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관객들이 대거 포진한 <뉴시스>의 공연장 네덜란더씨어터는 막이 오르며 시작되는 서곡에서도 여자 관객들의 흥분된 환호소리가 솟구쳤다. 작은 동작 하나에도 박수가 터져 나오고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탄식과 웃음이 줄을 잇는 곳, 지금 뉴욕에서 가장 젊은 뮤지컬 중 하나인 <뉴시스> 공연장의 풍경이다.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디즈니사의 자랑은 뮤지컬이기도 하다. <미녀와 야수> <아이다> <라이언킹> <메리 포핀스> 등 기발한 시도와 탄탄한 무대를 바탕으로 한 우수한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는 디즈니가 신작 <뉴시스>를 내 놓았다.

1992년 개봉한 뮤지컬영화 ‘뉴스보이’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당시 흥행 참패라는 뼈아픈 경험을 안고 약 20년 만에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1899년 실제 뉴욕에서 일어난 신문팔이 소년들의 파업 사건을 소재로, 회사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더 월드 신문사’의 사장을 상대로 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장 가득한 에너지의 원천은 이들 신문팔이 소년들이 쉬지 않고 펼치는 역동적인 춤과 안무다. 현란한 탭 댄스를 바탕으로 두 손과 발을 한껏 벌려 빠르게 움직이는 크고 박진감 넘치는 동작들과 군무는 이 작품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한 팔은 신문 뭉치를 말아 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팔 신문을 높이 쳐들며 “신문이요!”라고 외칠 것만 같은 동작은 그대로 공연 포스터에 사용될 정도. 안무가 크리스토퍼 가텔리는 <뉴시스>로 올해 토니상 안무상을 수상했다.


세 개의 층으로 구분된 거대한 철제 구조물의 변화 무쌍한 변신도 역동적인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에 큰 몫을 한다. 안이 훤하게 보이는 구조물들은 층위를 달리해 여러 방면으로 조립, 해체되면서 신문팔이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이들이 뛰어 다니는 도시가 되기도, 저 멀리 행복이 있는 다른 도시가 되기도, 또다른 희망을 품는 뉴욕이 되기도 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장 큰 관심은 디즈니 작품을 한껏 빛나게 해 주는 작곡가 알란 멘켄이 음악을 담당했다는 것이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포카혼타스’, ‘알라딘’ 등 디즈니 영화와 뮤지컬에서 클래식의 풍부한 선율을 앞세운 세련된 곡을 선보여 온 그는, <뉴시스>에서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한 선율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경쾌함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알란 멘켄 역시 이번에 토니상 음악상을 가져갔지만, 안무에서는 다소 밀린 느낌이 크다. 강렬한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던 과거 그의 작품들에 비해 이번에는 음악적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고 평이한 전개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뉴시스>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너무나 뻔한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다. 현실을 벗어나는 꿈을 꾸며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고아 잭 켈리, 그와 사랑에 빠지며 성공적인 파업에 큰 힘이 되는 젊은 신문 기자 캐서린, 그리고 나중에 그녀가 잭 켈리와 맞섰던 신문사 사장의 딸이었다는 사실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개과천선 해피엔딩은 맥이 빠지고도 충분히 남을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객석의 환호는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훤칠한 실력과 매력, 그런 이들이 한데 모여 쉼 없이 펼쳐보이는 힘이 넘치는 군무, 감미롭고도 유쾌하게 관객들의 귀를 노크하는 음악들의 공일 것이다. 디즈니의 신화가 예전만 못 할 것 같다는 예상은 들지만 한번 외면 당했던 이야기를 신나는 뮤지컬로 부활시킨 모습을 보며 디즈니의 내공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도 다시 한번 상기하는 바이다.

글: 뉴욕=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