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동경하는 세 자매의 나약한 꿈이 운명에 휘말려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만 간다. 삶의 어둡고 덧없는 모습이 한 가정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는 연극 <세자매>가 무대에 선다.

오는 25일부터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공연하는 <세자매>는 <벚꽃동산>, <갈매기>, <바냐아저씨>와 함께 체홉의 4대 희곡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이 18년 만에 내한하여 선보인다. 올해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해외초청작으로 온 말리극장은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와 함께 세계 3대 극장으로 거론되는 극장. 러시아와 세계의 고전들로 주 레퍼토리가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체홉이 쓴 그대로를 러시아 정통 연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본 공연에 하루 앞서 24일 먼저 공개된 <세자매>의 1막에서는 세 자매 아버지의 첫 기일이자 막내 딸 이리나의 생일 장면이 펼쳐졌다. 천천히 돌아가는 회전 무대를 사용해 실내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교체 되었으며 이 사이를 평범히 오가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객관화 된 일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말리극장의 상임 예술감독 유리 솔로민은 인민배우 호칭을 받으며 1990년 러시아 문화부 장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공연 1막 후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프로듀서 페도로프는 “아주 오래 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현재에도 그 모습은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며 작품이 가진 보편적이고 강한 설득력을 이야기 했다. 특히 “작품 속에는 전쟁의 기운이 가득하고 시대에 따라 도덕적 의미나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지만, 새로운 것 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며 “점점 더 고전에 매력을 느껴 ‘세자매’의 내용 그대로를 무대화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함께 자리한 늙은 군의병 체부띄낀 역의 마르셰비치는 “체홉은 아주 훌륭한 이야기꾼으로 그의 작품 속에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모두 담겨 있다”고 말하며 “'세자매'는 아주 슬픈 코미디로 악과 싸울 수 있는 캐릭터의 힘이 무엇보다 크다”고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