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이던가 줄리아 앤드류스가 짧은 머리로 넓은 들판을 달려와 불렀던 < The Sound of Music >을 불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게 있어 뮤지컬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 비디오, DVD를 구입하여 닳고 닳도록 보았던 그 영화를 이번에는 오리지널 브로드웨이팀의 뮤지컬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지난 16일 공연장을 찾았다.
< 사운드 오브 뮤직 >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려오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내 추억으로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앞, 뒤, 옆 자리를 확인해 보니 10-50대의 관객들이 나와도 같이 추억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큰 무대를 < 사운드 오브 뮤직 >의 감동을 진하게 전해 주기 위해 그랬는지 몰라도 FOCUS를 중심에 몰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는 무대부터 올망졸망 아이들의 모습까지 앙증맞은 < 사운드 오브 뮤직 >이었다.
수녀들의 합창소리와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하는 주옥 같은 멜로디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어릴 때 보고 듣고 많이 불렀던 < 도레미송 >부터 < 에델바이스 >까지 그 속에 묻혀 그 빛을 발하는 줄거리가 나를 사로 잡고 있었다. 폰 트렙 대령 집에 도착한 마리아는 아내의 죽음으로 폐쇄적이고 너무나도 경직된 폰 트렙 대령과 아이들의 메마른 가슴을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로 모두 바꿔 놓고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도 < 사운드 오브 뮤직 >에 한 인물로 함께 노래하고 웃고 울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내 추억의 한 귀퉁이에서 그 옛날의 감동이 살아나고 있었다.

이렇듯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움직일 수 있는 마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고 있었다. 폰트랩 대령과 마리아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하여 사랑을 하고 결국은 결혼을 하게 된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는 감동적인 장면과 내 마음 속에 전해지는 장면들이 다시금 하나씩 들어오고 있었다. 마리아의 천방지축인 수련수녀의 모습, 원장수녀와의 독대, 폰트랩 대령과 그의 아이들과의 첫 번째 만남, 도레미송, 리즐의 풋풋한 사랑,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무서움을 견디는 모습, 아이들의 저녁인사, 폰 트랩 대령과의 사랑을 느끼는 장면, 에델바이스 곡을 부르며 조국을 떠나게 되는 폰트랩 대령의 가족들, 알프스 산을 오르며 꿈을 향해 가는 모습들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내 추억의 그림에서 약간은 벗어난(?) 알 수 없는 정적, 무대세트의 단조로움, 어린이들의 노래 역량, 배우들의 아슬아슬한 대사처리 등- < 사운드 오브 뮤직 >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내 추억의 감동을 앗아가진 못했으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 사운드 오브 뮤직 >을 처음 대하던 나의 설렘에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 전체적으로 전해주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만 가지고 발길을 돌렸다.

한 여자의 사랑이 노래라는 매개체로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이라는 언어로 하나되게 하여준 < 사운드 오브 뮤직 >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가지게 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감동과 설레임은 내 살아있는 동안에 잔잔히 살아 숨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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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터파크 공연팀 이준한(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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