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황금연못]이 공연되는 청담동 유씨어터. 공연을 앞두고 의상을 점검하는 연기자들로 작은 의상실이 북적거린다. 자신의 의상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동료 연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연기자들. 이들 중에는 상당히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많다.

가족의 사랑과 이해에 대해 그리고 있는 이 연극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배우 권성덕과 정영숙이 그 중 눈에 띈다. 권성덕씨는 최근 ‘서울 1459’에서 이승만 역을 맡아 대중에게도 낯익은 배우로 무뚝뚝하지만 유머스러운 아버지 노만역을 맡았고,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주인공 아리영의 어머니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정영숙씨가 이번 연극에서는 밝고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아내로 등장한다.

이 두 배우가 부부 역할로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두 번, 이번에 세 번째. 그래서인지 후덕하고 잔잔한 정이 무대 밖에서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딸로 출연하는 박순천과는 마치 진짜 딸 같은 끈끈함이 느껴진다. 정영숙씨는 “이러다 공연 끝나면 모두들 진짜 가족같이 느껴질 거 같다”며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정을 드러낸다.

이미 후배 연기자들과 많이 친근해 보인다
정영숙 -그렇다. [황금연못] 후배 연기자들이 다들 예쁘다. 딸 역을 맡은 첼시, 박순천은 처음 함께 연기하는데 얼마나 야무지게 잘하는지 모른다. 또 빌(정선일), 찰리(이원익), 빌리(권혁미)도 다들 정말 열심히 하고, 연기를 잘한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점점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다.

연극 [황금연못]에 대해 설명해 달라
권성덕 -가족에 대해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노인이 되면 아이가 된다고 하지 않나.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부부간, 부모와 자식간 문제에 대해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정영숙 -어떤 가정에서나 가질 수 있는 문제가 묘사된다. 요즘에는 연극도 정통극을 찾기 힘든데, 정통연극을 보고 싶은 관객들이 환영할 거라고 본다.

브라운관이 아닌 연극무대에 서시는데, 오랫동안 연기를 해오신 점이 도움이 되지 않나
권성덕 -연기에 있어 베테랑은 없는 거 같다(웃음). 항상 긴장되고 노력해야 한다. 가장 무서운 건 관객이다. 관객의 냉철한 판단이 가장 무서운 채찍질이다.
정영숙 -권선생님이야 연극을 많이 해오셨지만, 난 거의 연극 초년생이다. 마음을 졸이며 무대에 선다.

이 작품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영숙 -동명의 영화 [황금연못]을 무척 좋아해서 몇 번을 봤다. 캐서린 헵번이 맡은 에델은 여자 연기자라면 나이 들어서 한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권성덕 -이 연극은 요즘 트렌드처럼 웃기거나 자극적인 작품이 아니다. 정말 잔잔하지만 그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마음이 갔다. 물론 이점이 연기자로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극중 노만은 깐깐하고 옹고집이 강한 노인이고 에델은 현모양처로 나온다. 동료배우로서 실제 모습과는 비교한다면(웃음).
정영숙 -실제로도 고집도 조금 있으실 거다. 이렇게 유하게 보이지만(웃음). 하지만 고집을 잘 나타내시지는 않는 거 같다(웃음). 온화하고 너그러운 면이 많으시다.
권성덕 -정영숙씨는 고운 얼굴이셔서, 실제로 연약하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뭐랄까, 담대하다고 해야 할까. 시원스러운 면도 있으시다.

어떤 관객에게 필요한 연극이라고 보는가
권성덕 -은퇴하신 분들에게도 좋은 공연이다.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하는 연극이니까. 연말 소주값 아껴서 극장에 오시면 좋을 거 같다(웃음).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오신다. 가족에 대한 연극이니.
정영숙 -가족을 돌아보고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자식이 오면 부모를 생각하게 되고, 부모가 오면 자식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