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둘이 한 가정을 이루어 산다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면 한 가정을 깨고 각자가 살아 왔던 환경으로 다시 돌아가는 빈도수 또한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세대인 것 같다. 옛날 - 옛날이라고 해봤자 불과 10년 내외 ? 결혼하고 잘사나 했다가 이혼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은 시대가 있었다.
어느 때이던가 30-40년씩 살던 부부가 ‘이혼’이라는 강을 건너게 되었고, 20쌍 중에서 1쌍이었던 분포가 3쌍 중에 1쌍이 이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만연된 이혼의 봇물 속에서 ‘부부 쿨하게 살기’가 말하고 싶은 부부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부부가 쿨하게 살기란 하늘에 별따기일까? 물론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가정’이라는 이름 하에 토닥토닥, 아웅다웅 살고 있다면 좋은 현상이지만 그것마저 없는 부부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거운 주제를 코믹으로 풀어 논 ‘부부 쿨하게 살기’로 들어가서 ‘부부 쿨하게 살기’가 말하는 ‘부부 사랑학 개론’에 빠져 보도록 하자.

1. 작품개요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유정과 재현은 꿈 같은 신혼생활을 거쳐 이제 결혼생활에 지쳐버린 7년차 부부. 자신의 꿈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남편의 뒷모습에 외로운 유정.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는 아내가 멀게만 느껴지는 재현. 이들은 부부상담 전문의와 함께 부부관계를 되짚어 보기를 시작한다.

2. 등장인물
남편 재현(임학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성격유형(MBTI)중 ENFP형
따뜻하고 정열적이고 활기에 넘치며 재능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관심이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척척 해낸다.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을 잘하며 항상 남을 도와줄 태세를 가지고 있다. 자기 능력을 과시한 나머지 미리 준비하기보다 즉흥적으로 덤비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이유라도 갖다 붙이며 부단히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아내 유정(우미화)
남의 ENFP형에 잘 어울리면서도 상반이 많은 ESTJ형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며, 기업 또는 기계에 재능을 타고난다. 실용성이 없는 일에는 관심이 없으며 필요할 때 응용할 줄 안다. 활동을 조직화하고 주도해 나가기를 좋아한다. 타인의 감정이나 관점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면 훌륭한 행정가가 될 수 있다.
김박사(김준기)
실제 부부상담 전문의. 무대상에도 정신과 전문의로 관객들에게 인식된다. 두 배우에게는 큐피트, 웨이터, 배달원, 의사 등으로 다양하게 비쳐진다.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참여시키지만, 그 또한 드라마의 한 등장인물이다.

우리 생활에 자리잡은 웰빙 문화가 유행처럼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웰빙은 이제 육체적, 정신적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육제적 건강에서 나아가 정신적 건강을 통한 웰빙이 주목을 얻고 있는데 <부부 쿨하게 살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바로 ‘관계’인 것이다.

부부의 대화시간 하루 평균 20분, 함께하는 시간 2시간 미만(20% 이상), 부부 문화활동시간이 결혼 초에는 60%에서 40,50대에는 10%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랑으로 결혼은 했지만, 사회는 점점 경쟁을 향해 치닫고, 부부의 관계는 2선으로 물러나 있다. 2004년도 사회지표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하는 비중이 10년 전 보다 7배로 커졌다고 하니 심각한 부부들의 위기, 가정의 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부부관계를 연구한 자료들을 보면 부부관계가 안정적이면 스트레스에 강해지며, 행복한 부부가 불행한 부부보다 각종 성인병 및 암의 발병률이 낮고, 면역체계의 기능이 항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성공을 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개인의 능력만큼 배우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배우자와의 안정된 애착관계가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 ‘부부관계의 재발견’에 초점을 맞춘 부부관계 강화를 위한 연극이 나왔다는 것은 그 시대를 반영하여 수효 적절하게 내어 놓은 작품인 것이다.

