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무용제’의 폐회식이 끝난 뒤 잠시 짬을 내 만난 안무가 이혜경은 수상의 기쁨과 감동을 추스르지 못한 얼굴이었다. 지난해 자유참가부문 최우수단체상에 이어 대상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 묻자 “작년에 자유참가작에서 최우수단체상을 받았어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다른 단체들보다 부담감이 조금 더 일찍 다가왔죠. 일 년을 그렇게 준비한 것이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참가부문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봤어요. 그런 이후에 경연에 올랐을 때 훨씬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고 말했다.

안무가 이혜경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세종대학교 무용학 박사 학위를 얻었다. 현재는 무용과학회의 이사로, ‘이혜경&이즈음 무용단’의 대표로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세종대학교의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젊은 안무가이자 무용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무용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서울무용제’에 이혜경은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이번 작품의 특징에 대해 “저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이 한국인의 생활 모습과 과거부터 내려오는 감성들이 가장 잘 묻어나는 전래동화라고 생각해요. 그 전래동화를 현대인의 시각에 맞게 표현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혜경의 안무작이자 ‘제32회 서울무용제’의 대상작인 ‘여우못’은 고전의 아름다움과 함께 현대적인 상상력을 도입한 작품이다.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헐거운 이야기 사이에서 꼬리를 물고 탄생된 것이 바로 ‘여우못’이다. “이번 작품은 ‘선녀와 나무꾼’을 이야기를 ‘여우령’이라는 가상의 존재 입장에서 써내려가고 해석했습니다. 선녀가 목욕했던 연못에 ‘여우령’이라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가정하에서요. 선녀와 나무꾼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는 어쩌면 ‘여우못’에 깃든 ‘여우령’들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하는 판타지를 담습니다”

‘여우못’은 이혜경에게 안무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다. ‘서울무용제’는 무용의 한 가지 장르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춤을 총망라한 자리다. 그만큼 경쟁해야 하는 무용수도 많고, 작품도 많다. 그 사이에 대상이라는 큰 상을 안겨준 ‘여우못’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작품을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어떤 작품이건 모두 같아요. 이 무용제에 출품한 어느 무용가나 같은 마음일 겁니다”

무용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게 된 이혜경은 “이후에는 아직 무용제에 출전할 계획이 없다”며, “저는 무용인이고, 안무가이기 때문에 향후 계획은 계속 춤추고 안무하는 것이에요. 가능하다면 이런 작품들을 들고 해외에 나가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라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