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샾2] 우리의 탈을 쓴 우리 뮤지컬, ‘피맛골 연가’
작성일2011.09.05 조회수8190
국악기와 서양악기와의 만남인 퓨전 음악은 더 이상 낯선 장르가 아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퓨전의 옷을 제대로 입혔다. 배우들의 대사톤은 사극에 가깝다. 대사에도 통정, 얼치기, 훨훨, 휘휘 등 단어가 들린다. 대사를 받쳐주는 음악은 국악기를 쓰지 않았다. 그 조화가 절묘하다. 양악과 국악을 서로 비틀면서 사용을 했기에 그 매력을 더했다.
시각적인 것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풍물놀이, 유가행렬에는 아예 완벽한 전통 음악을 무대에서 재연했다. 연희패가 선보인 ‘버나 돌리기’(남사당패의 두 번째 재주로 대접과 쳇바퀴ㆍ대야 등을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놀이)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어 더 흥을 돋웠다. 유가행렬과 함께 나온 취타(궁중에서 연주되어 온 연례악의 하나)음악은 실제로 들으니 낯설기는 했으나 라이브로 듣는 전통국악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각 뮤지컬 넘버의 멜로디는 익살스러웠고 때로는 가슴속에 잔잔한 여운을 만들었다. 짧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공연 후 그 멜로디는 귓가에 맴돌았다. 이는 음악적으로 뮤지컬 ‘피맛골 연가’가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공연에 랩, 발라드, 국악 등 다양한 장르가 사용됐지만 통일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음악적 변화에 타이밍도 절묘했다. 위트 있는 대사와 위트 있는 음악의 어우러짐이 돋보였다.
스토리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라는 흔한 소재를 선택했다. 전체적 구성은 탄탄했다. 하지만 1막에 너무 많은 것을 쏟아서일까? 2막에 조금 느슨해진 모습이 보여서 아쉬웠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천에서 헤매고 있는 김생과 홍랑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쥐’를 사용했다. ‘쥐’는 진부한 사랑이야기에 활력소가 됐지만 ‘쥐’ 이야기가 2막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스토리를 미리 숙지하지 않고서는 2막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된 이후에 뮤지컬의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뮤지컬은 지금까지 많은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성장통 끝에 이젠 창작뮤지컬의 제작에 있어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뮤지컬 ‘이순신’, ‘영웅’, ‘서편제’ 등 한국적 특색이 강한 뮤지컬이 제작되고 있다. 특히, 뮤지컬 ‘영웅’은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이 세계 속에 또 다른 한류를 만드는 데 으뜸 역할을 하고 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도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작업을 한다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명품 뮤지컬로 거듭날 것이다.
글_백수진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