‘부부 쿨하게 살기’는 매번 공연을 올릴 때마다 부부관계 치료의 국내에 아직 적용되지 않은 연구성과들을 가지고 공연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극의 제작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국립극장 공연도 ‘이야기 치료(환자가 스스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써나감으로써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방법)’라는 연구 이론이 담겨있다.
갈등은 어느 부부에게나 일어나는 것이다.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이 있을 때 평소 부부관계에 대한 연습이 있었다면 부부 사랑이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부부 쿨하게 살기>의 토대가 되는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의 엑서사이즈’는 부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갈등을 살피고, 애정을 점검할 수 있는 지침서이다. 한국 결혼지능연구소에서 미국의 정신 의학자 존 고트만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화한 것으로,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어 큰 성과(치료)를 거둔 부부 관계 개선 프로그램이다. [애정지도 만들기 / 좋아하고 존중하는 마음 점검하기 / 서로 다가가기 / 부부 싸움 이야기 / 부부싸움 쿨하게 하기 / 해결되는 갈등과 해결되지 않는 갈등 이해 / 부부 공동의 꿈 만들기]

손에 잡히는 내 남편, 내 아내 이야기인 것이다. 실제 부부 치료사례를 바탕으로 한 연극 속 부부의 이야기는 손에 잡힐 듯 하다. 관객은 무대 위 부부의 모습을 통하여 자신의 생생한 현실을 보게 된다. 결국 그것은 치료라는 기능과 ‘부부관계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에 쉽게 다가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던지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마음 속에 ‘우리 부부는?’ 이라는 물음표를 안고, 극장 밖을 나가게 될 것이다.

2004년 공연에서는 부부사랑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중심으로 관객들이 자신들의 부부관계를 점검해 보는 것이 위주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부부가 함께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창의적인 발명이 필요하며,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공통된 전망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고, 부부가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관객들은 부부가 함께 극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보고, ‘우리 부부’의 정체성을 같이 발견해서 앞으로 꾸며갈 삶의 전망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관객자신들의 드라마는 부부가 함께 채워가는 것이다.

Interview 김준기 (출연전문의 김박사 역)
정신과 전문의로 연세 의과대학 6년 동안 세란극회에서 활동하였다. “정신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도 바로 연극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삶을 더 깊게 연구하고 싶었거든요. 욕심이 많죠?”
김준기 박사는 거식, 폭식증의 국내에서 유일무일한 전문의이기도한 그는 여러 peo의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접하면서 ‘행복한 부부 건강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다.
“보통 사람의 생각보다 행복한 부부가 드문 현실에 전문의로서 접근한 것이 바로 부부가 행복하게 잘살기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는 한국결혼지능현구소에서 이호영 소장을 비롯해 11명의 부부상담 전문가들이 6년 동안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연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불치병환자들의 삶의 동기를 북돋울 수 있는 “동기 강화극’에 대해 구상하고 있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2003년도에 처음 ‘부부 쿨하게 살기’를 준비했을 때에는 주위에서 기대 반, 의심 반하는 눈치였는데 한 해 한 해 거듭할수록 더욱 격려해 줘요. 그래서인지 올해 <부부 쿨하게 살기>를 준비하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어요. 더 발전된 이야기들을 꺼내 놓아야 하고, 연극의 감동이 더해진 공연을 내어 놓고 싶기 때문이죠. ‘ 신경정신과 원장,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방송패널, 연극배우 등 많은 역할들로 하루하루가 너무 길지만, 삼선교 연습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가볍기만 하다.

Mini Interview 프로듀서 김의숙(㈜ 파임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 대학로에 발을 디딘지 10년하고도 1년이 되었습니다. 10년 전도, 지금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관객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만들어낸 공연들은 공연관계자보다는 관객들이 진가를 먼저 알아주셨어요. 대표적인 것이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비언소>, <늙은 창녀의 노래>, 그리고, <부부 쿨하게 살기>이죠.” 요즘 그는 새로운 <부부 쿨하게 살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부부관계과학을 연극과 결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2005 New <부부 쿨하게 살기>가 던지는 메시지인 ‘진정한 웰빙은 관계에서 시작된다.’를 모토로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고 한다.

결혼 7년차 부부만이 아니라, 특히 결혼식과 혼수를 챙기기에 급급한 예비부부들에게 이번 연극을 꼭 추천한다. 부부관계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으로 강화시키고,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하는 본격적인 ‘관계’에 대한 신개념 연극에 기대를 걸어 본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