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우리는 어떤 공연이 핫(hot)한지 공연에 어떤 스타가 출연하는지에 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제 하드코어 브로드웨이쇼 팬들은 굳이 비평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작품과 배우의 연기를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 이젠 좀더 세련된 팬이라면 우리가 좋아하는 공연과 배우를 좌지우지하는 브로드웨이의 다른 파워들을 알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같은 다이나믹한 곳을 뒤흔드는 포스(force)들이 누구인지 순위에 관계없이 소개해본다.

---

◀ ★ 리나 레난 (NINA LANNAN)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바쁜 제너럴 메니저인 레난은 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의 회장으로서 브로드웨이 관련 사업들 중 가장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서 항상 볼 수 있다. 단체의 80년 역사에 여자로서 처음으로 회장 자리를 꿰어 찬 그녀는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들기도 했다.


★ 앙드레 비샵과 버나드 거스텐 (ANDRE BISHOP, BERNARD GERSTEN)
가장 성공한 비영리 극장 컴퍼니, 링컨 센터 극장 (Lincoln Center Theater)의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다. 비샵은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으로, 거스텐은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 지도자로서 링컨센터의 입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도록 기여 한 인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안드리안 브라이언-브라운, 크리스 보노, 마이클 하트먼 (ANDRIAN BRYAN-BROWN, CHRIS BONEAU, MICHAEL HARTMAN)
브로드웨이 공연이 대외 언론 관련(Press Representation)이나 매니지먼트(Public Management)가 필요할 땐 어김없이 보노 브라이언 (BONEAU/BRYAN-BROWN)이나 더 하트먼 그룹 (THE HARTMAN GROUP)을 찾는다. 이 두 프레스 에이전트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인 스물 아홉 개의 공연 중 스물 세 편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다. 공연을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이 두 에이전트는 브로드웨이 사업가들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고 있다.


안드리안 브라이언-브라운, 크리스 보노,
마이클 하트먼, 버니 텔시(왼쪽부터)
★ 버니 텔시 (BERNIE TELSEY)
브로드웨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캐스팅 디렉터이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많은 지망생들에겐 거의 신과 같은 존재이다.

★ 벤 브랜틀리 (BEN BRANTLEY)
뉴욕타임즈지의 연극 비평가인 그는 콧대 높은 뉴욕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도 그의 비평이 나올 때까지 벌벌 떨게 만드는 힘이 있다. 뉴욕 대중들은 공연을 보러 가기 전 뉴욕타임즈지의 비평에 많이 의존하는데, 그 중 가장 파워풀 한 비평을 쓰는 사람이 벤 브렌틀리이다. 과거엔 그의 악평으로 인해 쇼가 프리뷰 기간 중에 막을 내린 경우도 종종 있었다.

★ 지미 네덜랜더 (JIMMY NEDERLANDER SR)
뉴욕의 가장 권력있는 극장가 패밀리의 할아버지이다. 네덜랜더 패밀리는 브로드웨이 극장을 두 번째로 많이 소유하고 있다. 또한 지미는 뉴욕 양키즈(The New York Yankees)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미 네덜랜더와 필 스미스(왼쪽부터)
★ 필 스미스 (PHIL SMITH)
그 이름도 유명한 브로드웨이의 가장 역사 깊고 가장 큰 극장인, 슈버트 재단 (The Shubert Organization)의 회장이자 CEO인 필 스미스는 인사이더들에 의해 "브로드웨이의 킹" 이라고 불린다. 슈버트 재단은 17개의 브로드웨이 극장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장계의 가장 큰 티켓 유통 시스템인 텔러차지 (Telecharge) 또한 소유, 운영하고 있다.

★ 배리/ 프랜 와이슬러 (BARRY/FRAN WEISSLER)
뮤지컬 "시카고"로 유명한 부부 파워 프로듀서 팀인 베리, 프랜 와이슬러는 가장 부유한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로도 유명하다. <시카고> 외에도 <집시>(Gypsy), <새장 속의 광대>(La Cage Aux Folles), 최근에는 <더 스캇보로 보이즈>(THE SCOTTSBORO BOYS) 등의 작품을 제작했다.

극장이라는 특이하고 희소한 분야에서 성공해서 부를 쌓기란 로또에 1등 당첨되는 정도만큼으로 힘든 일로 자주 비교된다. 위 사람들 중 극장 산업에서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파서 결국은 큰 성공을 해 막대한 부와 명성을 이뤘으며, 그 부로 다시 공연 문화에 특이한 형태로 환원해 뉴스 토픽이 되고 있는 베리, 프랜 와이슬러 부부의 삶을 짧게 엿볼까 한다.


와카벅 스테이지 전경
만약 원형극장이 개인 주택의 뒤뜰에 있고 그 뒤뜰 극장에서 "뉴욕 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과 같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기 위해 300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려드는 게 상상이 되는가? 이는 상상이 아니라, 와이슬러 부부의 웨스트체스터 저택에서 현실로 일어나는 일이다.

와이슬러 부부는 1964년도에 한 공연장에서 만났다. 현재의 남편 배리는 당시 무일푼 배우 지망생이었고 프랜은 첫 남편과의 이혼 소송 중이었다. 가난뱅이에 자신의 미래를 공연이라는 황당한 직종에 걸고 있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 프랜은 고민 중에 그녀의 아버지에게 조언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해 준 조언은 "너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를 따라가라, 그와 2년만이라도 좋은 날들을 보낸다면,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보낸 것보다 더 값지다".


와이슬러 부부
그 후 그녀는 그와 결혼생활에 들어갔고, 현재 그녀는 83세, 그는 72세로 그 어느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 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뮤지컬 <시카고>는 그들에겐 현금 제조기로 이 부부가 브로드웨이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주데 핵심 역할을 했다.

프랜을 말한다. "그전에도 우린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시카고>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죠." <시카고> 성공 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전엔 일주일에 한번씩 미용실을 갔었는데, <시카고> 이후엔 두 번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질 수 있게 됐어요."라고 대답했던 그녀. 여자는 죽을 때까지 여자란 말이 실감이 되는 대목이다. 미용실을 일주일에 두 번 가는 것 외에도 와이슬러 부부는 센트럴 파크를 내려다보는 력셔리 아파트,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지역의 와카벅(Waccabuc)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다.


와카벅 스테이지에서의 공연 모습
배리는 항상 개인 야외공연장을 갖고 싶어했는데, 그가 11년 전 현재 와카벅 저택(Waccabuc)를 보고 난 후 그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야외 원형 극장을 짓기까지 10년이나 걸렸지만 그의 야외극장은 여느 부유한 개인 조각 수집가들조차 꿈도 못 꾸는 유명한 조각가, 베벌리 페퍼(Beverly Pepper)가 만든 랜드 스컬프쳐(Land Sculpture)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들 부부는 이곳에 들어간 돈의 액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2009년 6월, 와카벅 스테이지는 오케스트라 연주, 펀드레이징 이벤트 등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프랜은 "우리는 정말 기쁨에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이렇게 성공적인 공연이 바로 우리집 뒤뜰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라며 감격 어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