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사립기숙학교 세인트 에드워드 아카데미.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세계를 누빌 미래, 대를 이어 스탠포드에 입학하는 꿈 등 저마다 내로라하는 야망이 이곳에 꿈틀거린다. 그러나 묻는다. 이들의 꿈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나 자신인가, 아닌가. 또 다시 묻는다. 꿈에 이르는 길에 정직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아도 되는가?

청소년들이 다시 무대에 섰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갇혀 있던 내 모습을 깨닫게 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이성, 입시, 가정폭력 등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혼돈 속의 청소년들을 그렸다면 <아카데미>는 성숙된 인간을 향한 정의와 신념의 기로에서 질풍노도에 휘말리는 남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내기는 ‘성공’에서 시작된다. 학교 적응이 쉽지 않은 입학생 벤지를 두고, 상급생 에이모리와 미첼은 ‘그가 성공을 위해 학교 규칙을 위반하게 되는지 아닌지’에 내기를 건다. 그렇거나, 아니거나. 단순하고 친밀한 내기 속에 선과 악의 길이 놓인다.

이들의 치기 어린, 그러나 치열한 내기 속에는 아버지가 자리한다.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가장 큰 이유인 아버지로부터의 인정을 위해, 또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한 아들로서의 몸부림이 모든 혼돈의 진원인 것이다.


특별한 효과나 거대한 배경 장치 없이, 몇 개의 의자와 움직이는 계단 등으로만 이뤄진 단출한 무대 위, 커다란 액자처럼 매달린 스크린에 근엄한 아버지의 초상, 혼란스러운 회오리 바람, 그리고 아카데미 이곳 저곳의 모습이 담긴다. 단순한 무대 위 묵직하고 깊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로지 정상만을 향해 그들의 들끓는 피를 뿜어대는 소년들, 마음대로 조절되거나 꺼지지도 않는 불꽃 같은 기운은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과 노래를 타고 맘껏 뛰쳐나온다.

내기 사이를 관통하는 파우스트, 그 옆을 오가는 마키아벨리와 칸트의 사상은 <아카데미>의 가장 큰 힘이다. 학교 수업시간에 연습하는 연극 ‘파우스트’의 대사가 저마다 함정에 빠져 혼란스러운 이들의 현실과 오버랩 되는 장면은 충만한 지적 유희를 몰고 와 관객들의 가슴에 큰 진동을 울린다. 비극 혹은 희극으로 치우치는 뻔하고 극단적인 결말이 아니라 더욱 울림이 크다.

2009년 뉴욕뮤지컬페스티벌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곡상, 앙상블상, 딤프상을 수상했던 이 작품은, 올해 대구국제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구 축제에서 가장 빛나던 별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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