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움직임으로
관계의 거미줄을 친다.

‘고집’, 여배우의 감성적인 부분에 외로움이 있다. 누구든지 가지고 있는 외로움. 그러나 서주희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은 또 다르다. 그녀는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이며 배우이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도 갈구한다.

<덫-햄릿에 대한 명상>에서 셰익스피어의 여인 거투르트역을 맡는 도발적인 배우 서우림으로 분한다. 서우림은 수많은 염문을 뿌리다가 햄릿 역할의 배우 남준호와의 위험한 사랑의 덫에 걸려 결국 누군가의 손에 의해 <연극 햄릿> 안에서 살해 당하는 비극적인 여인이 되고 만다.

서주희. <레이디 멕베스>라는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와의 인상적인 만남을 이뤄낸 연극계의 스타로 영화 <꽃섬>과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일반 관객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서주희가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트 역을 맡았다. 그녀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로움에서 확장된 모습의 서우림을 표현한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지만 인터뷰 때에도 <덫-햄릿에 대한 명상>에서 서우림과 거투르트에 빠져 있었다.

‘딴생각’
그녀는 ‘딴생각’을 한다. 길을 걸어가도 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놈의 ‘딴생각’을 한다. 끊임없이 자신만의 ‘딴생각’을 하는 서주희가 ‘딴생각’을 하는 이유는 배우로서 익숙하지 않은 것과 몸짓을 만들 때 어색함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딴 짓, 딴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짓과 것은 다시 작업이 되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몸짓,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노천카페에서 이야기에는 동참하더라도 끊임없이 다른 것을 하는 것이다. 공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이 말이다.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무대에서 춤을 춘다. 그렇다고 ‘춤’이라고 정해진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느낌으로 흐름으로 호흡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활용하면서 흐름으로 움직임과 춤을 출 것이라고 한다.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행동이 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잠시 그런 묘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극과 상관은 있으되 전혀 다른 움직임. 그러면서도 연극과 어울리는 무수한 행동과 움직임 그리고 춤. 난 무대 위에 그려지는 직선들의 그림에서 그녀의 부드럽지만 거친 곡선들을 보고 싶어졌다.

“무대 위를 생각해요. 자기도 모르게 박자와 흐름, 움직임을 찾게 되는 거죠. 시간과 분배를 정확하게 만들어야 해요. 표현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할까요? 움직임, 호흡을 텐션, 릴렉스하면서 그 느낌을 표현하는 거죠. 마치 살풀이와도 같이.”

얼마만큼 표현할지는 그녀도 모른다고 한다. 그것은 그녀가 그런 몸짓과 표현이 몸에 베여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충분한 시간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난 그녀가 무대 위에서 서우림이 되고 거투르트가 되어 그네들의 한과 미련을 풀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들, 느낌들을 나누고 싶어요. 서주희에 대한 것을 보고 싶은 거죠.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나오는 모든 여성들에 제 모습이 있었어요. 진심으로 같이 웃고 울고 할 때에는 각 인물들의 상황, 심정, 아픔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서주희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모습으로 다시 평가하게 되고 몸에 베이게 되면 그 때야 무대가 편안해진다는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흐름과 느낌, 정서를 느끼고 또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저만의 흐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일관성 있는 흐름이 있어야 하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의 창구는 열어 놓아야 만 하니까요. 그것은 자기만의 변명이 아닌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

예의와 일맥상통한 말이라면 ‘상식’이라는 말일 것이다. < 덫-햄릿에 대한 명상>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상식’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제작자와 서우림의 관계는 가족입니다. 부부는 뒤돌아서면 남이라고 하죠. 하지만 제작자와 서우림은 ‘가족’이라는 상식선 안에 있다는 거죠. 서우림은 자신의 고독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욕망을 채우지만 그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 절대 고독과 같은 것이죠.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상식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것이 바로 적극적인 덫이 아닌 족쇄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외로움에 빠지고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덫-햄릿에 대한 명상>의 서주희는 자유로운 반딧불이 된다. 반딧불의 존재를 보면서 잡을 수 없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런 존재. 그 무대에서 춤을 추는 서주희 아니 거투르트와 서우림을 보게 될 것이다.

2005 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으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려지는 <덫-햄릿에 대한 명상>에서 거투르트로 서우림으로 끊임없이 거미줄을 치고 있는 서주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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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 (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곽아람 (와라우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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