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서울 홍대 인근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버스킹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

거리 공연하는 이들을 일컫는 버스커(busker)들과 주변 상인,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분위기다. 버스킹 문화는 거리에서 노래와 연주 등 공연을 하고 돈을 받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홍대 인근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마포구청과 마포경찰서 등에 버스킹으로 인한 소음과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면서 버스커들의 공연이 단속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공연을 하던 한 버스커 팀은 경찰에 연행됐다가 훈방 조치되는 해프닝도 생겼다. 저녁이면 버스킹 공연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홍대 앞 놀이터에는 ‘인근 주민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공원 내 야간 공연을 금지’하오니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거리 곳곳의 전신주 등 기둥에는 ‘야간공연금지’ 공지 포스터가 붙었다.

마포구청 문화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연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광장에서 구청의 허가를 받은 팀들은 민원이 제기되지 않으면 공연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버스킹이 소규모에 소리도 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버스커들이 늘고 소리도 커져 민원이 증가해 단속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청의 허가 없이 보행자 도로에서 공연을 하다 통행혼잡을 빚어 인근 상인들이 장사에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하고 청각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버스커들은 해당지역 일대가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되는 등 지역적 특색이 갖춰지고 상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여도가 이제 와서 무시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버스커는 “공연 전에 인근 음식점 등 상점주들과 공연 음향의 크기 정도에 대해 협의한다. 버스킹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장사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상인들도 적지 않은데 일부의 의견만 반영돼 단속을 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버스킹 공연을 하는 팀들은 가수, 개그맨을 꿈꾸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직접 접촉해 반응을 확인하고 팬서비스도 하려는 기성 가수팀들도 있다.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스컬&하하와 밴드 콜라보이스가 최근 버스킹에 나섰다. 십센치, 어글리 펌킨도 버스킹으로 유명한 팀들이다. 이를 비롯해 20여 팀이 홍대 인근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공연을 하는 가수 지망생, 음악으로 돈을 벌어 생활을 해나가는 아마추어 팀들까지 포함하면 버스커들은 50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콜라보이스 소속사 GF엔터테인먼트 측은 “광장 등에서 공연을 하려면 안전요원과 공연 후 청소할 인원까지 갖춰져야 한다.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아마추어 팀들로서는 공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한 뒤 데뷔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버스커버스커는 이름 그대로 거리공연을 하던 팀이었다. 버스커버스커는 거리 공연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버스킹 문화의 위축은 이 같이 잠재력을 지닌 아마추어 가수들이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김남형 GF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버스킹 문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버스커들과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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