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5인조 하드코어 록밴드 림프비즈킷의 무대는 올 한 해 최고의 라이브 공연으로 평가된다.

한국 의 음악팬들이 이처럼 몸이 부숴져라 열광하고 목청을 높인 적이 있었던가 할 만큼 다시 보기 힘든, 오랫동안 뇌리에 박힐 역사적인 무대였다.

관객이 어떤 라이브 콘서트에 흥분하고 열광하는지 정확히 꿰고 있는 그들의 무대는 기획된 연출도, 의도된 구성도 없었다.

아니, 준비된 모든 과정을 철저히 무시했다.

미국에서 한국 공연을 위해 빈틈없이 준비한 스태프는 통제불가능한 5명의 악동(?)에게 완전히 농락당했다.

공연을 주최한 ㈜좋은콘서트의 한 관계자는 "림프비즈킷은 불러야할 곡 목록과 순서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 스태프는 곡 리스트를 바닥에 내 동댕이치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두 번째 곡이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됐다.

보 컬 프레드 더스트가 갑자기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과 마주보며 헤드뱅잉 (리듬에 맞춰 머리를 상하로 흔드는 행위)을 시작한 것.

이때부터 프레드의 겁없는(?) `무대일탈`의 행진은 계속됐다.

무대에 있어야 할 그는 어느 순간 무대를 벗어나 출입문 쪽에 서있기도 하고, 2층으로 단숨 에 뛰어오르기도 했다.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면서 그는 4000여명의 관객과 한몸이 되기를 주저 하지 않았다.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그는 혀가 말리는 독특한 랩 실력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이며 관객과 호흡을 함께한 이들은 앙코르곡을 끝내면서도 "One More?(한 곡 더할까요)"라 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1시간30여분 동안 관객의 그루브(grooveㆍ비트의 깊이 또는 흥)감에 따 라 내키는 대로 연주하고 노래한 림프비즈킷.

기존의 라이브 공식을 철 저히 파괴하며 제멋대로 꾸린 무대는 라이브의 새 판을 짜는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을 만했다.

출처 : 헤럴드 경제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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