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무겁지 않은,
신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오리엔탱고

[오리엔탱고]. 아르헨티나에서 결성된 탱고 뮤지션 팀이다. [오리엔탱고]의 멤버는 바이올린 성경선과 피아노 정진희이다. 200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고국 콘서트를 가진 것이 첫 번째로 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앨범 발매와 콘서트를 병행하고 있다. 2005년 네 번째 콘서트 [TANGO FESTA]를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후 지방 공연이 있은 후 2006년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앵콜 콘서트 겸 당분간 해외음악활동과 재충전을 위해 고국을 떠나는 이별 콘서트로 가진다.

성경선은 91년, 정진희는 93년에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났다. 아르헨티나에서 성경선의 오빠도 첼리스트이다. 성경선의 오빠와 정진희가 만났고, 그 만남은 성경선과 정진희의 만남으로 이어져 오늘의 ‘오리엔탱고’가 탄생한 것이다. 성경선은 바이올린, 정진희는 클래식 피아노를 각각 전공했다. 서로의 음악적 성향이 다르지 않아서 음악적인 교류가 급격히 이루어졌다고 한다.

경선은 정진희와 오리엔탱고를 만들게 된 계기를 들려 주었다.
“클래식이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있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음악 색깔을 클래식을 통해서 표현하는 데에 한계를 느낄 때였죠. 다른 음악을 통해 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했었는데 진희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 저와 같았어요. 그래서 우연히 어떤 음악을 선택해서 연주하다가 보니까 ‘이 음악이 뭐지?’ 했을 때 그게 바로 탱고였어요.” 둘은 그렇게 음악적인 일치를 보았고, 탱고를 택하게 된다.

