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의 역사 왜곡으로 온 국민의 촉각을 세우게 만들었던 고구려사를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창작 오페라 < 아, 고구려 고구려>는 뉴서울 오페라단(단장 홍지원)이 2년 전부터 치밀하게 기획하고, 준비해 온 작품이다. 타 오페라 공연하고 차별성을 두어 대중 오페라로 만들어 낸 첫 작업일 것이다. 고구려의 벽화와 유물을 소품으로 사용,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고, 철저히 고증된 의상을 통해 고구려 시대를 그대로 무대 위에 재현할 창작 오페라 <아, 고구려 고구려>는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해하기 쉽도록 음악에 대중의 취향을 배려하였으며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곡으로 한 층 친근감을 유도하여 만들어 졌다 한다.

고구려 그 광활한 대지의 기운을 호흡한다.
정치와 군사적으로 강국이며 제국적인 성격을 많이 띠면서도 정신이 자유로운 문화가 발달한 문화국가였던 고구려. 5세기에 이르러는 영토가 확대되면서 양적으로 다양성을 띄게 되고 질적으로도 만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당시 광개토호태왕은 이른바 ‘중화사상’에 맞서는 천손의식하에서 천자인 황제란 의미로 대제임을 자처했으며, 황제만이 사용이 가능한 연호 또한 영락으로 재정하여 사용했었다.

광개토호태왕은 그야말로 대제답게 서북으로 요하를 넘어 멀리 대흥안령 남쪽 시라무룬강 유역까지 진출, 거란계 제 민족을 정복한 뒤 몽골 초원까지 나아가 교두보를 확보했고, 서남으로는 후연을 공략, 대릉하 유역까지 진출했으며, 동북으로는 조공을 중단한 동 여부를 복속시키는 등 실로 광활한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였다.

무대 위에 재현되는 우리 땅, 우리 문화, 고구려
<아, 고구려 고구려>는 대본과 음악, 안무, 무대, 의상까지 모두 오랜 기간 기획을 거쳐 탄생한 순수 창작오페라다. 고구려에 대한 역사적 사료나 문헌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단지 광개토호태왕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으로 시작했다. 기존 오페라와는 달리 극적 재미를 살리기 위하여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고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오래도록 노하우를 쌓아온 김영걸 연출자를 선정하여 오페라의 대중화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작곡은 연세대 음대 나인용 교수, 대본은 수많은 역사적 작품을 쓴 김영무, 안무에는 대형 무대의 안무를 주로 맡아 온 정재만 등 그 스텝들도 쟁쟁하다.
캐스팅 역시 광개토 호태왕인 담덕역에 바리톤 우주호, 그의 연인 다주 역에 소프라노 김향란, 김은정 그리고 다주를 짝사랑하는 지평 역에 이현, 이칠성 등 호화 출연진을 구축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연출 김영걸
“이 작품은 광개토 호태왕의 일대기를 단순한 우리 민족의 역사가 아닌 세계인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구려의 역사적인 사실과 드라마적 카타르시스, 장엄함과 부드러움의 안무와 음악이 녹아있고, 광개토대왕비를 형상화 한 무대와 고구려 군사의 용감함을 입체화한 군무 등 고구려 역사의 재생과 광개토 호테왕의 재조명을 통해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땅과 역사, 신념을 세계인이 즐기는 오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오페라에서 간과할 수 있는 연극적 요소의 가미로 오페라 매니아가 아닌 대중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니 인터뷰 작곡 나인용
“이번 작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분히 한국적이어야 하고 따라서 이 오페라의 곡들은 한국적 정서가 깊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개토 호태왕의 기상과 사랑의 에피소드를 표현하는 데 있어 합창의 많은 부분은 고구려의 기상을 노래하고, 독창에서는 사랑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선율을 사용했어요. 낭만시대의 아리아적 성격과는 다른 질그릇처럼 순박한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는데 주력을 했습니다.”

<아, 고구려 고구려>는 선조들이 樂, 哥, 舞를 통해 물려준 아름답고 신비로운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과 맞물려 또 다른 시대적 문화로 잘 다듬어 내는 일에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전통적 깊이와 무게, 역사성을 고려하면서도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였다.

미니 인터뷰 안무 정재만
“ 고구려의 역사성과 기상, 그리고 고구려 무예인 해동검도를 통해 고구려 기백을 담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존심을 문화예술 속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작품으로 남기를 기대합니다.”

미니 인터뷰 무대 송관우
“고구려의 광활한 영토와 민족의 정기를 엿볼 수 있는 무대를 표현하기 위해 역사의 고증에서 보는 고분벽화를 실현하면 얼마나 화려할까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벽화에 새겨진 풍성한 여성의 치마자락에서 베어 나오는 낭만, 사방에 드리워진 각종 문양들의 화려함 등을 응용하여 낭만이 넘치는 화려한 궁전이 재현될 것입니다. 또 처참한 전쟁터와 대제의 즉위식 장면 등 화려한 낭만과 고구려인의 기상이 어우러진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니 인터뷰 의상 이수동
“고구려 복식은 민족의 자신감 넘치는 기상과 웅장한 혼이 베어 있어 오늘날 세계시민이 입는 진취적이고 활동지향적인 옷이 바로 고구려의 바지와 저고리라 할 수 있죠. 창작 오페라의 특성을 살려서 고증에기본을 두고, 창작성을 가미하여 웅장함과 화려함, 우아함의 조화에 주력한 의상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고구려 문화 체험을 통해 자긍심을 높이고 민족적 자부심의 뿌리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 그리고 사랑 이야기
오페라의 줄거리는 크게 보면 3개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고구려가 가장 부흥했던 시기에 천하를 호령했던 광개토 호태왕의 기상과 통치,중국 동북지방 및 러시아로의 영토확장과 정벌, 그리고 그의 사랑. 이 세가지가 기본 줄거리의 뼈대를 형성한다.

무엇보다도 광개토 호태왕의 사랑을 다루는 일이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한다. 고구려 역사를 서술한 그 어떤 자료나 기록물에서도 광개토대왕의 사랑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로지 그의 관심은 정벌과 통치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작 오페라인 점을 감안하여 허구를 도입했으며,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의 사랑 이야기를 삽입하여 역사적 사실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흔적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고구려 다물정신
초대형 해외 오페라에 비해 순수 창작 오페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고구려의 기개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아, 고구려 고구려>는 내년 초 국내 공연에 이어 일본, 로스앤젤레스 등의 해외는 물론 8.15 남북 정상회담 기념으로 북한 공연까지 추진하고 있다. 오페라에서 표현된 ‘다물의 정신’은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자라는 의미에서 광개토 호태왕의 대륙정벌에 추점을 맞춰 세계로 나가 당당히 교류하면서 인류에 평화 공존과 번영에 기여하며 진정한 세계화를 견인하는 한국의 정신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 오페라가 어려운 현실에서 <아, 고구려 고구려>는 ‘대중 오페라’의 힘든 길을 들어섰다. 그러나 이런 오페라의 대중화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오페라 가수들도 뮤지컬 배우 못지않은 연기를 선 보여야 할 것이다. 형식면에서도 새롭고 볼거리도 많고 우리의 것을 퓨전 스타일로 만들어 낸 <아, 고구려 고구려>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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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 [인터뷰] 오페라 <아,고구려 고구려-광개토 호태왕>의 뉴서울오페라단 단장 홍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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