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한번쯤 되짚어 보아야 할. 깊이 있는 연극

히바쿠샤. 원폭 피해자라는 뜻이다.
1945년 8월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을 소재로 한 연극이 연극계의 산 증인 대배우 백성희 선생과 홍유진, 김명수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4월19일부터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대극장에서 10일간 무대에 오른다.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였던 가이홍의 원작 “I am a hibacusha"를 음악적 요소와 풍자 코믹터치로 새롭게 재탄생 시킨 이 작품은 아버지가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고 히로시마에서 피폭을 당한 후 아무에게도 보상받지 못하는 원폭 피해자로써 결혼 후에 2번의 기형아 출산으로 끝내 자살로 내몰리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야했던 한 여인 ‘김영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연출자, 홍유진 “핵, 결코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1987년 ‘히바쿠샤 김영주’ 초연 이후 3번째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이번 공연에서는 제작, 연출, 주연배우까지 1인 3역을 맡고 있는 홍유진(연극배우, 동덕여대 방송 연예과 교수)은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어찌 보면 굉장히 민감하고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아니기에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물었다.
“핵이라고 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으로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이미 이것은 개발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핵으로 인한 원폭 피해자들은 유전변의 등으로 많은 불이익과 피해를 겪었고 실제 극중에 그러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을 보면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잠시나마 귀 기울이며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김영주 役의 홍유진 “무대 위에서 살아라”
그 어떤 치유법도 없었던 원폭 희생자들의 아픔을 통하여 환경공해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내재된 빛”을 되찾게 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연출자 홍유진 으로써가 아닌 무대에 오르는 주연배우 홍유진 으로써의 연기철학을 물으니 답은 하나란다.
“연기를 하는 배우의 정서(육체,감정,정신) 이 세 가지가 정확하게 맞닿아 있어야 한다.
배우가 순간순간의 감정과 심상을 통해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로 하여금 관객은 그 똑같은 정서를 전달받게 된다. 물론 다른 배우들과의 유기적 관계나 호흡, 균형, 기술적인 측면 또한 아주 중요하다.“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순간순간 반응을 할뿐이라고 말하며 정말 무대위에서 숨쉬고 느끼고 울고 웃고 살아가며 관객과 가슴으로 소통하려는 그녀가 “김영주”를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해 본다.

쿠쿠신부 役의 김명수 “히바쿠샤, 과연 누구의 사랑인가?”
“히바쿠샤 김영주”의 초연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사랑 히바쿠샤]라는 제목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극의 중심을 쿠쿠신부의 시점으로 틀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쿠쿠신부의 비중은 더 무거워 졌을 뿐더러 무게중심으로 놓이게 되었다.
구호협회의 명분으로 일본에 건너와 우연히 김영주를 보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쿠쿠신부. 그녀를 피폭자로 만들어버린 나라의 사람이지만 사랑 앞에 신부라는 이름도 포기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쿠쿠신부 役에 배테랑 배우 김명수는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주만 생각하면 순간순간 가슴이 복 받혀 눈물이 흐른다는 김명수는 자신이 맡은 쿠쿠신부役에 굉장히 빠져있는 듯 보였다.
“연극은 생각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김명수는 연극계에서 자타공인 연기력을 검증 받은 배우이다. 자신이 맞은 캐릭터에 흠뻑 취하고 관객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때 너무 행복하다는 그는 생각할 수 있어서, 또한 그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 연극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연극을 사랑하는 그가 또 한번 맡은 배역에 무섭게 빠져있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표현해내는 쿠쿠신부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무관심 속에 흘려 보냈던 역사적 체험을 극 속에서 나마 겪어보게 되어 소중한 체험이었던 만큼 관객들 또한 그러한 의미 있는 시간을 통해 히바쿠샤, 히바쿠샤 김영주가 과연 누구의 사랑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판단하시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재미있는 볼거리, 초호화 까메오-박경림, 김아중, 김정화, 조정린, 서범석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타들이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선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성이 짙은 가벼운 소재의 연극이 아닌 만큼 자칫 건조해 질 수 있는 극의 특성상 중간중간 등장하는 까메오 들의 출연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핵, 누구를 위한 발명품인가
전쟁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받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보상을 받거나 요구 또한 할수 없었던 히바쿠샤. 그리고 한국인 피해자들. 그 안에 김영주란 여인도 포함되어 있다. 누가 그녀의 인생을 망쳐 놓았는지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던 비극적 인생을 지켜보며 과연 핵이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가 아니면 결코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파괴의 산물인지는 관객들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몫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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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유경(9859prettygir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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