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음껏 ‘유린’하고 지배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인기 밴 드 ‘린킨 파크’는 불과 1시간30분만에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지난 29일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 진 ‘린킨 파크’는 연단에 오른 히틀러처럼 주위를 압도하는 독 재자였다. 1만5000여관객들은 이들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고, 이들의 연주와 노래에 기꺼이 ‘희롱’당했 다.

이날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오프닝 무대의 주인공은 서태지사단 의 밴드 ‘피아’. 이들은 해외 밴드 못지않은 짱짱한 사운드로 추운 날씨에 경직돼 있던 관객들의 귀와 눈을 풀어줬다. ‘피아 ’측 관계자는 “‘린킨 파크’측에서 ‘피아’의 공연을 본 뒤 대단히 흡족해 했으며 미국 투어 이야기도 오갔다”고 전했다.



이어 밤 8시50분쯤 마침내 무대에 등장한 ‘린킨 파크’는 2집 앨범 ‘미티오라(Meteora)’에 수록된 머릿곡 ‘포어워드(Forewo rd)’와 ‘돈 스테이(Don’t Stay)’ ‘섬웨어 아이 빌롱(Somewh ere I Belong)’을 숨쉴 틈 없이 몰아쳐댔다. 마치 일본의 진주 만 공습처럼 난데없는 기습을 당한 관객들은 괴성에 가까운 환호 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관객중에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 다. 헤드뱅잉(리듬에 맞춰 머리와 상체를 흔드는 것)은 기본이었 고 모두 풀쩍풀쩍 뛰면서 춤을 추거나 팔을 흔들었다.

지난 4일 있었던 마릴린 맨슨의 공연에서는 무대에 오른 맨슨이 인형 역할을 했지만 이날은 관객들이 꼭두각시가 되어 자신들을 내던졌다. ‘린킨 파크’의 체스터 베닝턴의 보컬과 마이크 시노 다의 랩, 롭 버든의 드럼, 브래드 델슨의 기타, 피닉스의 베이스 는 스튜디오 앨범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특히 한국계 멤버 인 DJ 조지프 한은 ‘자랑스러운 스크래칭’ 실력을 보여줬다.

‘린킨 파크’의 1집 앨범 ‘하이브리드 시어리(Hybrid Theory) ’의 수록곡들이 연주되면서 공연 열기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페이퍼 컷(Paper Cut)’에 이어 ‘런어웨이(Runaway)’ ‘위 드 유(With You)’등등. 특히 이들의 최대 히트곡 ‘크롤링(Craw ling)’과 ‘인 디 엔드(In The End)’에 이르러서는 관객들은 최면에 걸린 듯 모두 침몰했다.

그러나 ‘린킨 파크’는 겸허한 친구들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한 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들 역시 감격해했고 “서울을 존경한 다”고 외쳤다. 마지막곡 ‘원 스텝 클로저(One Step Closer)’ 를 부른 뒤 이들은 90도로 절을 하며 경의를 표하고 무대뒤로 사 라졌다.

이날 공연은 밤 10시20분쯤 막을 내렸지만 여운을 맛보려는 관객 들은 아쉬움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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