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곡 한 곡만 허락된 짧은 시간의 무대. 배우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힘주어 노래를 부르고 퇴장한다. 묘한 긴장감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이곳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디션 현장. 모두에게 공평하게 허락된 1분의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2012년 27년 만에 한국어로 초연돼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막을 올렸던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올해 재연을 앞두고 장발장을 비롯한 주·조연과 앙상블 등 전 배역을 뽑는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로 배우들이 언젠가는 무대에 서보고 싶어하는 작품인 <레미제라블>은 2012년 라이선스 버전으로 국내 초연 당시 1년 동안의 장기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원캐스팅을 고수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올해 공연의 원캐스팅 여부는 아직 미정이며 최종 선발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카메론 매킨토시에 의해 결정된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지난 9일은 1차 오디션의 넷째 날로, 총 2,400명이 지원한 가운데 열렸다. 1차 오디션은 정해진 배역 없이 자유곡 미션으로 크리스토퍼 키 협력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홍승희 국내연출 등 국내외 제작진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1차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사를 한다.”고 말하며 “<레미제라블>은 송쓰루 뮤지컬이기 때문에 노래 안에 있는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해주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달라진다. 우리 오디션에서 착각하지 말아야 되는 것은 노래를 못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까다롭다고 소문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명의 배우들의 노래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은 세심하고 철저하게 분석하며 의견을 교환한다. 1차 오디션의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크리스토퍼 키 협력연출은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노래를 잘하는 배우나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단순히 노래만 잘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설명하며, "한 번에 3시간, 일주일에 6회 공연을 할 수 있는 스태미나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도 심사위원으로서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2,3차에 걸친 오디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션 합격을 위한 조언을 요청하자, 크리스토퍼 키를 비롯한 심사위원 전원은 “내가 오디션에 합격한다는 생각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지난 2012년에 조연출로 참여한 바 있는 홍승희 국내연출은 오디션에 지원한 배우들에게 “되고 싶다라는 야먕과 열정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덧붙여 “내가 어떤 오디션에 참여하는지 정확히 알고 오디션곡 등을 준비해 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 키 협력연출은 “보여주기 위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레미제라블>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진솔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미제라블>은 3주 걸쳐 진행되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확정되며, 1분의 시간 그 간절함이 통한 최종 주인공은 오는 연말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