“탱고가 유럽 이민자들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면서 그들의 찌들린 삶을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탱고예요. 칸돔이라든지 아프리카 음악 등이 혼합되어 탄생된 것이 탱고예요. 19세기 말엽에 생겼고, 많은 사람들이 2/4박자 탱고 춤에 의한 음악이 탱고이고, 음악과 함께 춤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탱고이죠.”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쿠데타 군사정권 이후로. 두 세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그 시절 때에 탱고가 묻혀버렸던 것이다. 영원히 묻혀버렸을 지도 모르는 것을 탱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에 의하여 1950년대 중반 탱고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올드 가드 탱고의 요소에 재즈, 클래식 음악에서 받은 영향을 가미한 것이었다. 피아졸라는 ‘나의 탱고는 발을 위한 탱고가 아니라 귀를 위한 탱고이다’라는 말을 한 것처럼 연주(Instrumental), 악기 등 귀를 위한 감상용 탱고를 부활 시켰다. 그의 새로운 음악으로 젊은 청중들을 사로 잡았지만 전통적인 탱고 리듬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당하게 되었다. 피아졸라는 유럽으로 가서 활동했고 나중에는 음악적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고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피아졸라를 인정하게 되고 다시 부활시키게 되었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Tango’가 ‘Soul’이나 우리나라의 한을 담은 판소리나 민요 등이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리엔탱고’라고 지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맞았는지 성경선은 말을 이었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요. 아르헨티나에서 저희 색깔로 재편곡해서 연주하고 있어요. 두 가지 악기로 미약하게 시작했거든요. 저희만의 탱고가 아닐까 생각했죠. 아르헨티나에서 동양인이 연주하는 탱고를 우선 알려주고 싶었고, 탱고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음악들을 연주하기도 하는데 동양인들이 탱고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더라고요. ‘아리랑’, ‘엄마야 누나야’, ‘파랑새야’ 등 우리 음악을 알린다는 의미도 있고 해서 ‘오리엔탱고’라는 이름을 만들게 되었죠.”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오리엔탱고’를 보고 느끼는 반응이나 정서를 정진희가 이야기해 주었다.
“탱고의 정서에 기본이 되는 것은 이민자들의 정서예요. 이민자들의 정서에 앞서서 한 인간의 외로움을 말하는 정서와 같거든요. 탱고의 정서가 삶의 찌든 부분이든가 외로움이라든가 가슴에 뭉쳐져 있던 것을 표현하는 음악이 탱고이기 때문에 민족적인 정서가 우리나라 한민족이 느끼는 정서가 비슷해요. 한국음악을 편곡해서 한과 외로움, 아픔을 민속적인 멜로디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단순히 음악의 제목을 알려주기만 해도 예를 들어서 ‘고향의 봄’이라고 제목만 말하고 음악을 들려 주어도 눈물을 흘리고 충분히 공감하면서 음악을 받아 들이시더라고요. 저희가 거꾸로 많이 보고 느끼게 되었죠,”
한국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오리엔탱고’와 아르헨티나의 이민자들이 충분한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오리엔탱고는 2000년에 결성되어 동양인 최초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립음악홀에서 연주를 가졌으며, 2002년 1집 ‘오리엔탱고’발매를 기점으로 4개의 앨범을 발매하였고, 2002년 첫 내한공연을 가지면서 매 년 공연을 가져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공식 탱고 뮤지션으로 선정이 되어 있는 실력으로 인정받은 ‘오리엔탱고’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첫 번째 공연이 생각이 많이 나죠. 피아졸라의 미망인께서 성격이 깐깐한 스타일이세요. 그도 그럴 것이 자기 남편이 만든 음악을 연주하는 데에 얼마나 자부심이 강하시겠어요. 피아졸라 협회를 만들어 뮤지션들을 교육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이세요. 공연마다 가서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이 느낌은 아닌데 이 음악은 아닌데라는 판단을 하면서 음악이 정말 아니다 싶으면 공연 도중에 나가기도 한다는 굉장히 냉정하신 분이세요. 그 분이 저희의 첫 무대에 오신다니까 너무나 떨리는 거에요.”
오리엔탱고의 성경선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겸손하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르헨티나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탱고를 얼마나 연주를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보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어느 순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보다는 편안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탱고와 한국인의 정서가 비슷하고 이민자의 감정과 어린 시절의 그 감성을 음악에 담아 보자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는데 관객들의 갈채를 받고 피아졸라 미망인으로부터는 기립박수까지 받은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그래서 정식 탱고 뮤지션의 길을 순탄하게 밟아오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정진희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서 살짝 공개해 주었다.
“프로그램은 저희가 탱고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스타일별로 보여드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고전적인 클래식적인 스타일에서 점점 현대적이고 모던적인 스타일과 일렉트릭 스타일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탱고를 변형시켜서 들려 드릴 겁니다.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로 들려 드릴 겁니다.”
이번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Last Tango in Seoul-ORIENTANGO]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다양한 탱고를 접하게 될 것 같고, 오리엔탱고에서 직접 작곡된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와 일렉트릭 탱고 ‘슬픈 열정’도 들려 줄 예정이다. 특히 ‘슬픈 열정’은 탱고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슬픈 단조의 음으로 되어 있지만 탱고는 음악 그 안에 열정을 담고 있다. 스타일과 리듬이 그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당분간 마지막으로 하고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음반을 준비하고 공연을 또 다시 준비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현대적인 탱고를 기본으로 하는 스타일의 음악들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라틴스타일과 아마도 우리나라 음악 스타일도 담을 생각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여러 장르의 많은 뮤지션들과의 교류도 원하고 있는 오리엔탱고의 열정이 살아있는 이번 콘서트가 흥겨울 것 같다.

성경선 “공연을 공연으로 감상하시지 마시고 진희와 경선이가 대화를 하는데 함께 대화하는 느낌으로 편안한 느낌으로 자유로움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탱고라는 것보다 음악이라는 것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들어 주셨으면 해요.”

정진희 “저희 음악이 인간적인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직접 가슴속에서 전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받아들이시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희와 관객이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음악, 앞으로 시도할 음악적 스타일 들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오리엔탱고’도 많이 아시고,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리엔탱고’가 말했던 탱고의 음악적인 정의가 아직도 기억을 맴돈다. 아르헨티나에서 동양의 음악스타일과 닮아 있는 탱고의 이야기 말이다.
“슬프지만 무겁지 않은, 신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이것이 ‘오리엔탱고’ 그들이 들려주고 교감하고 싶은 언어일 것이다. 당분간 그 언어에 푸욱 빠져 보고 싶다. 슬프지만 무겁지 않게 신나지만 가볍지 않게 말이다.



[오리엔탱고]의 'EI Tango Para 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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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