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신사동. 이른 아침 고요한 시내 골목길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이는 바로 배우 황정민이었다. 검게 탄 얼굴, 살이 더욱 빠져 호리호리한 몸의 그에게서 더욱 놀라게 된 건 인사를 건네던 그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거칠게 쉰 목소리는 그가 얼마나 이번 작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첫 증거. 그가 연출이었다가 배우였다가 소품담당이었다가 의상담당으로도 변신하며 종횡무진하는 이곳은 바로 뮤지컬 <오케피>의 배우 프로필 촬영장이다.


배우들이 서는 무대 위가 아닌, 공연 음악을 담당하는 오케스트라가 자리하는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 이 말의 줄임말을 제목으로 하는 뮤지컬 <오케피>가 오는 12월 국내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케피>는 지휘자를 비롯해 건반, 색소폰, 하프, 바이올린, 비올라, 트럼펫 등을 연주하는 각양각색의 연주자들이 한대 엉켜 벌어지는 한바탕 '무대 밑'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연극 <웃음의 대학>,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등의 작가로 친숙한 미타니 코우키가 쓴 유일한 뮤지컬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히어로> <데스노트>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 음악을 만든 일본 유명 작곡가 핫토리 타카유키도 참여해 화제가 되었다.


지난해 <국제시장>에 이어 올해 <베테랑>까지 주연으로 나선 영화가 흥행 홈런을 쳐 더욱 차기작이 궁금했던 황정민은 웃음과 해학, 따뜻한 인간미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2000년 일본 초연 당시 큰 흥행을 낳은 이 작품의 한국 공연을 위해 5년 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기자도 이날 프로필 촬영 현장에 가서야 알게 된 출연진은 황정민이 캐스팅에도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부분. 황정민과 함께 지휘자 역을 맡은 오만석 역시 "여기 와서 누군지 알게 되네."라며 반가운 얼굴로 들어섰다.


"(공연에서) 보통 무대 위 배우들 이야기나 아니면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무대 아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게 독특하고 재미있죠.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 이면에서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작품 같아요.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그들이 무대 위에서 자기 이야기를 좀 더 잘 풀어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이 지휘자인데, 실제로 지휘자가 자기 중심을 잡으면서 여러 악기를 하나로 모아주는 사람이라, 그런 점에서도 잘 맞는 것 같아요."(오만석)

비올리스트가 된 김원해는 취하는 동작마다 '환상의 컷'을 만들어내며 현장의 박수갈채를 몰아 받기도 했다. 1991년 뮤지컬로 데뷔한 그는 황정민과 <지하철 1호선>을 함께 했으며, <난타>에 10년간 출연했을 정도로 음악과 몸짓에도 탁월한 감각이 있는 배우.


스튜디오에 오자마자 트럼펫을 잡고 소리내기에 열중인 최재웅, 연주 영상으로 연주 동작을 익히는 윤공주, 못 다루는 악기가 없어 각종 사고 후 연주 땜빵(?)을 담당하기에 온 몸에 다양한 악기를 주렁주렁 달고 카메라 앞에 서는 정상훈을 비롯해 린아, 서범석, 박혜나, 송영창, 이승원, 김재범, 백주희, 남문철 등 총 25명의 배우들이 곧 다가올 겨울 <오케피>를 채울 매력 만점 배우들이다.


<내 마음의 풍금><미녀는 괴로워> 등의 대본을 쓴 이희준이 각색을 맡았고, 김문정 음악감독, 서숙진 무대디자이너, 구윤영 조명디자이너, 권도경 음향디자이너 등이 한국 초연을 위해 한 팀을 꾸렸다. 뮤지컬 <오케피>는 오는 12월 18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해 내년 2월 28일까지 공연을 이어가며, 티켓은 오는 20일부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