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매달린 작은 그네, 이곳에 몸을 의지해 유영하듯 공기를 가르는 곡예사의 유연함과 대범함에 객석은 짧은 탄성으로 술렁거린다. 이어 마치 중력이 미치지 않은 듯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텀블링 아티스트들의 일사분란한 묘기에 빅탑 안은 점점 서커스와 음악, 예술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세계로 변모해 간다.

잠실종합운동장에 다시 빅탑이 세워졌다. 2007년 <퀴담> 이후 태양의서커스(서크듀솔레이)가 두번째로 국내에 선보이는 <알레그리아>는 <퀴담>에 열광했던 관객들의 발길을 다시 모으고 있다.

‘환희’ ‘기쁨’ 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알레그리아>는 촘촘한 재미로 2시간 동안 환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는데 충실히 임한다.
공중에서 펼치는 곡예는 음악과 의상, 조명과 만나며 아트서커스의 결정체를 만들어낸다. 두 가닥의 줄 이외에 어떤 도구 없이 공중을 가르는 플라잉 기술은 중력을 역행하는 듯 자유롭게 공중의 상하좌우를 오가며 대신 하늘을 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탄력 있는 러시안바 위를 놀랄 정도로 자유롭게 점프하는 무대도 주목 받는다. 가만히 서 있기 조차 힘들어 보이는 좁은 바에서 점프와 곡예를 펼치는 기술은 손에 땀이 나게 하고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파이어 댄싱 역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지팡이 위에서 팔 하나로 몸을 지탱하는 핸드 발랜싱과 텀블링, 공중 곡예가 이어지면 빅탑 안은 서커스와 환상으로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세상을 형성해 나간다. 특별한 줄거리는 없지만 그들이 펼치는 서커스와 음악, 의상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 할만 하다.

<알레그리아>를 포함함 태양의서커스 작품의 진면목은 서커스에 아름다운 환상을 더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제목부터 환상과 기쁨을 말하지만 서커스의 배경 음악은 슬픔을 품고 있다. <알레그리아>를 더욱 유명하게 한 이들 음악들은 동화속 어둡고 습한 숲을 걷는 듯 느낌이다. 발레리나 의상을 연상케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화이트싱어의 활약은 이번 공연을 단순한 서커스 이상으로 격상시킨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선보였던 <퀴담>보다 서커스적 재미에 무게를 둔 흔적이 보인다. 공연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는 화려한 서커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2시간을 훌쩍 지나게 한다. 분위기와 색감이 남달랐던 <퀴담>과는 차이가 있지만, 서커스 차제를 쉽게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객석 사이를 누비며 관객들에게 장난을 걸기도 하는 등 서커스 사이 마다 보여주는 광대들의 무대와 연주는 또 다른 서비스. 그들은 서커스를 보며 긴장했던 마음을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로 풀어놓곤 한다.

우리에게는 이제 잊혀지고 있던 서커스란 장르를 아름다운 음악과 의상, 세련된 연출로 세계의 관객의 끌어 모으고 있는 태양의서커스. 이들이 1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 <알레그리아>는 서정적이고 중독성 있는 라이브 음악과 잘 배합된 서커스, 아름다운 조명과 의상으로 다시금 한국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속담이 생각난다. 서커스를 아름답고 세련되게 포장하는 그들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