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권리장전2016 검열각하' 선포
6월부터 20개 극단, 21개 작품 기획
"검열에 따른 긴 저항, 싸움 시작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에 맞서 여는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사진=대학로 X포럼).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인들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에 맞서 공연예술제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 검열각하’를 연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치러지는 ‘권리장전’ 공연에 앞서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킥 오프 파티’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20개 극단, 개인, 팀,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텀블럭 후원자 등 검열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 참석했다.

권리장전은 1689년 영국의 명예혁명의 결과로 이뤄진 인권 선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연극인들의 권리장전은 시민과 예술가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무대 위의 긴 저항을 의미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연극인에 대해 지원을 배제하는가 하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을 방해한 ‘팝업씨어터’ 사태, 류재준 작곡가의 국제음악제 지원 탈락 등에 따른 공동 대응이다.

참여 극단들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내고 “현 정부의 권력과 자본이 공공의 영역에 가하는 치사하고 유치한 행패에 우리는 극심한 굴욕감과 고통을 체감한다. 하여 우리는 오늘 여기 이 극장 안에서 극장 밖으로의 싸움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오는 6월9일부터 10월30일까지 5개월 동안 열리는 ‘검열각하’ 행사 동안 20개 극단 21개 작품이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과 야외공간 무대에 오른다. 연극뿐 아니라 예술검열 공부방, 예술검열 격월 토크, 비평 아카이빙 등의 프로그램도 열린다.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연출은 권리장전 발기문을 직접 낭독했다. 그는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써 있다. 하지만 지금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나 권리는 그저 종이 위에 쓰여진 글씨에 불과하다”면서 “우리가 긴 권리장전을 시작하는 이유는 국가권력이 각자의 주권에 부당하게 침입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권력이 가하는 압력 때문에 당황하거나 동요하는 대신 다수로부터 소수의 자유에 대한 보장과 구현으로 우리의 주권을 확장해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검열각하’에는 대학로에서 활동중인 극단과 연출, 작가들이 두루 참여한다. 6월9~12일 극단 드림플레이테제21(김재엽 연출)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16~19일 극단 신세계(김수정 연출)의 ‘그러므로 포르노’, 23~26일 극단 달나라동백꽃(부새롬 연출)의 ‘안티고네’, 30일~7월3일 극단 돌파구(전인철 연출)의 ‘해야 된다’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번 공연예술제는 후원금 모금방식으로 진행된다. 4300만원을 목표로 정하고 시민모금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projectforright)을 통해 후원금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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