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수다

지난 8월 12일,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피맛골 연가’의 연습현장에 다녀왔다. 이번 연습현장은 공연의 1막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의 초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연습공개 이전부터 좋아하는 넘버가 있었다. ‘아침은 오지 않으리’와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라는 곡이었다. 작품의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이 두 곡만 들어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아우라가 느껴졌다. 연습현장에서 극의 1막 전체를 본 뒤로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가 부쩍 가슴에 와 닿았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 속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들으니 잔상이 더 오래도록 남았다. 시적인 가사와 한이 서린 듯한 ‘김생’의 절절함이 담긴 멜로디에 푹 빠져 일주일간 이 음악만 들으며 지낼 정도였다. 지금은 신분이나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현대사회지만, ‘김생’의 서러운 울음이 마냥 옛이야기 같지만은 않아 귓가에 씁쓸함이 남았다.

♬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를 명넘버로 꼽은 이유?

장소영 음악감독과 유희성 연출가를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의 연출을 맡은 유희성은 “‘김생’의 아리아인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는 그가 서출 출신으로서 느끼는 ‘한’과 ‘응어리’가 가사나 멜로디에 잘 붙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에서 ‘홍랑’ 역으로 출연 중인 조정은도 자신의 곡이 아닌 ‘김생’의 아리아인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김생’이 부르는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가 정말 좋다. 그의 모든 것을 그 한 곡으로 보여준다”

♬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는 어떤 곡?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는 ‘김생’이 홀로 부르는 아리아다. ‘김생’은 서출이다. 피맛골에서 알아주는 서생이지만 서출이라는 신분의 굴레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슬픈 운명이다. ‘김생’은 양반댁 도령인 ‘홍생’의 거벽(대리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홍생’은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심지어 그를 죽이려 한다. 실컷 두들겨 맞은 ‘김생’이 광에 갇혀 자신의 신세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며 부르는 곡이 바로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다.   

♬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 가사 보기

열린 듯 / 닫힌 듯 / 돌고 도는 길
눈 뜨면 / 언제나 / 막다른 골목
누가 나를 / 던져 놓았나
거미줄 같은 미로

여기로 / 저기로 / 돌고 돌아도
눈 뜨면 / 언제나 / 막다른 골목
누가 나를 / 버려두었나
들어온 곳 있으나 / 나갈 길 없네

푸른 학은 / 구름 속에 / 우는데
푸른 학은 / 구름 속에 / 우는데

열린 듯 닫힌 듯 / 막다른 골목
내 손에 / 쩔렁대는 / 엽전 소리

잊기 위해 / 꿈을 꾸고
꿈을 팔아 / 돈을 사고
혼을 팔아 / 술을 사고
취하려고 / 혼을 파네

푸른 학은 / 구름 속에 / 우는데
푸른 학은 / 구름 속에 / 우는데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