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루나틱이 공연되는 대학로 예술마당. 공연시작 전 관객들이 입장을 시작하니 아무리 소극장이긴 하지만 빽빽이 채운 사람들 덕에 극장이 더 좁아 보인다. 좌석뿐만 아니라 계단에 앉아서 보는 관객도 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이 [루나틱]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하나다. ‘재미있으니까’.

이들은 끊임없이 웃겨준다. 바람둥이가 유부녀 꼬시는 방법을 리얼하게 설명해주는가 하면,대책 없는 할머니가 은행에 침투,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남자지’라는 마초적 신념 하나로 어린 아들에게 몸을 파는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어이없는 상황도 능청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진정 이 작품이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단지 ‘웃겨서’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슴을 치는 아픔도 샴 쌍둥이처럼 이야기마다 붙어 나온다. 대책 없이 웃겨주는 이들은, 다름아닌 정신병원 환자들. 이들은 ‘왜’ 자기가 미치게 됐는지를 설명한다. 이들은 상처받고, 힘겨워하다 미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정원병원에서 환자들이 ‘왜 내가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상황은 관객들을 마냥 웃게 할 수도, 마냥 안타까워할 수도 없게 만든다. 웃다가 울게 만들고, 그러다 또 웃게 만드는 게 이 작품의 저력이다.



모든 작품에는 강약 조절이 필수다. 관객들은 마냥 웃을 수도, 마냥 슬퍼할 수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게 사람 감정이니. 그런 면에서 루나틱은 관객들의 기분을 쥐었다 폈다 하는 솜씨가 여간을 넘어서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 그것도 정신병원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환자들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한편으로는 기가 막히게 관객을 속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어차피 미친 세상, 살짝 미치는 게 행복하지 않냐고.

대형 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물량 공세가 없어도, 이야기가 탄탄하면 이를 알아보는 관객은 많다. 루나틱은 관객들의 감성과 웃음코드를 솜씨 있게 어루만져 2004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랑 받고 있다. 날이 갈수록 무서운 뉴스가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때, 살짝 미쳐서 행복한 루나틱 세상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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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