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극사에서 빠질 수 없는 거장 연출가 피터 브룩을 이번에는 오페라로 만난다.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피터 브룩 연출, 오페라 <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동명 오페라를 자신만의 버전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 1998년 <돈 조바니>를 끝으로 오페라 연출에서 손을 떼었던 그가 2010년, 12년 만에 내 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1950년대 말 이후 25년 간 오페라를 떠났던 이유가 “오페라의 변화 없는 형식, 모든 것을 가로막는 시스템과 관습에 실증 났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마술피리>는 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거대한 오페라의 배경과 화려한 의상 등을 배제하고 빈 공간에 배우가 중심이 되어 ‘소리와 사람과 이야기에만 집중’ 하고자 한다.

“진귀한 것의 진가는 작은 세팅에서만 진짜로 드러난다”고 주장하는 그는 “더욱 모차르트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의지”를 “음악과 노래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통해 펼치는 셈이다.


90분으로 압축된 이야기는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세트, 의상, 부수적인 캐릭터와 코러스들도 없이 대나무로 연출된 심플한 무대와 7명의 주요 캐릭터만으로 펼쳐진다. 작품의 분위기를 십분 드러내는 피아노 연주에 더하여 성악가들은 자유로운 비브라토를 선보인다. <마술피리>에 등장하지 않는 모차르트의 다른 곡들도 삽입되어 있으며, 멀티맨으로 분하는 2명의 배우가 작품의 유기적인 전개에 큰 활약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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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마술피리>

뱀에 쫓겨 도망치던 용모가 수려한 타미노 왕자를 ‘밤의 여왕’ 시녀들이 구해주게 되고, 밤의 여왕은 마술피리를 주며 자라스트로에게 붙잡혀 있는 자신의 딸 파미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자라스트로는 밤의 여왕이 말한 것처럼 폭군이 아닌 덕이 높은 인물로, 악의 화신인 그녀에게서 파미나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 이를 깨달은 타미노와 파미나는 불과 물의 시련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고, 타미노 왕자를 따랐던 새장수 파파게노 역시 자신의 짝 파파게나를 얻는다. 이 사실을 안 밤의 여왕은 모노스타토스와 함께 복수하러 찾아오지만, 지옥으로 떨어져 최후를 맞는다.

1791년 빈에서 초연한 오페라 <마술피리>는 에미누엘 쉬카네더가 핀란드 동화집 속 고대 이집트 이야기를 토대로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가 곡을 더했다. 당시 서민들을 위해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를 삽입한 ‘징슈필’ 형식으로, 가곡, 민요, 종교음악과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복수심에 마음이 끓어오르고 있음을 노래하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리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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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브룩
1925년 런던에서 라트비아 출신의 러시아, 유태계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피터 브룩은 18살의 나이(1945년)에 <닥터 파우스트>를 연출해 큰 호평을 받았으며, 21살에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전신, 셰익스피어 기념극장의 <사랑의 헛수고>(1946)를 연출하며 더욱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 전형성을 깨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큰 화제가 되었으며, 특히 1970년 하얀 박스형 무대에 철사로 만든 숲, 줄 위에 매달린 배우 등으로 선보인 <한여름 밤의 꿈>은 연극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후 파리로 근거지를 옮긴 피터 브룩은 1971년 국제연극연구소(CIRT)를 창설, 국제적인 배우들과 함께 특정 언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리듬과 사운드를 도입한 소통과 연극작업을 시도했으며, 1985년 인도의 대서사시를 바탕으로 옛 채석장에서 9시간 동안 공연한 <마하바라타>에서는 장대한 스케일에 신화, 종교관을 초월적 상상력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올해로 87세인 그는 연극, 영화, 오페라 등 전방위에서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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