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쇼] 3년째 비보이와 동고동락 중..이근희 감독

작성일2007.07.04 조회수1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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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희 감독을 만난 건, 그가 연출한 비보이 퍼포먼스 [비쇼]가 공연되고 있는 대학로 질러홀에서다. 그는 그곳에서 공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비보이 배우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공연계에 처음 비보이를 올린 장본인답게 비보이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하는 모습이 마치 삼촌이나 선배를 떠올릴 만큼 서로 편하고 친근하다.
마흔이 넘은 그와 통제할 수 없을 거 같은 자유의 상징 비보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신뢰하고 벽을 허물 수 있었을까. 거기에 ‘비보이’라는 거리의 문화를 공연장 무대위로 끌어 올리고, 비보이 열풍을 몰고 왔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사막을 걷던 사람이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며 처음 비보이를 알았을 때의 느낌을 말했다.

“처음 비보이를 봤을 때 내 나이 사람들이 의례 생각하듯 나도 그 아이들이 불량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자는 시간 빼고는 연습만 하는 아이들이야… 비보이뿐만 아니라 그래피티, 힙합 하는 아이들이 그랬어요. 편견이었던 거죠.”

이근희 감독이 ‘비보이’란 문화를 알게 된 건 2005년. 그는 집과 학교, 사회에서 소외된 비보이들을 보고, 또 그들이 2002년부터 세계 대회를 석권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한다.

“내 자신이 20대에 길거리 문화에 살았어요. 90년대 초반까지 대학로 길거리에서 먹고 자고 했으니까. 그때는 집에서 쫓겨 났지만 연극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최소한 사회와의 소통은 있었죠. 그런데 내가 나이를 먹어 만난 이 아이들은 몇 가지를 더 가지고 있더라고. 집에서 쫓겨난 건 기본이고, 학교에서도 쫓겨나고 사회에서도 쫓겨난 느낌이었어요. 그런 이 아이들이 2002년부터 세계 대회를 석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지. 말도 안 된다…신문에서 단 한 줄도 이들에 대해 본 적이 었었거든. 정말 이상했고 반발심이 일어났지..그래서 세상에 알리고 싶었죠. 내가 영화 감독이었으면 영화를 만들었을 거에요. 연극을 만들어 왔으니까 무대를 준비한 거에요.”

비보이들과 6개월간 함께 숙식한 두번째 작품 히트

이근희 감독의 첫번째 비보이 작품은 [프리즈]. 그 말대로 옮기면 결과는 “망했다”. 하지만 그는 [프리즈]를 통해 비보이를 알고, 그들의 가능성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비보이들도 그를 신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비보이’ 문화를 공연에 올릴 때 보통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식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충돌이었죠.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약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친구들은 자연성, 개성, 자유를 생각하니까. 예를 들면 의상팀이 만들어 온 의상을 아이들은 못 입겠다고 하는 거에요. 조명을 주고 정해진 대로 하라고 하면 불편하다고 하는 거야. 자기들 문화와 안 맞는 건 안 하더군요.”
이근희 감독은 첫 번째 공연을 교훈 삼아, 두 번째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서는 아예 배우들과 6개월간 숙식을 같이 하면서 공연을 만들어 갔다. 연극배우들에게 하듯 연기를 지도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고민해 가면서 만들어 간 것.

"보통 1~2개월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데, 이건 비보이들에게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습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걸로 했죠. 공연을 생명력이 있어서 계속 성장하잖아요. 두 번째 공연이 그랬죠. 대본을 써서 가는 게 아니라 상황을 하나 정해놓고 ‘이럴 땐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완성해 간 거에요. 하지만 도중에 여러 문제가 생겼어요. 작품 하나 만드는 데 6개월 1년이 걸리는 데 투자자 중에 누가 좋아하겠어요. 내 생각은 확고했고…그래서 70% 정도 완성됐다고 생각했을 때 나온 거죠. 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확신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올인 하지 않으면 실패”

[비쇼]는 이근희 감독의 세번째 비보이 공연이다. [프리즈]부터 [비쇼]에 이르기까지 세 작품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 [비쇼]는 스토리텔링을 거의 배제하고 비보이들의 천성과 자유가 그대로 드러나게 하기 위해 ‘쇼’ 형태로 가고 있다. 즉 ‘비보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이 특징. 조명과 의상, 음악에 있어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영상 등 비주얼을 강조해 볼거리를 풍부하게 한다. 그래서 [비쇼]는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무대에 서고, 보는 관객들도 신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비보이 공연은 많이 등장했고, 비보이가 한 때 유행이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비보이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요즘 비보이 공연이 실패하는 사례나 늘어나는데 사실 왜 실패하는지 안 봐도 뻔해요. 비보이 1~2달 연습으로는 제대로 갖춰지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나처럼 방송이든 학교 강의든 일체 끊고 올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어요. 자본이 갖춰지면 세계에서 통하는 작품을 만들 자신이 있어요. 우리나라 힙합과 비보이는 정말 독특해서, 한국만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거든요."

[비쇼]의 해외 소개는 지난 4월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근희 감독은 “오는 9월 상하이나 북경에서 체육관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최종 목적은 브로드웨이 등 외국에 진출하는 거에요. 거기 기획사들이 한국 비보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 중국 진출도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그나저나 난 3년간 비보이 공연만 하고 있네… 다른 공연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김민주(minju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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