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햄릿 < 지젤 >

프랑스의 낭만시인이자 비평가인 고티에는 독일 시인 하이네가 독일 전설에 관해 쓴 연구서 ‘독일로부터’를 읽고 ‘윌리‘의 전설을 발레화하겠다는 영감을 얻는다. 윌리는 결혼식 전날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으로 춤추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처음에 고티에는 이 작품 1막의 배경을 화려한 귀족 무도회장으로 설정한 후, 빅토르 위고의 시 ‘유령’에 등장하는 젊은 미녀를 주인공 삼아 그녀가 무도회장에서 온통 춤에만 정신이 팔려 밤새도록 춤추는 내용으로 그려보고자 했다.
그러나 조르쥬와 대본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고 극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폭 바꾸기에 이른다. < 지젤 >의 배경은 귀족의 무도회장에서 독일 라인강 유역의 농촌으로, 젊은 미녀는 순박한 시골처녀 ‘지젤’로 밤새도록 춤을 추는 장소는 무도회장에서 인적 드문 숲속으로, 젊은 미녀가 밤새도록 춤을 추다 차가운 바깥 기온에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은 지젤이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충격받아 죽는 것으로 바뀐다. 시골처녀 지젤이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가장한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상대로부터 배신당한 충격으로 죽은 후에도 사랑을 위해 헌신한다는 발레 < 지젤 >이 탄생하게 된다.

발레의 햄릿
연극 관객이 항상 < 햄릿 >을 잊지 못하듯 발레관객은 항상 어떤 발레리나가 < 지젤 >을 가장 잘 연기하는가에 커다란 기대를 갖는다.
1막에서는 쾌활하고 순박한 시골소녀 지젤로서, 2막에서는 신비한 영혼인 윌리로서 인간과 초인간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발레리나의 연기력도 그 기량을 평가하는 관객으로서는 흥미롭기만 하다.
로이스(알브레트의 가명)와의 빠드되(Pas de deux:2인무)에서 꽃점을 치는 발랄한 모습과 사랑의 고통에 못이겨 실성하여 칼에 뛰어들 때의 비통함, 그리고 윌리가 되어서 춤추는 알브레트와의 Pas de deux는 발레리나의 기량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낭만주의 발레의 대표작!
< 지젤 >은 19세기 초부터 문학과 음악에 유행하던 낭만주의가 발레에 도입된 대표작품이다. 낭만주의 발레의 특성은 그 주제가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는데 있다. 비통한 현실과 환상적인 혹은 아름다운 비현실이 공존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1832년 안무된 < 라 실피드 >와 1841년 안무된 < 지젤 >은 그 주제 면에서 위의 공통성을 지닌다.
“낭만주의는 눈물 흘리는 별이고, 가냘프게 우는 바람이고, 몸을 떠는 밤이다…”라는 말처럼. 주제가 변화함에 따라 신화를 주제로 하던 신고전주의 발레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의상과 무대 분위기, 그리고 새로운 기교가 탄생되었다. 로맨틱 뛰뛰와 포인트 슈즈는 떠다니는 영혼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여 발레 블랑(백색 발레)이 곧 낭만주의 발레의 대명사가 되었다.

무대의 분위기는 “달빛이 흐르는 신비감을 풍기는 숲 속의 밤”이 새롭게 등장하여 신낭만주의 작품인 < 라 실피드 >와 < 백조의 호수 > 등의 무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기교로는 Sur les pointes, 즉 발끝으로 춤을 춤으로써 현실의 상징인 땅으로부터 벗어나 공기 속을 떠다니는 초인간적인 모습을 시도했다.

그 이외에 지젤에 아라베스크와 씨손느를 주로 사용했고 인간의 동작으로는 삐루엣과 꺄브리올을 움직임의 테마로 삼고 있다.
떼오필르 고티에(낭만주의 운동의 리더이자 시인이며 작가)가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작품에서 찾아낸 윌리의 전설은 발레 <지젤>의 소재가 되었다. 1841년 파리 왕립 음악학교 극장에서 초연된 < 지젤 >은 음악가이면서 매우 뛰어난 발레 실력을 갖고 있었던 아돌프 아당의 작곡에 장 꼬랄리와 쥘 빼로가 안무하였다.

줄거리
지젤은 결혼을 약속하였으나 결혼식 전에 죽은 소녀들인 윌리에 대한 오래되고 시적인 전설에 기초했다.
한 밤중에, 전설에서 그러하듯이, 윌리들은 무덤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 마치 그들의 순결했던 춤과 죽음에 의해 너무 잔인하게 짧게 잘려져 버린 놀이들을 연장하길 것처럼. 그들을 지나치는 여행자에게 재앙이 있을지어다.
복수의 열망에 사로잡힌 윌리들은 그들을 춤으로 이끌고 지쳐 스스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원형의 왈츠로 그를 강요한다.

act 1
햇빛이 비치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 단순하고 꾸밈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어린 시골 소녀인 지젤은 태양과 파란 하늘, 새들의 노래,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인생을 밝혀 온 순결하고 신뢰하는 사랑을 기뻐하고 있다.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그녀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지젤을 사랑하는 사냥터 관리인은 그녀가 사랑하는 알브레히트가 전혀 농부도 아니고 변장한 귀족이며 그녀를 속이고 있다고 설득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사냥터 관리인은 알브레히트가 임대한 마을 오두막집에 몰래 들어가서 칼집에 문양이 있는 은으로 된 검을 발견하다. 이제 그는 알브레히트가 자신의 귀족의 피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호화로운 의상을 차려 입은 눈에 띄는 귀족들이 사냥 후에 마을에서 휴식과 활력을 찾고자 한다. 농부들은 그들의 손님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보낸다.

알브레히트는 이 기대치 않은 만남에 당황한다. 그는 그들을 알고 있고 일행 중에 그의 약혼자, 바틸드가 있다는 것을 숨기고자 한다. 그 사이에 사냥터 관리인은 알브레히트의 칼을 모두에게 보여 주며 그의 가면을 벗기고 그의 속임수를 고발한다.
지젤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반으로 엄청난 쇼크를 받는다. 순결하고 크리스탈처럼 투명했던 그녀의 신념과 희망, 그리고 꿈의 세계는 파괴되었다. 그녀는 미쳐서 죽고 만다.

act 2
한밤, 달빛에 젖은 마을 교회 무덤 사이로 윌리들의 유령이 나타난다.
윌리들은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받아 지젤의 무덤에 찾아온 사냥터 관리인을 발견한다. 무자비한 윌리의 여왕, 미르타의 명령으로 윌리들은 그를 둘러싸고 그가 지쳐 쓰러져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를 춤추도록 만든다.

알브레히트 역시 지젤을 잊지 못한다. 밤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그는 그녀의 무덤에 온다. 윌리들은 즉시 그를 둘러싼다. 알브레히트도 관리인과 같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지젤의 그림자가 나타나고 그녀의 영원한 그리고 희생적인 사랑은 윌리의 저주에서 알브레히트를 보호하고 살려 낸다.

윌리들의 유령같은 하얀 형체들은 떠오르는 첫 번째 햇빛에 사라진다. 지젤의 공기같은 그림자도 역시 희미해지지만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기억 속에 죽음보다 강했던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후회에 함께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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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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