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도 강단에 섰다. 강단은 무대에 직접 서서 스탠딩으로 하는 코미디가 그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코미디에 불가한 것이 아니다. 4번째 작품 < 엔돌핀코드 >는 스탠딩 코미디 형식을 가져온 엄연한 강의인 것이다. 그런데 무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8년 전, 처음 제가 스탠딩 코미디로 2시간 동안 혼자 대학로에서 사람들을 웃겨보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가수 몇 명 게스트로 기어 넣고 어영부영 2시간 정도는 가능해도 혼자 생짜로 2시간 동안 계속 웃기는 것은 절대 불가능 할 것이며 웃음에다 주제의식 및 공익성 메시지를 접목한다는 것은 더 더욱 불가능하다고 했죠.”

그는 벌써 1탄 < 여부가 있겠습니까 >, 2탄 < 애들은 가 >, 3탄 < 아담과 이브 >에 이어 4번째 작품 < 엔돌핀코드 >를 무대에 올렸다.

“우리 옛말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이렇게 용감할 수 있는 것은 제가 무식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나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코미디언이고 연기자이다. 그의 삶이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웃음의 철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게 있어 웃음을 생산해 내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는 1989년 극단 ‘곤이랑’을 창단한 후 꾸준히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웃음을 선사해 왔다. 소극장 무대를 사랑하는 김형곤 그가 칠판 하나 달랑 놓인 무대에 홀로 서서 2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관객을 웃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곤이랑 아트홀은 웃음이 끊기지 않고 있다.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까운 부부간에도 웃음과 소통이 없고, 나이 들었다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아요. 모든 병은 정신적인 데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인 나라를 만들려면 모든 국민이 웃어야 해요. ”
김형곤은 로빈 윌리암스가 젊었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큰 공연장에서 혼자 2시간 동안 웃기는 공연 테이프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와! 저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코미디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년. 비록 작은 무대이지만 회수를 거듭하여 4번째 작품까지 올리고 있는 것이다.
“뿌듯하기도 하고, 또 한 편은 두렵기도 해요.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지.. 웃기지 못하면 어쩌지.. 지난 번 것에 비해 작품은 내용이 떨어진다고 하면 어쩌나.. 별별 걱정이 다 앞서요. 그렇지만 전 거침없이 해낼 겁니다. 씩씩하게 해낼 자신이 있어요.”
그는 웃음이 곧 경쟁력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열심히 오늘도 강의를 한다. 2시간 동안 100번 웃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의 의지 속에 숨어있는 웃음의 전도사 소명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 엔돌핀코드 >는 강의를 빙자한 스탠딩 코미디이다.

“요즘 코미디는 20-30대만이 공감할 수 있다. 40-50대는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웃으며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시리즈마다 내용을 구성하고 매끄럽게 만드는데 2년 가까이 걸리는 것 같아요. 혼자서 관객을 계속 웃기면서 무대를 끌고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거든요.”

개그맨으로 데뷔하여 웃음을 선사한 지 25년이 된 김형곤. 그는 사회 현상과 개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소재를 찾는다. 예를 들면, < 아담과 이브 >는 이혼 경험에서 비롯되었고, 2탄 < 다이어트 비법 >은 실제 김형곤이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여느 개그맨에 비해서 책과 신문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거기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웃음을 전하는 그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김형곤은 남다른 선행을 보이고 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백혈병 어린이를 돕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1991년 조하나양을 비롯해서 아이들 10여명에서 수술비를 대주었어요. 내 나이 칠십이 되면 완치된 아이들이 100명쯤 되면 좋겠어요. 소아암 병동에 찾아가면 마음이 아파요. ‘살려주세요’하는 아이들이 돈이 없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사치예요. 그런 곳에 가보면 그저 아무 탈없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자선커플석이 있는데 좋은 일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자리예요. 50만원인데 50만원은 전액 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됩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 저와 함께 저녁식사 자리는 보너스인 셈이죠.(웃음)”

실실 웃고 다니면 생뚱 맞은 시절. 웃을 일도 별로 없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코미디를 볼 때만 웃음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나 웃어야 한다고 외치는 한 사나이가 있다. 두 시간 내내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있는 김형곤이 그 사나이다. 관객과 호흡하면서 웃음을 전파시키는 엔돌핀을 전하는 전도사 김형곤의 강의를 빨리 들으러 가자. 그리고 마음껏 웃자.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한 내 삶이 윤택해지고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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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대중스타개발 기획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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