이런 생각이 들 때 너무 힘들다. 질투라기 보다는 ‘나 같은 사람이 배우 해도 될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100의 꿈을 꿔야 10이라도 이룬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현실을 알고 나에 대한 객관적인 눈이 생기는 게 괴롭다. 그래서 다시 꿈을 꾼 것이, 조금 더 노래를 보강해서 <레미제라블> 같은 뮤지컬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작품의 노래를 정말 무대 위에서 불러보고 싶다. 판틴 노래가 너무나 좋다. 특히 ‘I dreamed a dream’을 무척 좋아한다.
성악을 제대로 다시 해 볼 것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건 성악이었던 것 같다. 팝페라 곡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미칠 것 같다. 너무너무 하고 싶다. 서른 다섯 이후로는 진성 보다는 나이들어서 성악 발성을 쓰는 여배우를 많이 필요로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진성을 잊는 것은 아니니까.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약 5년간은 성악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카페인>을 간략히 표현해 본다면?
로맨틱 코미디는 가장 행복하고 따뜻하며 사랑스러운 작품이 되는 것,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 행복한 에너지가 넘쳐야지 그게 전달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한 에너지가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매번 기도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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