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인간 연산>
음악, 무대 짜임, 인물들의 몸짓과 눈빛 등이 섬세하고 구슬프게 어울려 전율을 일으킬 <문제적 인간 연산>이 오랜만에 다시 찾아왔다. 초연의 거대한 스케일에서 벗어나 규모는 좀 더 작아지고 현대적인 형식을 가미했다지만, 무대에서 내뿜어지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에너지는 여전할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출생과 성장 과정이 한 사람 인생을 어떻게 비극적으로 만드는지, 그리고 그 비극적인 사람이 한 나라의 군주였다면 어떠한 피바람을 온 세상에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 '연산군'을 중심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의 광폭함 이면에 자리한 혼돈과 여린 모습에 주목하며 그에게 긍휼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윤택 작/연출로, 소리꾼이자 탁월한 배우이기도 한 이자람이 음악감독과 함께 녹수, 폐비 윤씨 등 두 가지 역을 동시에 맡으며 강렬한 눈빛으로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연산 역의 백석광도 관객들의 시선을 앗아가리라 점쳐진다.

<사의 찬미>
여름은 공포물의 계절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공포물은 아니지만, 그 못지 않게 서늘한 기운으로 끈적한 땀과 더위를 가시게 하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올해로 세 번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의 찬미>다. 1926년 현해탄을 건너던 배에서 뛰어내려 동반자살한 성악가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실화를 재구성한 이 작품은 주인공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5시간을 어두운 분위기로 밀도 높게 그려낸다. 특히 허구의 인물이자 이야기의 주요한 실마리를 쥐고 있는 신원미상의 ‘사내’의 미스터리한 존재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초연멤버 정민과 함께 사내 역을 맡은 최재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테마곡 ‘사의 찬미’를 비롯해 ‘도쿄 찬가’ ‘그가 오고 있어’ 등 라이브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넘버도 매력적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희망'이다. 여신의 존재를 통해 자신만의 꿈과 희망을 발견하는 공연. 관객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네 번째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전쟁 중 조용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한국군과 북한군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전을 함께 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2015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이전 공연에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종구, 최대훈, 려욱 등 기존 배우들과 고은성, 신재범 등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로 더욱 단단해진 팀워크를 보여줄 예정이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밝고 따뜻한 기운을 통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글: 황선아, 강진이, 박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